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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은 생존자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멍하니 그의 생존 반응만 확인하고 있었다. 검지와 중지를 목에 대고는 맥을 짚던 진철은 조심스레 손을 떼내었다.

 

상만은 어딘가로 무전을 넣고는 무전기를 내려놓았고, 인섭은 진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주시하기만 했다. 진철의 산탄총은 이미 그의 손을 떠나 인섭의 등에 매여 있었다.

 

무전기를 버튼을 놓고 다시 어깨에 맨 상만은 인섭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곧 온댄다. 지연제 여분 넉넉히 챙겨서 오라고 했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상만은 생존자 앞에서 멍하니 앉아있는 진철을 확인했다. 그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머리를 긁적이기만 했다.

 

“저거 우얘야하는지 모르겠다 진짜…”

 

그는 정신을 어딘가로 빼놓고 생존자만 바라보는 진철의 모습에 서늘함을 느꼈다.

 

“점마…”

 

상만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상만의 손가락 끝이 가리키고 있는 진철의 얼굴에서는 표정이 존재하지 않았다. 영혼 없는 인형처럼 생존자의 미간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보고… 안할수는 없다 아이가.”

 

“하시게요?”

 

인섭은 진철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미동없이 멍하게 앉아있던 진철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인섭은 진철에게 손을 살짝 뻗었다

 

“야, 박진…”

 

진철은 인섭의 어깨를 밀치고는 골목 밖으로 나갔다. 그는 누군가에게 이끌리듯 하늘만 보고 걷고 있었다.

 

“저라는데… 안할끼라꼬…?”

 

상만의 말에 인섭은 머리를 찌르는 것같은 두통에 눈을 살짝 감았다. 생존자가 눈을 뜨고 있던게 아니라는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남아있는 탄흔들에 대해서 설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냥 감염자가 저 생존자를 덮치고 있었는데, 갑자기 머리를 빼서 빗나갔다고 하면 안돼요?”

 

“아니 그거야 그렇게 하면 되는데… 점마 상태 우짤낀데.”

 

인섭은 진철쪽을 다시 확인했다. 보도블럭 턱에 걸터 앉은 진철은 고개를 푹 숙이고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미동이 없는 진철은 숨조차도 쉬지 않고 있는것 같았다.

 

인섭은 조심스레 진철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야.”

 

진철은 대답이 없었다. 그대로 석상이 되어버린 듯 얼굴을 가리고 앉아 있었다. 인섭은 조심스레 진철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냥… 퇴근 하는게 낫지 않겠냐…”

 

멀리서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진철은 천천히 손을 풀고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벌개져있었다.

 

너무 심한 압박을 가했는지 눈에 실핏줄이 잔뜩 터져 검붉었고, 촛점은 어딘가로 사라졌다. 텅빈 동공 속에는 깊은 심연만이 남아있었다.

 

인섭은 진철을 조심스레 일으켜 세우고는 차문을 열어줬다. 진철은 조수석과 인섭을 번갈아 보고는 힘겹게 차안으로 몸을 실었다.

 

그의 팔은 후들거렸고, 당장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듯 코끝이 빨개져 있었다.

 

다가오는 앰뷸런스를 향해 손을 한번 들고 골목길 안쪽을 가리킨 인섭은 상만의 옆에 다시 섰다.

 

“어떡하죠.”

 

“머를?”

 

“진철이요.”

 

상만은 한숨을 푹 쉬고는 인섭의 차 조수석을 확인했다.

 

“점마… 저러다 오래 몬간다.”

 

“알아요.”

 

두 사람을 지나친 구급 대원들은 안쪽에서 목을 부여잡고 있던 생존자를 들것 위에 옮기기 시작했다.

 

주사기에 지연제를 가득 채우고 생존자의 팔에 주사한 구급대원들은 생존자의 의식을 확인했다.

 

“으으…”

 

들것 위에 실린 생존자가 팔에서 느껴지는 따끔한 통증에 신음을 흘렸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으…”

 

서로 눈빛을 교환한 구급 대원들은 들것을 들고 황급히 앰뷸런스에 생존자를 태웠다. 그들은 건성으로 고개를 숙여 상만과 인섭에게 인사를 하고는 골목 너머로 사라졌다.

 

바닥에는 감염자가 누워있었고, 바닥에는 검은색 피가 한가득이었다.

 

“빨리 처리하고 가자.”

 

상만은 코를 훌쩍였다. 뒤쪽 가방으로 손을 뻗어 갈색 소독제 병을 꺼낸 그는 감염자의 피 웅덩이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인섭은 조수석을 다시 확인했다. 진철은 창문에 머리를 대고는 멍하니 하수구쪽만 바라보고 있었다.

 

“인섭아.”

 

“네, 형.”

 

“잘못하면 다 위험해질수도 있다. 진철이 다른데로 돌리든지… 그래야지 않겠나.”

 

상만의 한 마디는 인섭의 심장 깊숙히 파고 들어왔다. 인섭은 착잡한듯 입술을 깨물었다.

 

“모르는거 아니에요.”

 

“그래.”

 

“근데…”

 

바닥에 소독제를 붓고는 배낭에서 시체 가방을 꺼낸 상만이 인섭에게 눈길을 돌렸다.

