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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은 월곡동으로 이동하는 내내, 의자를 뒤로 확 젖힌채 누워만 있었다.

 

눈물은 멈췄지만, 인섭에게 통 말을 건네고 있질 않았다.

 

인섭은 그의 모습을 보곤 머리속이 터질것만 같았다. 창신동 체육관에서부터 진철이 점점 무너지고 있다는게 보였다.

 

감정적인 대응을 자주 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진철은 언제나 행동파였던 것이 인섭의 머리속에 스쳤다.

 

하지만 아무리 진철이 날뛰었다고 해도, 언제나 말 만큼은 냉정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울부짖고 있었고, 그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인섭은 코로만 숨을 쉬어 조금이라도 호흡을 고르게 만드려 애쓰고 있었다.

 

황 계장의 무전으로는 아무도 대응팀 감염자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인섭은 불안감에 차를 몰며 무전기를 들었다.

 

“계장님, 윤인섭입니다. 어디로 가야합니까?”

 

그가 무전 버튼을 떼자마자, 바로 답신이 흘러나왔다.

 

– 청지산 입구. 빨리 와! 지금 빌어쳐먹을 경찰새끼들도 아무도 접근 못하고 있으니까!

 

무전이 박살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황 계장이 송신기를 던지듯 꽂아놓은 것 같았다.

 

“버러지같은 경찰 새끼들…”

 

진철은 몸을 돌린채로 욕을 뱉고 있었다.

 

인섭은 진철이 한 말에 진철에게 고개를 돌렸다.

 

“떠넘기고 있네 결국은. 지들 손에 더러운거 묻히기 싫다고.”

 

코를 훌쩍이던 진철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우리는 봉이야.”

 

“박진철…”

 

“우린 봉이야…”

 

진철은 아이가 눕듯 다리를 끌어 모으고 누웠다.

 

그의 말에 인섭은 입을 꾹 닫고는 차만 몰아갔다. 차속에는 또다시 침묵만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현장에 도착하자, 경찰차 네대가 현장을 에워싸고 있었다. 차를 간신히 세우고 장비를 착용한 인섭과 진철은 폴리스 라인을 넘어 현장으로 들어갔다.

 

“아니, 그냥 돌입해서 처리하면 되는거 가지고 왜 지금 밖에서 이러고 있습니까!”

 

먼 곳에서 황 계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모든 힘을 다해 목소리를 높이고 화를 내고 있었다.

 

인섭과 진철은 황 계장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아, 여기 왔네요. 야! 라인 뒤로 빼!”

 

인섭과 진철을 발견한 남성이 주변 사람들에게 외쳤다. 그의 어깨에는 무궁화 하나가 달려 있었다.

 

“뭐하는겁니까 지금! 인원 있는데 그냥 진압하면 되는거 아닙니까!”

 

황 계장은 멱살이라도 잡으려는 듯, 남성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순경 하나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고, 황 계장은 분노에 쌓여 삿대질을 마구 해대고 있었다.

 

“그냥 쏘라고! 당신네들 매뉴얼도 개정되서 이제 그냥 쏠 수 있을거 아냐!”

 

“감염 위험이 있을때는 감염 대응반 기다리라고도 나와있습니다. 여기 오셨으니까 이제 그쪽 일이죠.”

 

“아니 그러면 경찰들 이만큼을 왜 불러모은건데!”

 

인섭과 진철은 황 계장의 팔을 잡고는 살짝 뒤로 잡아당겼다.

 

“놔봐! 아니, 지금 당신네들 무슨 테러리스트 대응하는거야? 지금 저대로 두는게 더 비참한거 당신네들 몰라?”

 

지휘관은 황 계장의 말에 얼굴을 찌푸렸다.

 

“아, 거 말 개같이 하시네. 그러면 애초에 이런 일 안만들게 관리를 잘 하셨어야지.”

 

진철이 지휘관의 말을 듣고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인섭은 그의 팔을 꽉 쥐고는 고개를 저었다.

 

“허… 말빨 조지고 앉아있네, 개같은…”

 

“계장님…”

 

인섭은 황 계장의 팔을 잡아당겼다. 자신의 팔을 잡은 인섭의 얼굴을 본 그는 이를 악 물다가 인섭의 손을 뿌리쳤다.

 

황 계장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지휘관을 노려다 봤다. 지휘관은 애써 황 계장의 눈을 피하려 다른 순경들을 둘러봤다.

 

“자, 감염 위험 있으니까 일정 거리 전원 유지해!”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휙휙 손짓을 하고는 인섭과 진철에게 고개를 돌렸다.

 

“저기 보이시죠? 감염자.”

 

그는 손가락으로 산 입구를 가리켰다. 산 입구에는 관용차량 한대가 주차되어 있었고, 창문 여기저기에 검은색 피가 뿌려져 있었다.

