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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계장은 피곤한 듯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소파에 주저 앉았다.

 

“하… 진짜…”

 

그는 답답한 지 와이셔츠 두번째 단추를 풀었다.

 

“야, 윤인섭.”

 

“네, 계장님.”

 

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황 계장은 인섭을 불러세웠다.

 

“나중에 쟤 보면… 오늘은 그냥 집에 들어가고, 내일 출근하자마자 짐 챙겨가지고 보급계로 가라 그래.”

 

그는 눈을 감고는 그대로 소파에 몸을 누였다. 조사반을 관리하며 몰렸던 피로감 위에 진철의 상태라는 또다른 돌이 얹어진 느낌이었다.

 

“옘병 씨발 진짜…”

 

상만은 인섭의 눈치를 보고는 황 계장 몰래 손짓을 했다. 나가서 진철을 찾아보라는 신호였다.

 

인섭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무실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복도에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다. 멀리에서 비틀대는 진철 외에는 그 어떤 사람도 없었다.

 

별관과 본관을 이어주는 통로에 주저앉은 진철은 벽에 등을 기대고는 다리사이에 머리를 파묻었다.

 

인섭은 조심스레 진철에게로 다가갔다. 대여섯걸음 정도 거리에 다다르자, 진철은 고개를 파묻은채로 말했다.

 

“오지마.”

 

“박진철…”

 

“오지말라고…”

 

진철의 어깨가 위아래로 들썩이고 있었다. 인섭은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그의 어깨라도 두드려주고 싶었지만, 멀찍이 서서 멀뚱멀뚱 그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막아주지 그랬냐…”

 

진철은 울먹거리며 소리를 틈새로 뱉어내고 있었다.

 

“뭐를…?”

 

인섭이 조심스레 물었다. 조금이라도 그를 잡고싶은 마음 뿐이었다.

 

“황 계장 저러는거… 왜 안막았냐…”

 

“못막았어…”

 

“이미 결정 되있었으니까?”

 

인섭은 한숨을 내쉬고는 시선을 돌렸다.

 

“나와보니까… 그렇더라…”

 

“씨발…”

 

진철은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땀과 눈물로 헝클어진 앞머리를 드리운 그는 인섭을 보고는 이를 갈았다.

 

“난 너는 믿었거든…?”

 

“나도 널 믿었어.”

 

인섭의 말에 피식 웃음을 던진 진철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는 비틀대며 인섭쪽으로 다가왔다.

 

“그러면… 왜 난 이렇게 된건데…?”

 

진철은 제복 윗옷을 벗어 바닥에 던져버렸다. 그가 입은 하얀 티셔츠는 여기저기 검은 얼룩이 묻어 있었고, 구멍도 두어개 뚫려 너덜거렸다.

 

“결국 난 대응팀을 다 구렁텅이에 몰아놓은 짐덩어리네? 이 옷 입을 자격도 없는거네?”

 

인섭은 자신의 앞으로 떨어진 진철의 제복을 주워들었다.

 

“야, 그런 말이 아니잖아 지금…”

 

“그게 아니면 뭔데? 왜 내가… 왜 내가 가야하는건데…”

 

“황 계장님이 그러셨잖아… 모두의 안전을 위한…”

 

“모두…”

 

진철은 피식 웃고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다리에 힘이 풀린 그는 앉은 채로 인섭을 올려다 봤다.

 

“그러면 나는?”

 

인섭은 따지듯 물어오는 진철의 모습에 말문이 막혀 입을 닫았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인섭은 주머니 속에서 손을 꼼지락거렸다.

 

“내 안전은? 내 마음은?”

 

진철의 얼굴 근육들 여기저기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의 입술은 추운 벌판에 홀로 남겨진 듯 경련을 일으켰다.

 

“난 하루하루… 미쳐갈거 같아. 내가 필요한건 그 모든게 멈추는거야. 그 모든 이미지가 멈추는거야… 근데 뭘 해도 안멈춰. 술을 마셔도 안멈추고, 그렇게 방아쇠를 당겨도 안멈춰. 계속… 계속 머리속에서 내 목을 조여와.”

 

“대응과에서 떨어져 지내면… 좀 괜찮지 않겠냐…?”

 

인섭은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개소리 하지마. 개소리… 개소리야 그건…”

 

“왜 그게 개소린데…”

 

“떨어져서 해결될거였으면… 만식이도 안죽었어…”

 

인섭은 진철의 말에 등골이 서려 주먹을 꽉 쥐었다.

 

“만식이가 왜…?”

 

“너 그 새끼… 예방과로 갔다가 다시 대응과로 온거 몰랐지?”

 

진철은 허탈한 표정으로 목을 메만졌다.

 

“대응과에 있다가 너무 힘들어해서 잠깐 예방과로 갔었어. 근데… 결국은 견디다 못해서 다시 온게 그 새끼야.”

