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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섭이 막 차를 몰고 주차장에 도착했다. 피로에 쩔어있던 그의 어깨와 몸은 잔뜩 뭉쳐있었다.

 

삐걱대는 몸을 이끌고 차에서 내린 그는 여기저기를 주무르며 몸을 풀었다.

 

“아저씨, 퇴근하시는거에요?”

 

인섭의 뒤쪽에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진희가 자신에게 아이스크림 하나를 내밀고 있었다.

 

메로나를 받아든 인섭은 힘없는 웃음을 짓고는 진희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퇴근 하는거지. 근데 아저씨 아니라니깐…”

 

“생긴건 아저씨에영.”

 

진희는 순수하게 눈을 꿈뻑거렸다. 말을 꺼내려 했지만, 순수한 모습에 머리속이 멍해진 인섭의 모습을 본 후 마저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효… 그래 마음대로 해라… 아저씨, 그래 아저씨.”

 

인섭은 입을 쭉 내밀고는 아이스크림 껍질을 깠다. 달달한 하드가 살짝 녹아 인섭의 목구멍 속으로 넘어갔고, 단 과일즙 맛이 입안 가득찼다.

 

“아우 시원해라…”

 

“이렇게 더운데 어떻게 아이스크림 하나를 안드세요?”

 

인섭은 뻘쭘한 듯 코를 훌쩍였다. 막 집에 도착해서 정신을 챙기지도 못했고, 진희까지 와 옆에서 아이스크림을 내미니 혼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런거 먹을 시간이 없어서 그렇지 나는…”

 

“아항… 일하신다고 그래요…?”

 

인섭은 그녀의 얼굴을 힐끔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뭐… 늘 일이 끊이는건 아니니까… 다행이도 오늘은 야근 안해서 좋네.”

 

“으아… 야근까지 해요?”

 

“가끔 내 순번 되면 야근 해야지.”

 

진희는 고개를 막 절레절레 저었다.

 

“으, 싫어요. 밤에는 자야하는거잖아요.”

 

“그러게… 밤에는 좀 쉬어야하는건데…”

 

인섭은 아이스크림을 쭙쭙 빨아댔다. 더운 날씨에 빠르게 녹기 시작한 하드는 벌써부터 인섭의 손으로 한두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황급히 손가락에 흐른 아이스크림 방울을 훔쳐내던 인섭을 본 진희는 인섭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저씨.”

 

“왜?”

 

“얼굴이 까매요.”

 

인섭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창문에 얼굴을 비춰봤다. 그의 눈 밑으로는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와 있었다.

 

“이거… 이 얼굴이나 김수용이나…”

 

인섭은 혼잣말로 중얼중얼거렸다.

 

“김수용이 누구에요?”

 

“있어… 개그맨.”

 

진희가 궁금함에 물어왔지만, 인섭은 대충 얼버무리고 창문에 묻은 먼지를 살짝 닦아냈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녀는 한쪽 가방끈을 내리고는 삐딱하게 섰다.

 

“아저씨도 쉬셔야할거 같아요, 진짜로…”

 

진희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말했다. 그녀의 모습을 본 인섭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대한민국 고등학생만큼 휴식이 필요한 존재는 없는데도?”

 

“아저씨는 얼굴 보면 당장이라도 쓰러지실거 같아요.”

 

“너도 어깨 축 쳐져서 한 15년 직장 다닌 직장인같아.”

 

“흥.”

 

진희는 고개를 홱 돌리고는, 이내 히히 웃으며 인섭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아저씨 많이 고생하신다고 아빠가 그랬어요.”

 

“고생… 음…”

 

인섭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입을 닫았다. 방금까지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들이 머리속에 스쳐지나갔다.

 

그는 아무말 없이 미소만 지었다.

 

“아저씨는 저녁 안드세요?”

 

“나?”

 

“넹. 저녁 드셔야죠.”

