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 본 작품은 무료이지만, 로그인해야 읽을 수 있습니다. —
미리보기

머리를 찢어대는 듯한 두통에 진철은 머리를 찡그리고 있었다.

 

그는 차가 고속방지턱을 넘어갈때마다 작은 신음을 흘려댔다. 차가 흔들리는 만큼 그의 머리속도 흔들리고 있었다.

 

“아오… 씨…”

 

“그러게 왜이리 술을 퍼부었어, 미친놈아…”

 

인섭은 핸들의 가장자리를 손으로 툭툭 치며 말했다.

 

진철은 인섭의 물음에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팔로 눈을 가린 진철은 아무런 대답도 하기 싫은 지, 그는 흘리던 신음조차도 삼켜댔다.

 

“야, 진짜 조심해… 너 그러다가 몸 다 망가진다.”

 

인섭은 자신의 옆에 꽂혀있던 새 물병을 진철쪽으로 건넸다. 조용히 물병을 받아 든 진철은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는 빈병을 뒷좌석으로 던졌다.

 

“해장이든 아침식사든 아무것도 못하고 온거지?”

 

“그랬지.”

 

“참…”

 

인섭은 운전에 집중을 하면서도 힐끗힐끗 진철의 상태를 확인했다. 황 계장의 말이 인섭의 머리속을 멤돌고 있었다. 행여나 하는 마음이 컸다.

 

“이번 현장 마무리 지어놓고 같이 밥이나 먹으러 갈까…?”

 

“밥…”

 

진철은 팔을 살짝 들고는 인섭쪽을 힐끔 쳐다봤다.

 

“그냥 대충 때우면 안되나…”

 

“야, 그래도 대충 해장은 해야할거 아냐.”

 

인섭은 사곡동 입구로 차를 몰아가며 이야기했다. 진철은 크게 관심이 없는 듯 팔로 눈을 가리고 있었지만, 그의 귀는 인섭쪽을 향하고 있었다.

 

“일 마무리 하고 생각하자, 마무리하고.”

 

진철은 냉정하게 이야기 했다. 그가 부정을 하지 않는 것을 들은 인섭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이던 인섭은 몇미터 앞의 관용차량 뒤로 나란히 차를 세웠다.

 

진철은 눈을 가린 팔을 치우지 않고 누워만 있었다. 차를 세우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우고, 인섭이 안전벨트를 풀고 트렁크에 가 문을 열때까지 누워 있었고, 뒷좌석쪽에서 철컥대는 소리와 벨크로 소리가 들려오고 나서야 몸을 일으켰다.

 

진철에게 보호복을 내민 인섭은 어깨쪽의 무전기의 전원을 켰다.

 

– 1팀 도착했나?

 

상만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도착했습니다. 어디로 가면 됩니까?”

 

– 사거리 쪽으로 온나.

 

“네, 알겠습니다.”

 

인섭은 산탄총을 집어들고 총알을 허리춤에 꽂아넣었다. 많은 총알이 필요한 상황은 아닐 것 같았지만, 내심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진철은 버벅대는 손과 어지러운 눈으로 보호복을 입고 있었고, 벨크로 조차도 삐뚤하게 착용중이었다.

 

인섭은 한숨을 쉬고는 벨크로들을 다시 붙여주기 시작했다.

 

자신의 동료 손길이 느껴진 진철은 당황하며 인섭을 위에서 아래로 바라봤다.

 

“왜?”

 

진철의 행동이 멈춘 것을 느낀 인섭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

 

인섭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진철은 아니라는 듯 시선을 피했다.

 

“아냐.”

 

“뭔… 분위기 이상하게…”

 

인섭은 다리쪽의 벨크로까지 완전히 채워주고는 일어섰다. 진철의 표정은 배터리가 빠진 로봇처럼 멍했다.

 

멍하니 탄약을 자신의 벨트쪽에 채워넣던 진철은 주머니속에도 탄환 몇발을 따로 집어넣었다.

 

인섭은 서늘한 느낌이 들어 진철의 주머니쪽을 확인했다. 진철은 주머니 속에 손을 넣고는 잘그락거리며 총알을 만지고 있었다.

 

“너 뭐하냐?”

 

인섭은 화들짝 놀라 진철의 팔목을 잡았다.

 

팔을 붙잡힌 진철은 주머니에서 조심스레 손을 빼내었다. 그의 손에 잡혀있던 총알 하나를 받아든 인섭은 트렁크의 탄알 박스에 다시 여분의 총알을 집어넣었다.

