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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냐?”

 

인섭은 차를 몰고 가는 도중 진철에게 물었다. 진철은 눈을 가린 채로 인섭의 이야기만 듣고 있었다.

 

“그래도 옷은 벗어놨네…”

 

인섭은 진철의 상의를 확인했다. 감염된 피에 찌든 제복과 방어구는 이미 벗어 트렁크에 던져 둔 상태였고, 그는 예비용 티셔츠 하나만 입고 있었다.

 

“너 왜그러냐…”

 

진철의 모습을 힐끗거리며 확인하던 인섭은 조수석쪽으로 손을 뻗어 팔을 살짝 잡아주었다.

 

진철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우리… 이렇게 일하던 사람들 아니었잖아.”

 

눈을 가린채로 그는 나지막히 읊조렸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매일같이 일하고 매일같이 개처럼 했다고…”

 

진철은 두근거리는 심장이 괴로운듯 가슴팍을 몇번 두드렸다.

 

“왜 자꾸 늘어가는건데. 왜 자꾸 감염된 것들이 자꾸 늘어나는거냐고…”

 

그는 말끝을 흐리고 있었다.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는 것으로는, 터져나오는 울분을 참고 있었다.

 

“다친데… 정말 없냐…”

 

“있었으면 내가 저 뒤에 싸여 있겠지, 여기 타있겠냐…”

 

인섭은 퉁명스러운 진철의 말에 입을 닫았다. 씁쓸한 듯 이를 앙문 인섭은 무전기를 잡아들었다.

 

“1팀입니다. 응답바랍니다.”

 

진철은 아예 고개를 먼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그의 가슴팍이 크게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했다.

 

“1팀입니다. 계장님 계십니까.”

 

– 왜이리 둘다 응답이 늦었어?

 

“서부 보건소에서… 음… 사고가 조금 있었습니다.”

 

– 사고?

 

황 계장의 말에 인섭은 옆쪽을 살짝 돌아봤다. 진철은 아예 몸을 돌려 누운 상태였다.

 

“네… 그… 음…”

 

인섭은 헛기침을 두어번 했지만, 진철은 미동이 없었다.

 

“서부 보건소쪽으로 갔었는데, 수색이 좀 덜됐었습니다. 그래서… 음… 진철이가 좀 다칠뻔 했습니다.”

 

– 진철이가 왜?

 

“감염자 하나가 남아있었습니다. 감염된 상태로 혼자 몰래 빠져 나와서 지연제 맞다가 감염자가 된걸 뒤늦게야 발견했습니다.”

 

– 허… 참… 박진철. 괜찮아?

 

황 계장의 질문에 진철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인섭은 진철쪽으로 무전기를 살짝 내밀고 버튼을 눌러줬다.

 

“네… 괜찮습니다…”

 

반쯤은 죽어가는 목소리로 답한 진철은 다시 고개를 조수석에 갖다 박았다.

 

– 왜 죽어가는 소리야 임마.

 

인섭은 다시 무전기를 자신의 입에 가져왔다.

 

“감염자가 진철이를 그대로 덮쳤었습니다. 그래서… 좀 많이 위험했구요.”

 

– 이런 씨… 박진철 괜찮은거 맞지?

 

“네. 괜찮습니다. 물리거나 감염된거 없습니다. 많이 좀… 놀란… 상태입니다.”

 

황 계장의 한숨이 무전기 너머로 전해지는 듯 했다. 그의 말에 힘이 많이 빠져 있었다.

 

– 둘다 당장 사무실로 들어와. 거의 열흘동안 니네 제대로 쉬지도 못했잖아. 안그래?

 

“우선은 알겠습니다. 바로 데리고 들어가겠습니다.”

 

인섭은 무전기를 다시 걸어놓고는 시청으로 차를 몰아갔다. 고개를 돌려보니, 진철은 이미 잠에 빠져있었다.

 

 

 

 

 

 

 

인섭과 진철이 사무실로 들어오자 마자, 황 계장은 진철에게 수건 하나를 던져줬다.

 

“괜찮냐? 정말 다친데 없는거지? 일단 씻고 진료계 갔다와라. 이미 그쪽 계장이랑 이야기 끝났으니까.”

 

진철은 어안이 벙벙 한듯, 수건을 받아들고는 멍하니 황 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오후는 니네 둘 다 어디 나가지 마. 사무실에 있어.”

 

인섭은 당황한 듯 눈을 꿈뻑거렸다.