 

“박진철…”

 

“그때 예방과 보내자고 추천하고 이야기 나눈게 나였는데. 결국은 다시 돌아왔더라… 결국은…”

 

푸념처럼 터져나오는 진철의 말에 인섭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진철을 내려다 봤다. 목을 어루만지며 답답한걸 푸는 진철의 손끝은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다.

 

“왜… 돌아왔다는데…?”

 

인섭이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진철은 인섭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또다시 자조적인 웃음을 터트렸다.

 

“오히려 평범한 일상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그게 불안하다더라. 그러면서 자기가 당긴 방아쇠들 하나하나는 다 기억나고. 다. 전부다…”

 

진철은 멍하니 몸에 힘을 풀고는 축 늘어졌다. 팔은 힘없이 바닥을 향해 있었고, 다리마저 바닥에 딱 붙어있었다.

 

“난들… 그렇게 안될거란 보장 있어?”

 

인섭은 착잡한 마음에 진철의 앞에 살짝 꿇어 앉았다.

 

“그럼… 넌 뭐가 필요한데…”

 

진철은 인섭의 말에 자신의 손을 들어올렸다.

 

“내 손에 피를 지우고 싶어. 내 손에 피를…”

 

“박진철…”

 

“내가 했던 일들은… 다 잘못된 일들이었어?”

 

그의 말에 인섭은 입을 꾹 다물었다. 주머니에 넣어뒀던 손이 질척거리는 것만 같았다.

 

끈적거리는 느낌이 들어 뺀 손은 하얀 색이었지만, 끈끈한 무언가가 그의 손을 장갑처럼 덮고 있는 감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인섭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모르겠다… 나도…”

 

“우린… 사신이지?”

 

“박진철…”

 

“신도 우릴 버린거겠지? 그래서 계속 그 감염자들을 보게 하는거겠지?”

 

“야, 박진철!”

 

인섭은 목소리를 높혀 진철의 말을 막았다. 진철은 낮은 음으로 웃음소리만 내고 있었다.

 

쥐고있던 진철의 제복을 진철의 다리 사이에 놓아준 인섭은 몸을 일으켰다.

 

“미안하다.”

 

이를 악물고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은 인섭은 발길을 돌렸다.

 

“계장님이 그러더라… 오늘은 그냥 퇴근하고 내일 아침에 나와서 짐 챙기라고…”

 

진철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차마 고개를 돌려 진철의 상태를 확인할 수 없던 인섭은 발걸음을 옮겨 사무실로 들어가버렸다.

 

멍하니 눈물을 툭툭 흘려대던 진철은 인섭이 사라진 사무실을 보고 허탈한 미소를 남기고 있었다.

 

 

 

 

 

퇴근시간까지 찜찜한 기분을 떨치지 못한 인섭은 내내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두어번 더 상만과 출동을 나갔지만, 처리된 감염자를 시체 가방에 넣는 내내 몸이 굳어 손발을 움직일 수 없었다.

 

결국 상만에게 후처리를 부탁하고 차에서 보고서를 쓰던 그는 점점 가슴이 답답해지는걸 느꼈다.

 

시계가 여섯시를 가리키자마자 가방을 싸서 사무실을 뛰쳐나온 그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차로 향했다.

 

언제나 오가던 길을 운전해 집에 도착한 인섭은, 이웃들이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나 다행이라 생각했다. 주차장은 텅텅 비어있었고, 거리에는 행인들마저 싹 사라진 조용한 동네로 변했다.

 

도저히 얼굴을 펼 수가 없었다. 그는 차문을 닫고는 황급히 집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집에 오자마자 냉장고를 연 그는, 맥주 한캔을 따서는 마시기 시작했다.

 

숨조차 쉬지 않고 들이킨 그는 맥주 한캔을 끝까지 비우고 나서야 캔에서 입을 뗐다.

 

“허억… 허억…”

 

캔을 대충 구겨 쓰레기통에 던져 넣은 인섭은 바닥에 그대로 엎어져 숨을 몰아쉬었다.

 

바닥에 대자로 누워 천장을 보니 천장이 유독 검게 보였다.

 

인섭이 감염자들을 처리하고 바닥에서 봤던 색깔들과 비슷한 색깔이었다.

 

그는 눈을 꾹 감고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심호흡을 했다. 무너질 것만 같았다. 밤마다 그를 덮쳐오는 썩은 손들의 이미지에 깨는 것만 수십번이었다.

 

그의 전화가 미친듯이 울려대고 있었지만, 손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았다. 고요한 방의 적막을 깨는 불청객을 멈추고 싶다는 마음이 그의 머리속을 스쳤지만, 인섭은 바닥에 몸을 누인 채로 숨만 골랐다.

 

전화가 끊어지고, 또다시 알람음이 울리기를 수차례, 인섭은 삐걱대는 몸을 일으켜 핸드폰을 확인했다. 진철의 전화였다.

 

“박진철… 무슨일이냐…”

 

– 왜 이렇게 전화를 안받냐…

 

“미안… 술기운때문에…”

&n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