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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로 돌아온 조사반원들은 아무말 없이 중앙 테이블에 앉아만 있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입을 여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줄담배를 피기만 했던 인호와 윤창은 옷에 찌든 담배냄새를 빼려고 몇번 털다 말았고, 유진과 성아, 인영은 퉁퉁 부은 눈을 그대로 뜨고 있었다.

 

저마다 내려놓고 온 일이 있다는걸 기억했는지, 자신의 자리에 돌아가 털썩 주저앉은 사람들은 다시 컴퓨터 화면으로 집중을 쏟았다.

 

하지만, 이내 책상에 엎어진 사람들은 어떤 의욕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었다.

 

고 과장은 사무실을 나가 어디론가 사라졌고, 황 계장은 의자만을 밖으로 돌려 창밖을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하늘은 점점 검어지고 있었다. 짙게 깔린 구름들은 점점 뭉치고 뭉쳐 빛이 사라졌다. 성진시 위에 드리운 구름의 층은 성진시에서 빛을 앗아갔다.

 

인호는 노트북을 들고 의자를 돌려서는 중앙 테이블에 다시 앉았다.

 

그는 테이블 위에 널부러진 서류들을 정리해서는 하나씩 옮겨적고 있었다.

 

독수리 타법을 쓰듯 키보드를 두드려대던 그는 키보드를 놓고 천장의 형광등만 응시했다. 그의 눈은 점점 붉어지고 있었다.

 

“계장님.”

 

인호가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멍하니 창밖의 먹구름들을 바라보고 있던 황 계장은 의자를 돌렸다.

 

“왜.”

 

머뭇거리던 인호는 노트북을 손가락 끝으로 토토톡 두드려대기만 했다.

 

“왜 임마.”

 

황 계장은 어물쩍대는 인섭에게 답답함을 느꼈는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인호는 천장의 형광등이 깜빡이는 것을 응시하다 황계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거도 보고서에 넣어야 합니까…?”

 

“뭘말야.”

 

“이번…”

 

인호는 뜸을 들이다 한숨을 뱉고는 이야기했다.

 

“이번… 능인동 사건 말입니다.”

 

그의 말을 들은 황 계장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무표정한 그는 입을 닫은 채로 이를 한번 쓰윽 혀로 쓸고는 다시 의자를 창가쪽으로 돌렸다.

 

“써야지 그럼… 안쓸거냐?”

 

“하지만…”

 

인호는 머뭇거리고 있었다. 모니터 위의 커서는 <능인동 건> 이라는 표제 밑에서 깜빡이고 있었다.

 

“뭐라고… 써야합니까…?”

 

인호의 말을 들은 황 계장은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던 간이 공청회가 그의 머리속을 스쳤다.

 

그들이 6호실을 떠날때, 그들의 등 뒤편에서는 초상집이 펼쳐졌다.

 

강력계 형사들이 그들의 뒤를 이어 방에 들어가려 했고, 황 계장은 그들을 잠시 막아섰다.

 

신신당부를 했던 기억이 그의 마음을 지나갔다.

 

“뭐라고… 쓰고싶은데…”

 

황 계장은 허탈한 마음에 한마디를 던졌다.

 

인호는 묵묵히 생각을 하다 고개를 들었다.

 

“글쎄요….”

 

그는 노트북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커서는 깜빡이고 있었지만, 그의 눈은 감았다 뜨는 것마저 잊은채로 화면을 응시했다.

 

“이건… 누가 잘못한겁니까?”

 

“잘못…”

 

황 계장은 의자를 돌려서 인호쪽으로 다가왔다. 테이블의 상석에 앉은 그는 깍지를 끼우고는 엄지손가락만 빙빙 돌렸다.

 

“잘못이라고 할수 있나?”

 

그는 씁쓸한 듯 보고서를 집어들었다.

 

“진짜 잘못이라고 하면, 악의에서 비롯되는거야.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나쁜 마음 그 자체.”

 

“월곡동 건은 악의가 맞지 않았습니까.”

 

황 계장은 인호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이기심도 악의라고 할 수 있나.”

 

“이기심도 악의죠.”

 

황 계장은 눈을 살포시 감았다. 그는 인호쪽으로 보고서를 내밀었다.

