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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동 팀이 사라진 곳, 인섭과 진철은 멍하니 서있기만 헀다.

 

당장 남은 감염자를 제거하려고 해도, 우선은 무너진 흙더미를 파서 집을 드러내야했다.

 

거기에 당장 창신동 대응팀도 어딘가로 사라진터라, 두 사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의 뒤로 인부들이 머뭇머뭇거리고만 있었다.

 

인섭은 살짝 뒤로 돌아 발만 어기적 거리고 있는 인부들을 보고는, 소독약을 무너진 구멍으로 부어넣었다.

 

안쪽에서 고기를 달군 프라이팬에 놓은 듯한 지글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와서 파내셔도 됩니다. 안전해요.”

 

인섭은 발에 묻은 진흙을 살짝 벽을 차 털어냈다.

 

그들이 무표정하게 한 말에도 인부들은 가까이 오려고 하지 않았다.

 

진철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옆에 놓여있던 삽을 집어들었다.

 

구멍의 옆쪽을 천천히 파내려가기 시작한 그는, 땀을 스윽 닦았다.

 

대여섯삽을 뜨고 바닥에 삽을 박아넣은 진철은 인부들을 바라봤다.

 

“자, 보세요. 이미 죽어가지고 아무리 그 주변 쑤셔봐야 아무 해도 안와요. 그냥 죽은거에요.”

 

진철은 손을 마주쳐 장갑에 묻은 진흙을 탈탈 털어냈다.

 

쭈뼛거리던 인부들은 조심스레 인섭과 진철을 지나 집을 파내려가기 시작했다.

 

“우욱…”

 

무너진 벽 뒤에 쌓인 판자집이 점점 드러날수록, 썩어가는 냄새가 강하게 풍겨왔다.

 

“우웨에엑! 쿨럭… 쿨럭…”

 

인부중 한명이 삽을 찔러넣은 곳에서 올라오는 부패한 냄새에 토악질을 해댔다.

 

“아니… 아니… 이거 뭐 도대체 얼마나 이 안에서 이렇게…”

 

“최소 이주는 됐댑니다. 최소…”

 

인섭은 마스크의 틈이 없도록 잘 눌러쓰면서 인부에게 답했다.

 

인섭의 말을 들은 그는 얼굴을 구기고는 삽을 퍽퍽퍽 퍼냈다.

 

단단하게 엉겨붙어 지탱하고 있던 진흙들이 점점 걷혀가고, 방안에는 머리가 꿰뚫려 죽은 감염자 시체 하나와 정체모를 하반신이 놓여 있었다.

 

인섭과 진철은 시체 가방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상반신만 있는 시체가 하나 있던 기억이 났다.

 

인부들은 다급히 진흙을 치우고는 집에서 서서히 멀어졌다.

 

그들은 슬금슬금 뒷걸음질만 치고 있었다.

 

인섭은 미세하게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장갑을 고쳐꼈다.

 

남아있는 감염자의 시체들을 대충 수습한 두 사람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풍겨오는 냄새도 냄새였지만, 창신동에 아직 남은 매몰 지역이 있다는 사실 자체에 짜증이 올라왔다.

 

비가 그친 이후로 열이 꾸준히 오르고 있던터라,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있었다.

 

인섭은 허리춤에 끼고 있던 라이트를 켜고는 감염자들이 있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야, 어디가.”

 

진철이 인섭의 뒤를 따랐다.

 

“또 뭐 찾을거 있으면 찾아가지고 말해줘야지. 그래야 일하고 있다는걸 알거 아냐.”

 

“그냥 가라로 하자…”

 

진철은 피로감이 다시 몰려왔다. 썩은 냄새가 희미하게 코를 찌르고 들어오고 있었다.

 

마스크의 필터가 점점 소모되는 느낌이 들었다.

 

“하, 냄새 찌르고 들어온다… 미친…”

 

진철은 작게 기침을 했다.

 

“마스크 바꿀때 됐나보네.”

 

인섭이 걱정스러운 눈으롣 뒤를 바라봤다. 진철은 눈을 찡그리고 실눈을 뜨고 있었다.

 

“보급이 내려와야 바꾸지…”

 

인섭은 피식 웃음을 짓고는 집안을 둘러봤다.

 

“내꺼라도 줄까?”

 

진철은 인섭의 어깨를 툭 쳤다.

 

“됐네요, 등신아. 빨리 주변이나 둘러보고 치우고 가자.”

