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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이동한 창신동 체육관은 소란스러웠다.

 

정문은 굳게 닫혀있었지만, 정문 너머로 고성이 오가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인섭과 진철은 문을 들어가기 전부터 사색이 됐다.

 

굳어진 얼굴은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 지옥의 밑바닥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인섭과 진철은 조심스레 유리문을 열었다.

 

“아니 일단 피해 집계도 제대로 안됐는데 돈부터 꽂는건 뭡니까 지금!”

 

체육관 전체를 찢어놓을 듯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선생님, 일단 잠시 이야기를 좀 들어주십쇼. 저희가 지금 우선은…”

 

“내 말이 틀렸습니까! 정확한 보상을 요구하는건데 지금 애초에 보상 안하려고 말을 막고있잖습니까!”

 

“아니 선생님… 일단은 저희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무대에 올라선 사람들이 마이크를 잡고 말을 하고 있었다. 큰 소리로 화를 내고 있는 사람들의 웅성대는 소리에 에코와 리버브마저도 먹히고 있었다.

 

“설명 아까부터 했잖아! 결국 돈 제대로 안주겠다는거랑 개콩만큼 주겠다는거랑 다를거 아무것도 없는거 아냐!”

 

인파속 한 남성이 소리를 질렀다.

 

연단 위에 있던 남성은 연단에 고개를 푹 박았다.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은 그는 마이크를 잡은 손에 힘을 꾹 주고 있었다.

 

무대 아래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공무원증을 맨 사내가 무대위로 황급히 뛰어 올라갔다.

 

“선생님들, 잠시만 자리에 앉아주십쇼. 일단 상황 설명을 제가 드리겠습니다.”

 

목을 가다듬은 그는 헛기침을 두어번 했다.

 

“저는 상제구청 주민생활지원과 박진호 입니다. 우선 저희 구청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총력을 기울여 지원책을 마련중…”

 

“빨리 본론부터 말해!”

 

“아… 음…”

 

“대책이고 나발이고간에 뭐 어떻게 하겠다는거에요!”

 

체육관 바닥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또다시 하나 둘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하… 일… 일단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선생님들. 지금 우선 토사류 제거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후에 다음 단계들을 차차 밟아 나갈 계획입니다.”

 

인섭과 진철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조심스레 걸어서 공무원들 옆쪽으로 이동했다.

 

인섭은 옆에 서있던 공무원에게 살짝 몸을 기울이곤 귓속말을 했다.

 

“조사반에서 나왔습니다…”

 

“상황 안좋을때 오셨네요…”

 

공무원은 땀을 뻘뻘 흘리며 종이를 쉼없이 넘기고 있었다.

 

“지금 무슨 상황인가요?”

 

인섭이 조심스레 물었다.

 

“보시는대로요. 보상문제랑 지금 당장 상황때문에 엄청 싸우고 있죠…”

 

공무원은 당장이라도 울것처럼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그의 말을 듣고 다시 인파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람들은 연단과 무대에 서있는 공무원들을 향해 분노를 던져대고 있었다.

 

“야! 지금 우리 집이 파묻혔는데 차차 밟아가고 지랄이 어디있어!”

 

“살 집 잃은 사람들한테 뭐하는 짓이야! 야! 공무원이면 다야!”

 

사람들은 삿대질을 하기도, 목소리를 높이기도, 주저앉아 훌쩍거리기도 했다.

 

진호는 마이크를 연단에서 뽑아들고는 무대 중앙으로 나아갔다.

 

“우선 구호품들은 지금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고, 곧 배부될 예정입니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오는대로 바로 공급이 될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의 말에 사람들이 웅성웅성거렸다.

 

이미 급하게 공급된 담요들이 있었고, 사람들은 털썩 주저 앉았다.

 

그때, 인파 가운데 있던 사람이 앞으로 걸어나가서는, 모두를 진정시키려는 듯 살짝 손을 들었다.

 

“자자, 잠시만요. 우리 다 지금 같은 입장 아닙니까. 대표로써 여러분 의견 모은대로 제가 전달 하겠습니다. 어제 우리 이야기 많이 했잖아요 여러분. 그렇죠?”

 

사람들이 웅성대던 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었다.

 

“아니 안준다잖아요! 방금 액수 들었잖아요!”

 

“압니다, 알아요. 저도 답답합니다, 어머님. 그래서 더 저도 화가 나요.”

 

앞에 선 남성은 진땀을 빼듯 이마를 쓰윽 닦았다.

 

“어머님, 우리 어제 말했잖아요. 당장 저도 지금 집으로 돌아가도 흙더미 위에서 자야해요.”

 

“그러니까! 우리 지금 집이 없어졌잖아요 집이!”

 

“어머님, 그렇다고 화를 내면 결국 화만 불러오는거에요. 우리 문명인 맞잖아요, 그렇죠?”

 

“하이고… 참내…”

 

남성에게 일갈을 해대던 여성은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툴툴대며 가슴을 퍽퍽 치고 있었다.