 

안에는 만식이었던 무언가가 감염자로 변해 있었고, 푸르른 피부에 드러난 검은색 핏줄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손으로 창문을 마구 두드리고 있었다. 손이 피묻은 창문에 닿을 때마다, 조금씩 핏줄기들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진철은 만식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의 손끝은 떨리기만 했다.

 

“주변으로 감염 위험이 안퍼지게 일단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진압 하시면 됩니다.”

 

지휘관은 엄지손가락으로 봉고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경찰분들 동원해서 바로 쏘면 되는거 아닙니까. 왜 저희까지 부르셨습니까?”

 

인섭은 얼굴을 찡그리고 지휘관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그의 말을 들은 지휘관은 어이가 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허. 거 뒤에 계장님이랑 같은 이야기를 하시네.”

 

“뻔히 할 수 있는거 아닙니까. 경찰에서도 충분히 방아쇠 당길 권한이 있는데 이게 지금 뭐하는겁니까?”

 

“대응팀은 대응팀이 처리하셔야죠. 저 사람 대응팀이라면서요? 차도 시청 차량이고.”

 

지휘관은 무시하듯 고개를 돌렸다.

 

“감염위험때문에 우리는 대응팀 부른겁니다. 고위험 아닙니까, 막 변한 감염자 말입니다. 근육도 그대로 기능을 해서 잘못하면 여러사람 다칠수도 있으니, 기관 연계차원에서 부른겁니다.”

 

“하… 진짜…”

 

황 계장은 팔을 걷어붙이며 투덜거렸다.

 

“당신네들. 폭탄 맞을 각오나 해. 내가 씨발 더러워서.”

 

황 계장은 인섭과 진철을 데리고는 옆쪽으로 빠졌다.

 

멀어지는 내내, 경찰 지휘관은 코웃음만 치고 있었다.

 

“저 씨발새끼 저거…”

 

인섭과 진철이 타고 온 차량으로 걸어 온 황 계장은 욕을 뱉었다. 그의 얼굴은 붉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어쩔수 없다. 우리가 처리 하고, 정식으로 이의제기 하는거밖에 없어.”

 

황 계장의 한마디에 인섭은 이를 뿌득 갈았다.

 

“개같이 진짜… 무능한 새끼들…”

 

“속전속결로 끝내자. 알겠지? 추모하고 아파하는건 일단 해결부터 봐야해. 알겠냐 박진철?”

 

멍하니 만식의 차만 보고 있던 진철은 뒤늦게야 고개를 돌렸다.

 

“네? 아… 네. 알겠습니다.”

 

고장이 난 로봇처럼 반응을 하는 진철의 모습을 본 황 계장은 진철을 보고 얼굴을 또다시 구겼다.

 

“야, 박진철. 정신차려! 너 일하러 온거야! 너 감염되고 싶으면 그렇게 정신줄 빼놓고 있어!”

 

진철은 황 계장이 목소리를 높여가는 것을 듣고는 옆으로 눈을 흘겼다.

 

그의 눈에서는 당장이라도 피눈물이 흐를거 같았다.

 

“어디서 개눈깔을 뜨고 봐!”

 

“야, 박진철…”

 

분노하는 황 계장의 옆에서, 인섭은 진철의 옆구리를 살짝 찌르며 말했다.

 

입이 덜덜 떨리고 있던 진철은 이내 눈길을 죽이곤 다시 만식의 차를 바라봤다.

 

당장이라도 문이 열릴 것처럼 차가 덜컹덜컹 거리고 있었다.

 

인섭은 산탄총을 장전하고는 성큼성큼 만식의 차로 걸어갔다. 진철은 무거운 다리를 간신히 움직여 인섭의 뒤를 따라갔다.

 

경찰들이 친 진을 넘어가고 나니, 인섭과 진철은 경찰들이 모두 자신을 겨누고 있는게 느껴졌다. 조금이라도 수틀리면 모든 총들이 일제히 불을 뿜을 것 같았다.

 

두 사람이 천천히 만식의 차로 다가가자, 만식의 움직임이 잠시 멈췄다. 흔들리던 차는 다시 고요해졌다.

 

인섭은 조심스레 창문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창문은 피로 이미 잔뜩 칠해둬서 안쪽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는 조심스레 차 창문으로 다가갔다. 안쪽이 잘 보이지 않아 조심스레 창문쪽으로 얼굴을 가져다 댔다.

 

“그아악!”

 

쾅! 고요히 앉아있던 만식이 다시 운전석 창문에 얼굴을 쳐박았다.

 

창문에 꽉 눌린 만식의 피부는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그는 얼굴을 피에 문지르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