 

“그러면 이번 능인동은 악의때문에 생긴 일인가?”

 

“글쎄요…”

 

인호는 키보드를 다시 잡고는 사건개요를 써내려갔다. 주민들이 감염자를 지하실로 밀어 넣었다는 상황을 쓰고 난 후, 또다시 커서가 깜빡이고 있었다.

 

“그 사람들이 한 말이 있잖습니까. 누군가가 눈을 돌려주었다면…”

 

인호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는 다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까지 됐겠냐는 그 말?”

 

황 계장은 넥타이를 살짝 풀고는 자신의 책상위로 던졌다. 땀에 절어버린 넥타이의 끈부분은 묵직하게 종이들을 짓눌렀다.

 

그는 한손을 책상위에 얹고는 손가락으로 책상만 토토톡 두드려댔다.

 

“첫 감염 사태가 터지고 5년이야. 초기 감염이 진압된건 얼추 4년하고 8개월정도 됐고.”

 

“그랬죠. 어느새… 시간은 흐르고 흐른거죠.”

 

“초기 감염이 진압되고, 보건복지부에서 감염자대응 시나리오를 만든게 어언 4년인거지.”

 

“저희 대응국이 신설된지도 4년이 되어가죠.”

 

“그래. 그럼…”

 

황 계장의 말에 팀원들이 테이블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윤창은 자신이 보고 있던 서류를 가져와 테이블에 합석했다.

 

황 계장은 목을 한번 가다듬었다. 스쳐지나가는 생각들과 그가 걸어왔던 길에 목이 메여왔다.

 

“우리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네?”

 

“또 사람들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황 계장은 푸념하듯 말을 늘어놓았다.

 

“사람들은 언제나 죽어왔어. 감염자는 5년전에도 생겼고 4년전에도 생겼고 지금도 생기고 있겠지. 또다시 대응팀 인원들은 나가서 감염자를 처리할거고, 사람들은 무서움에 떨고 있겠지. 근데 말야. 우리와 사람들은 그 모든 일들을 겪으면서 얼마나 바뀌었을까.”

 

인호는 눈을 꿈뻑였다.

 

“많이 바뀌지 않았습니까. 이제 감염자가 무서운줄 알고… 감염병이라는게 무서운줄 알고, 또 그렇…지 않습니까?”

 

그의 말을 들은 윤창은 황 계장의 얼굴을 확인했다. 무표정하게 한숨을 쉬는 황 계장의 모습을 본 윤창은 고개를 저었다. 인호의 말에 공감을 할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바뀌지 않았어.”

 

황 계장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인호는 의아한 마음에 마우스를 쥐고 있던 손을 놓았다.

 

“바뀌지 않았다뇨?”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바뀌지 않는 것들은 있어. 그게 뭐라고 생각해?”

 

윤창은 자신의 앞에 있던 보고서를 인호쪽으로 슬쩍 밀어줬다.

 

“죽는 사람은 언제나 생긴다는거죠. 그게 무슨 이유에서든요.”

 

윤창은 인호를 보고 고개를 살짝 끄덕여줬다.

 

“그렇지. 그게 무슨 이유에서든…”

 

황 계장은 말을 한마디 하고는 끝을 흐렸다. 그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사회복지쪽 일을 맡은지 꽤 오래됐어. 보건쪽도 같이 보게 된거도… 에법 됐지. 내 나이가 몇인데. 근데 그 동안 말야…”

 

인호와 윤창이 황 계장쪽으로 눈을 돌렸다. 저마다의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도 가운데 놓인 테이블로 모여들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까?”

 

인호는 숙연한 듯 울적한 표정을 지었다.

 

“셀수도 없는… 많은 사람들이겠죠?”

 

성아가 입을 닫은 인호를 대신해 답했다.

 

“그래. 사람은 지금 감염사태 이전에도 죽어났어.”

 

윤창은 황 계장의 말을 이어받아 말했다. 그는 한숨을 푹 쉬고는 착잡한듯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잊혀진 사람들… 죽지 말아야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었어. 내가 이 계열로 올때도 그랬고 언제나 그랬지. 그때마다 이유를 찾았어. 항상 그랬어. 우리 잘못이다. 일 제대로 안한 공무원 잘못이고,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