 

“우리 요구랑 상황을 정확하게 전해야하는거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사람들은 점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변하고 있었다.

 

“확실하게 전하겠습니다 여러분, 확실하게.”

 

남성 대표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뒤로 돌아 진호를 바라봤다.

 

사람들 앞에 선 남성은 옆에서 달려온 공무원이 건네준 마이크를 받았다.

 

“지금 공무원님도 상황을 아시잖습니까. 여기 있는 사람들은 지낼곳이 거기밖에 없는 사람들입니다. 당장 저도 그렇구요. 그런데 지금 집이 저 흙에 파묻힌 상황이구요.”

 

진호는 다시 마이크의 전원을 켰다.

 

“네.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주변 군부대 대민지원까지 받아서 토사류 정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빠르면 오늘 저녁부터, 늦어도 내일 정오까지는 어느정도 정리가 될겁니다.”

 

“지금 당장 구호물품도 급하지 않습니까. 제대로된 끼니를 지금 먹지도 못한 상황입니다. 기껏해야 지금 긴급구호로 온 햇반만 우적우적 먹고있잖습니까. 버너 수도 부족해서 제대로 데워 먹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대표는 옆에 있던 사람의 박스에서 햇반을 하나 꺼내들었다.

 

“그… 에 대해서는 제가 책임을 지고 버너를 구해보겠습니다. 일단 재난복지 재단에서 구호물품이 들어오고 있으니, 그것부터 배부를 하고 도와드릴수 있게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진호의 말에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허나 지금 당장 저희가 당면한 문제들이 이것뿐만은 아니잖습니까. 그 흙들이 치워진다고 해도 파묻힌 것들도 결국은 다 피해 아닙니까. 이에 대한 방지책이나 대응책이 현재 수립된 상황입니까?”

 

진호는 대표의 말에 난감한 듯 마이크를 잡고는 멈칫거렸다.

 

그는 살짝 옆으로 고개를 돌리고 동료 공무원을 슬쩍 바라봤다. 동료 공무원 조차도 눈을 꿈뻑꿈뻑거리며 진호를 보고 있었다.

 

“그… 일단은…”

 

진호는 옆의 공무원에게 손짓을 했다. 무대 밑에 있던 공무원이 서류철을 진호에게 전달했다.

 

“국가 재난 상황에 대해서 재난 복구 지원금 기준이 이렇게 산정 되어 있습니다.”

 

진호는 서류가 꽂힌 판을 살짝 흔들었다.

 

“일단은 이것도… 음… 어느정도 산사태 잔여물들이 치워지고 나서, 저희쪽으로 신청을 해주시면 조사를 하고 지원금을 기준에 맞게 지급을 할겁니다.”

 

사람들의 곡소리가 조금씩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분노를 가득 담은 눈으로 진호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박스를 툭툭 차기 시작한 사람들도 있었다.

 

“아니, 그러면 그게 한참일거 아닙니까. 어느 세월에 조사관이 옵니까? 저희는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지금 빠른 시일 내로 보상금이든 뭐든 안내려오면 저희는 길거리로 나앉습니다.”

 

“최대한 빨리 복구를 하고 방법을 찾도록 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도록 약속하겠습니다.”

 

“당장 임대료 내라고 한 집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입니다. 저희는 지금 벼랑끝에 서있어요.”

 

사람들의 사이에서 ‘옳소’ ‘맞아’ 와 같은 맞장구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었다.

 

진호는 난감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일단 저희가 지금 집중하고 있는건 토사류 제거입니다. 침수 가정들에 대해서 빠른 조치를 취하고 있습…”

 

“아니 그래서 저희는 그냥 알고싶은겁니다. 그래야 우리도 계산을 할거 아닙니까. 들어가는 집값도 있을거고, 아무리 낡고 골골거려도 지금 집이 다 잠겨버렸는데 버려야하는거도 많을거 아닙니까.”

 

진호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게 지금… 제가 어떻게 말씀드릴 수 있는 사항이 아닙니다. 기준상으로는 피해정도마다 보상금이 다르게…”

 

“아니, 그렇다고 해도 이전에 지급되었던 선례들이 있을거 아닙니까.”

 

주민 대표의 말에 진호는 숨이 턱 막히는지 넥타이를 살짝 풀었다.

 

“지금 어떻게 말씀 드릴수 있는게 없습니다. 전부 케이스가 다 다를거기 때문에…”

 

“아니 규정이 있고 기준이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걸 불러달란겁니다 저희는.”

 

“선생님 지금 이게… 이대로 적용이 될지 안될지는 실제로 피해조사를 해봐야 압니다.”

 

진호는 진땀을 빼고 있었다. 점점 웅성대는 소리가 커져가고 있었고, 사람들의 기세에 눌린 진호의 다리는 후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럼 기준이라도 읊어주십쇼. 저희 집은 침수피해가 생긴거처럼 반정도 잠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