 

진철의 말을 들은 인섭은 손전등으로 주변을 확인했다. 주변 여기저기에 피칠갑이 되어있었다. 창문 곳곳에는 청테이프를 바른 흔적이 있었고, 현관문 틈이나 벽에 난 구멍으로 빛이 들어오지 않도록 막아두기도 했었다.

 

그가 안쪽에 있는 작은 쪽방의 문을 열자, 안쪽에서 썩은 피비린내가 가득 풍겨왔다.

 

“우윽… 미친… 거긴 더 심하잖아…”

 

진철은 숨을 참으려는 듯, 입으로 숨을 흡 들이쉬었다.

 

인섭의 마스크조차 안전하지 않았다. 인섭조차도 얼굴을 찡그려야 할 정도로 냄새가 심했다.

 

방 벽에 가득 칠해진 검은 물들은, 모두 썩어 문드러져서 미세한 가루들을 바닥에 뿌리고 있었다.

 

방의 한가운데에는 쇠사슬에 달린 쇠고랑이 놓여 있었다.

 

발목을 묶을 정도로 큰 크기를 가진 쇠고랑에는 찢어진 발목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거실로 추정되는 공간에 놓인 하반신을 보니, 발이 어딘가로 사라지고 없었다.

 

쪽방의 입구에서부터 나있는 긴 피의 길은 하반신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 옆으로, 또다른 피의 길이 그려져 있었다.

 

방안을 다시 확인한 인섭은, 방 구석에 가득 흘러 말라붙은 피의 흔적이 보였다.

 

쪽방을 나와 바닥을 다시 살펴보니, 피의 길 근처에 생긴 또다른 피 웅덩이가 있었다. 그 옆으로 난 낙하혈흔의 끝은 화장실로 향해 있었고, 화장실 구석에 또다른 피 웅덩이가 있었다.

 

인섭은 어깨쪽에 무전기에 손을 올렸다.

 

“1팀입니다. 조사반 계십니까?”

 

– 현장 상황 어때?

 

황 계장의 목소리였다.

 

“좋은게 단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도 매몰가정 하나 파냈는데 감염자 네구 발견했구요. 감금 흔적도 찾았습니다.”

 

-감금흔적? 그게 무슨 소리야.

 

“쪽방에 이 무슨… 수갑같은거로 누구를 감금해뒀었나봅니다. 근데 부패가 심하다보니 발이 떨어져 나간듯 보이구요. 그리고… 일가족이 다 감염된거 같습니다.”

 

– 허… 참… 진 주사. 이거 들리지?

 

인섭은 주방으로 보이는 곳의 찬장을 열었다. 찬장 안에는 물때와 찌꺼기 낀 냄비와 라면 두봉지만 남아있었다.

 

그 외 조리기구나 조미료등은 그 어떤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일가족이 다… 죽은거 같습니다. 지금… 음… 남아있는거도 없고… 다 지금 삭았든 썩어문드러지든… 뭐… 그렇습니다.”

 

– 혹시 조금 더 알아낼 정보는 없어? 왜 그 감염자를 가둬뒀는지, 그 감염자가 누군지 하는 그런거 말야. 아니면 그 일가족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들어볼만한 뭐… 없는거야?

 

“음…”

 

인섭은 곰곰히 생각했다.

 

“아까 이웃인거 같은 분이 한 분 계셨습니다. 그분한테서 이야기 들어볼까요?”

 

– 부탁한다. 지금 이쪽도 갈래가 점점 진 주사가 말한 그 갈래로 정해지고 있어서 말야.

 

“네, 알겠습니다.”

 

– 아, 그리고말야…

 

황 계장은 뜸을 들였다. 마이크를 톡톡 치는 소리가 들리곤, 황 계장이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 너네 창신동 체육관 잠깐 좀 갔다 와야겠다.

 

“네? 저희가요?”

 

– 그럼 니들 말고 거기 갈 사람이 어디있냐.

 

인섭과 진철은 당황함에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굳은 얼굴로 무전을 이어나가던 인섭은 골머리를 싸매듯 관자놀이를 꾸욱 눌렀다.

 

“혹시 무슨 일때문에 가는겁니까?”

 

– 뭐겠냐. 현장 목소리 듣는거지.

 

“계장님, 저희 거기가면…”

 

인섭이 당황하여 말을 얼버무릴때, 진철이 황급히 무전기를 잡았다.

 

“계장님, 저희 거기 가면 죽습니다. 맞아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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