 

인섭은 배고픈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저 피로감에 쩐 몸을 눕히고 싶었다.

 

“배가 그리 안고프네, 오늘은.”

 

“엄마가 오늘은 대구탕 만들어놨다고 하시던뎅…”

 

인섭은 괜찮다는 듯 진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무 신세지는거도 미안해서 그래.”

 

“괜찮다고 했는데…”

 

“나도 괜찮아. 얼른 집에 들어가봐.”

 

인섭은 피곤함이 많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서라도 미소를 지어줬다.

 

“마음이라도 고마워. 감사하다고 좀 전해줘.”

 

진희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얼굴을 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용!”

 

“사실 내가 오늘 막 큰 프로젝트를 끝내고 왔거든. 그래서 많이 피곤하기도 해서… 조금 쉬어야지.”

 

꽉 뭉친 어깨를 풀며 말하던 인섭의 주머니에서 전화가 마구 울려댔다. 폰을 꺼내보니, 진철의 전화였다.

 

“어, 진철아.”

 

– …

 

전화에서 응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인섭은 의아한 느낌이 들었다.

 

“진철아, 무슨 일…”

 

– 바쁘냐.

 

진철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니 진철이 울고 있던 듯 했다.

 

“아니, 바쁘진 않지. 쉴라고 했는데 왜?”

 

– 한잔 안할래.

 

“한잔?”

 

– 어.

 

인섭은 진희와 빌라 입구를 번갈아 확인했다. 해가 서서히 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주변은 밝았다.

 

“음… 어딘데?”

 

– 우리 집 앞 포장마차.

 

“너 벌써 몇병 까고나서 나한테 전화하는거냐?”

 

진철이 또다시 코를 훌쩍였다. 기침을 두어번 한 그는 다시 힘겹게 핸드폰을 잡았는지 부시럭대는 소리가 들렸다.

 

– 마셨지. 마셨지…

 

“아효… 금방 갈테니까 좀 기다려.”

 

인섭은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고 한숨을 쉬었다. 또다시 진철을 질질 끌어야 하는 일이 생길까 걱정스러웠다.

 

난감해하는 인섭의 모습을 본 진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 가셔야해요?”

 

“아… 응. 같이 일하는 사람이 술이나 한잔 하자고 하네.”

 

“치… 아저씨들은 맨날 술마신대…”

 

인섭은 피식 웃음을 짓고 주머니에 폰을 집어넣었다.

 

“아저씨들끼리 하는게 그거밖에 더있어? 술마시고 집에서 뻗는거.”

 

진희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사 아빠도…”

 

“그래, 그렇다니깐…”

 

진희는 아깝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알겠어요 그럼… 엄마한테 말씀드릴게요.”

 

“마음만이라도 감사하다고 말씀드려줘.”

 

“넹. 나중에 뵈요!”

 

진희는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한마리 토끼가 쾌활하게 뛰듯, 그녀는 입구로 총총대며 달렸다. 또다시 한번 피식 웃음을 날린 인섭은 차를 타고 진철의 집앞으로 향했다.

 

 

 

 

 

인섭이 진철의 집앞 포장마차에 도착하자마자 본 모습은, 테이블 위에 엎어져 있는 진철이었다.

 

그의 앞에는 소주가 네병이 놓여 있었고, 안주라고 놓여 있는 것은 오뎅탕 하나뿐이었다.

 

인섭은 한숨을 푹 쉬고 진철의 옆에 의자를 끌어 앉았다.

 

“미친 새끼야…”

 

인섭은 굴러다니고 있는 술병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너 이러다 죽어, 미친 새끼야.”

 

진철은 자신의 옆쪽에서 들려오는 사람의 목소리에 부스스 머리를 들었다.

 

그가 얼굴을 들자, 술냄새가 진하게 풍겨왔다. 소독약을 테이블에 쏟아버린 듯, 매캐한 알콜냄새가 포장마차 전체로 퍼지는 느낌이 들었다.

 

“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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