 

“계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둘 다 사무실에서 쉬라고. 박진철, 너는 빨리 씻고 진료계 갔다가 오고.”

 

진철은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다가, 발길을 돌려 숙직실쪽으로 향했다.

 

터덜대며 걸어가는 진철의 발걸음을 확인한 인섭은 황계장의 손짓에 사무실 안쪽으로 들어갔다.

 

“어떻게 됐어?”

 

황계장의 질문에, 사무실 사람들 눈이 인섭에게 집중됐다.

 

인섭은 의자를 빼서는 털썩 주저 앉았다.

 

“하… 돌겠습니다 그냥…”

 

그는 모자를 책상 위로 던지고는 눈을 부비적거렸다.

 

“어떤게 알고 싶으십니까?”

 

“서부 보건소.”

 

황 계장은 귀에 끼고 있던 펜을 빼서는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흠… 일단 감염이 있던건 맞습니다. 시작됐던거도 되게 단순했구요. 감염된 사람이 내방했는데, 이미 바이러스가 많이 퍼진 상황이었던거 같습니다. 7시즈음에 격리실에 수용 됐다가, 발작후에 변이했었구요.”

 

옆에 있던 인호는 인섭의 말을 천천히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변이해서 주변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간호사가 격리실 문을 잠그고 소각 버튼을 눌렀는데 작동하지 않았구요.”

 

“그게 왜 작동을 안해?”

 

윤창이 흠칫 놀라며 물었다.

 

“그거때문에 기계실 가서 확인할라다가 감염자 또 봤죠… 암튼… 긴급소각 관리 배전반이 엉망이었습니다. 전선은 녹슬어있고 헤져있고… 접지도 안돼있었구요.”

 

“허… 참…”

 

윤창은 펜으로 턱을 툭툭 두드렸다.

 

“서부 보건소 안전점검 사항 보니까 이상이 없다고 돼있었거든요. 긴급소각 버튼도…”

 

그는 서류더미속에 파묻혀있던 긴 격자지를 하나 뽑아내며 말했다. 종이를 쭈욱 따라 짚어가던 윤창은 한 대목에서 손가락을 쭉 뻗어 읽어나갔다.

 

“서부 보건소… 긴급소각 점검 사항… 용액 합격… 설비 합격… 배전 합격… 다 합격했다고 보고헀네요.”

 

“근데 작동이 안됐잖아.”

 

황 계장은 지적하듯 펜으로 윤창을 살짝 가리켰다.

 

“씨씨티비 영상까지 보고 왔는데, 버튼을 여러번 눌렀었습니다. 그런데도 작동을 안했구요.”

 

인섭은 살짝 고개를 들고는 자신이 기억하는 것들을 읊고 있었다.

 

“그리고… 그 첫 감염자가 다른 감염자를 만들고, 그 감염자는 다른 감염자를 만들고 불어난거죠. 격리실 문이 부서지고 감염자가 쏟아나온게 그때부터구요.”

 

“흠…”

 

황 계장은 펜을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그게 우리가 조사하는거랑 무슨 상관이 있지?”

 

“음… 글쎄요…?”

 

인섭이 눈썹을 으쓱거리며 답했다. 황 계장은 한숨을 쉬고는 다시 의자를 돌려 화이트보드를 바라봤다.

 

“격리실 파손에 대한 경위는 이미 알아. 문제는… 그게 감염자 증가랑 어떤 관련이 있냐는거지.”

 

황 계장의 말을 듣고는 윤창이 고개를 끄덕였다.

 

“집단 감염이니 이게 감염자 통계 증가로 이어지긴 하겠지만… 전 지역에 대한 증가를 대변하지는 못해요. 안전검사 부실하게 한거는 크게 때려맞을만 하네요.”

 

윤창은 격자지를 다시 둘둘둘 말아서는 책상 위로 던졌다.

 

“아, 그리고 감염자에 대한 정보가 하나 더 있긴 합니다.”

 

“어떤거?”

 

“첫 감염자 말입니다… 감염자 가족 지원을 못받았댑니다.”

 

인호와 황 계장이 흠칫 놀라 인섭을 쳐다봤다.

 

“못 받다니?”

 

“현장에 검사님이 한분 계셨었습니다. 그분이 그러시던데요, 조사해보니까 소득때문에 감염자 가족 지원 반려됐다구요.”

 

황 계장은 팔을 살짝 문질렀다. 그는 얼굴을 찡그리고는 다시 화이트보드를 힐끗 확인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없디?”

 

“네. 그거만 말씀하셨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