 

“지금 쟤한테 필요한건… 떠나는게 아니잖아요.”

 

인섭은 푸념하듯 중얼거렸다. 감염자 시신과 상만을 번갈아 보던 인섭은 한숨을 푹 쉬었다. 상만은 씁쓸한듯 고개를 저었다.

 

“떠난다고 다 해결되는건 아닐끼다. 그래도…”

 

감염자 시체를 가방안으로 옮긴 상만은 착잡한 마음으로 감염자 시체가 담긴 가방을 쳐다봤다.

 

“이 드러운데서 벗어나서… 더는 더러운걸 안봐도 되는거 아이겠나…”

 

 

 

 

 

 

 

사무실로 돌아온 인섭은 책상에 머리를 박고 가만히 머리만 돌렸다. 진철은 이미 사무실 소파에 몸을 눕히고 뻗어 있었고,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인섭은 지끈거리는 머리에 진통제 하나를 털어넣었다. 액상형 진통제 한통은 거의 비어 파란 알약 두개만 남아 있었다.

 

행여나 싶은 마음이 들어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나간 인섭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상만과 황 계장을 보았다.

 

불안한 생각이 그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스물스물 새어나왔다.

 

얼굴을 살짝 찡그린 인섭은 상만과 황 계장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인기척을 느낀 황 계장이 고개를 돌리고, 인섭에게 살짝 손을 들어 인사했다.

 

“마침 왔네. 너…”

 

황 계장이 코를 살짝 훔치곤 이야기했다.

 

“혹시 나한테 보고할거 따로 없어?”

 

“네?”

 

인섭은 상만과 황 계장을 번갈아 확인했다. 상만은 난처한 표정으로 인섭의 눈길을 피하고 있었다.

 

한숨을 푹 쉰 인섭은 황 계장을 똑바로 쳐다봤다.

 

“보고라니 어떤걸 말씀하는지 모르겠…”

 

“진철이. 임마.”

 

황 계장은 고개를 젓고는 인섭의 어깨위에 손을 올렸다.

 

“그런 일이 있으면 보고를 해줘야할거 아니냐. 내가 미리 알고있어야 니들 보호해줄 수 있는거 몰라?”

 

“모르는거 아닙니다.”

 

“근데 왜 말 안했어?”

 

인섭은 눈을 꾹 감았다. 그는 말을 이어가는 게 너무나 힘들었다.

 

“왜 말 안했냐니깐.”

 

황 계장은 인섭의 어깨를 꽉 잡고는 살짝 흔들었다. 인섭의 몸이 힘없이 흔들거렸다.

 

“황 계장님…”

 

“야, 윤인섭.”

 

상만이 황 계장을 말리려 팔을 살짝 잡았다. 황 계장은 상만의 팔을 뿌리치듯 쳐버리고는 팔짱을 끼웠다.

 

“너 임마. 정말 만약에 그 생존자가 눈을 떴었다면 어떻게 됐을거 같아?”

 

묵묵히 입을 닫고있던 인섭은 고개를 푹 숙였다.

 

“만약 그랬으면, 살인미수로 바로 쇠고랑 차는거야.”

 

“… 알고있습니다.”

 

“그래 임마. 근데 왜 말을 안해?”

 

“그건…”

 

인섭은 상만과 나눴던 짧은 대화를 떠올렸다. 그조차도 진철이 떠나는게 필요하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이미 앞뒤 상황 다 말씀 드맀다, 섭아. 우리 숨기지는 말자.”

 

상만은 난감함에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의 관자놀이를 따라 땀이 한방울 흘러내렸다.

 

“지금 진철이한테 필요한건 떠나는게 아니지 않습니까.”

 

“야, 이 새끼야.”

 

황 계장은 인섭의 말을 듣자 마자 서류판으로 인섭의 어깨를 강하게 밀었다.

 

“지금 너도 안전권 아니야 임마. 팀원은 니가 챙겨야지.”

 

“황 계장님.”

 

“골목에 카메라도 없어, 생존자도 정신을 잃어, 본거는 상만이 얘하고 너뿐이야. 그런 상황이라 커버가 쳐지는거지, 너 만약 한사람이라도 그거 목격한거 있으면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건 아니지?”

 

인섭은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박진철 걔가 한 짓이 옳다고 하는거 아닙니다. 황계장님 말씀 모르는거도 아닙니다.”

 

“그럼 이 새끼야, 왜이리 멍청하게 굴어?”

 

자신을 벽으로 몰아붙이려는 황 계장의 서류판을 살짝 잡은 인섭은 한숨을 푹 쉬었다.

 

“황 계장님도 모르시는거 아니지 않습니까.”

 

“아니, 이 씹… 야. 말을 해, 말을. 뭘 몰라?”

 

“떠나도 계속 괴로워할겁니다. 지금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그게 진짜 괜찮은겁니까?”

 

인섭의 눈은 황계장의 미간을 응시하고 있었다. 황 계장은 인섭의 말을 듣고는 눈을 꾹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야 이 병신같은…”

 

“제가 가장 지근거리에서 지켜봤지 않습니까. 사람들한테 치이고, 죽을 고비도 넘기고 이 지랄도 하루이틀이지, 어떻게 제정신 유지하고 있습니까?”

 

상만은 인섭의 말을 듣고는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