 

“너 지금…”

 

등골이 서늘한 느낌이 들던 인섭은 진철의 눈을 확인했다. 진철의 동공은 흔들리지 않고 있었지만, 촛점은 어디론가 사라져 흐리멍텅했다.

 

죽은 눈으로 인섭의 얼굴을 바라보던 진철은 트렁크의 문을 닫고는 차를 돌아나갔다.

 

“가자, 빨리. 상만이 형 기다리겠다.”

 

진철은 산탄총을 어깨에 메고 골목 사이사이로 걸어나갔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인섭은 숨을 쉴 수 없었다.

 

무언가가 조금씩 깨어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조차도 자신이 당기고 있는 방아쇠가 점점 무거워지고 있었다.

 

골목 사이사이를 지나 교차로 부근으로 걸어가는 내내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자신들을 담너머와 창문 너머로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하여,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 것 마냥 진철에게 말을 걸어보려 했지만 진철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묵묵히 얼굴을 굳히고 사거리쪽으로 간 인섭과 진철은 상만의 대응팀과 조우했다.

 

“와이리 늦었는데, 일 슬슬 끝나갈라 카는구만.”

 

“벌써요?”

 

인섭은 상만과 손을 맞잡고는 주변을 둘러봤다. 양 꼭지점에 공터가 있는 교차로의 주변에는 듬성듬성 집들이 보였다.

 

상만은 오르막쪽을 가리켰다. 오르막의 양쪽으로는 듬성듬성 주택들이 서있었다.

 

“이제 저쪽만 함 보면 된다. 니네는 왼쪽편, 우리는 오른쪽편, 딱 나눠가지고 쭉 훑고 드가자.”

 

인섭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진철을 잡아끌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진철은 인섭의 뒤를 따라 질질 끌려왔다.

 

상만은 멍하니 오르막길쪽만 보고 있던 진철의 모습을 훑어 보고는 침을 삼켰다.

 

그는 진철의 허리춤에 반만 채워진 여분 탄약들을 보고는 이를 살짝 악물었다. 살짝 고개를 좌우로 흔든 상만은 대형을 맞추고 천천히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니, 근데 여기 상황은 어떻게 된거에요?”

 

인섭은 발소리를 죽이고 걷고 있었다. 그는 주변의 경관을 둘러보면서 상만에게 물었다.

 

“누가 팔이 물린 사람을 데리고 골목으로 숨어들었다고 신고를 때렸다 카대. 이야기 들어보니까, 부축받는 사람한테 매달려서 지 가슴을 막 쥐 뜯었다 카드라.”

 

“잘못하면 변하겠네요.”

 

“안 그르켔나.”

 

상만은 골목쪽으로 랜턴을 비추고는 골목 바닥을 유심히 살폈다. 혹시나 떨어진 혈흔이나 발자국 흔적이 있나 먼지 소복히 쌓인 콘크리트 바닥을 훑어봤지만, 마무리 처리가 덜된 바닥만 보였다.

 

진철은 상만과 인섭의 말을 듣고는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살짝 골목쪽으로 고개를 돌린 진철은 랜턴을 꺼내 여기저기를 헤집듯 불을 비췄다.

 

자신의 창문을 스치고 지나가는 불빛에 놀라 창밖으로 고개를 내민 사람들도 몇 있었지만, 산탄총을 짊어지고 걸어가는 모습에 다시 고개를 집어넣었다.

 

골목을 지나가며 랜턴으로 바닥을 훑던 인섭은 희끄무레한 흔적을 발견하고는 발을 멈췄다.

 

“여기 뭐 있네.”

 

인섭은 랜턴 앞쪽을 조금 잡아당겨 빛을 집중시켰다. 그가 빛을 비추고 있는 공간의 바닥에는 검은색 물이 흩뿌려져 있었다.

 

인섭의 어깨 너머로 바닥을 보고 있던 상만은 인섭의 진철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짝으로 왔나보네.”

 

상만이 바닥에 난 흔적을 따라 자신의 앞으로 랜턴빛을 가져왔다. 작은 핏방울들이 여기저기 뿌려져 있었다.

 

“여 맞네. 맞다.”

 

인섭은 펌프를 살짝 당겨 약실을 확인했다. 총알이 이미 장전되어 있었고, 그는 상만과 함께 골목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형.”

 

“와.”

 

“두사람이라 그랬죠?”

 

“엉. 와.”

 

인섭은 자신이 발견한 핏자국 앞에 멈춰섰다. 누군가가 피 웅덩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