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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섭과 진철은 편의점에서 핫바를 대충 사들고 창신동으로 향했다.

 

그들이 창신동 경계선을 지나 매몰지역으로 들어섰을때 가장 처음 본 풍경은, 동네를 듬성듬성 메우고 있는 포크레인들이었다.

 

인섭은 경찰의 안내에 따라 차를 몰아갔고, 주차를 하곤 무전기를 집어들었다.

 

“과장님, 계장님. 1팀 창신동 도착했습니다.”

 

– 어, 그래. 둘 다 밥 먹은거 치고는 빨리 도착한거 같네?

 

고 과장의 말에 인섭과 진철은 핫바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 예… 음… 한… 한시가 급한거 같아서 일단 왔습니다.”

 

– 그래주면 고맙기야 하지만, 밥 거르고 댕기지 마라. 내가 욕먹으니까.

 

“창신동에서 해야하는거 있습니까?”

 

– 있지. 이번에 지금 매몰가정들 처리하는거 돕는거랑, 정확히 거기는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와야지.

 

인섭은 주변을 둘러봤다. 경찰들과 소방관들을 제외하고도 수많은 사람들이 매몰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굳게 닫힌 차 창문 너머로 산탄총 소리가 간간히 들려오고 있었다.

 

매몰가정들에 숨어있던 감염자들을 처리하는 소리였다.

 

“우선 알겠습니다. 이쪽 처리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 그래. 다치지 말고.

 

무전기에서 작은 노이즈가 들려왔다. 고 과장은 무전기를 내려놓은 듯 했다.

 

인섭과 진철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귀찮다.”

 

인섭은 어깨를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집에서나 밖에서나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던 터라, 그는 피로감이 가득 쌓인 듯 보였다.

 

“아효… 이거도 그냥 창신동 팀한테 보고서만 적당히 받아가지고 넘기지…”

 

진철은 짜증난 듯, 옷 매무새를 만지작 거리며 모자를 썼다.

 

그때, 멀리서 산탄총을 들고 걸어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어, 저 인간들…”

 

인섭이 다가오는 사람들을 알아보고 눈을 찌푸리고 확인했다.

 

“창신동 팀이네.”

 

진철은 세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차에서 훌쩍 내렸다.

 

“아이고! 여긴 또 무슨일로 오셨어요!”

 

창신동 팀장이 먼저 반갑게 인섭과 진철을 맞이했다.

 

“일하러 왔죠, 당연히. 저번처럼요.”

 

손을 내밀며 다가오는 창신동 팀장의 손을 맞잡은 진철은 가볍게 악수를 했다.

 

“상황이 어떻게 됩니까?”

 

트렁크쪽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진철과 인섭의 뒤를 따라, 창신동 팀이 따라붙었다.

 

“뭐… 저번이랑 크게 달라진건 없습니다. 현재까지 네구 추가로 발견했고, 처리는 완료됐습니다.”

 

창신동 팀장은 이마의 땀을 슥 훔치며 말했다.

 

진철과 인섭은 묵묵히 보호 장비를 착용했다. 그들은 밥먹듯이 하던 일을 하는 것 마냥 무표정했다.

 

“전체적인 수색이나 피해 복구는 어느정도 진행됐습니까?”

 

인섭이 보호구 조끼에 산탄총 총알을 하나씩 꽂아넣으며 물었다.

 

“일단 사흘동안 많이 진행 됐습니다. 심각하게 매몰됐던 가구들을 우선적으로 해서 파냈구요, 과정에서 감염자들을 몇 찾긴 했습니다. 저희가 상주하고 있다가 감염자 발견했다고 할때마다 급하게 나가서 잡았었구요.”

 

“그럼 오대기로 계신거네요 거의?”

 

“예, 그런셈이죠.”

 

진철은 장비를 입고 있다, 익숙한 얼굴을 보곤 창신동 팀원의 등짝을 쳤다.

 

“너 이새끼 너… 일 새로 구하라고 했잖아.”

 

등짝을 맞은 팀원은 하품을 쩌억 해댔다.

 

“아니… 그러려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되서 말이죠…”

 

“이놈새끼 이거…”

 

진철은 걱정스러운 듯 팀원의 몸을 살폈다.

 

창신동 팀장은 자신의 팀원에게 질타를 하듯 배쪽을 푹 찔렀다.

 

“너는 좀 들어가서 쉬라고, 임마.”

 

“아니, 지금 도와주러 온 사람들이 오셨는데 어떻게 그래요… 흐암…”

 

인섭은 자신들의 트렁크 뒤에 있던 박카스를 세병 꺼내 창신동 팀에게 나눠줬다.

 

“야, 정석아. 좀 저기 천막 들어가서 눈 붙이고 있으라니까…”

 

어린 팀원은 팀장의 말에 머리만 긁적거렸다.

 

“어짜피 오늘 대충 마무리 된다면서요? 그러면 뭐… 그냥 이거까지 마치고 들어가면 되죠.”

 

정석은 눈을 부비적거렸다. 그의 눈에는 쌍꺼풀이 가득 져 있었다.

 

“너는 뒤로 빠져있어. 올거면 뒤에서 적당히 따라 와, 적당히.”

 

트렁크를 닫은 진철은 산탄총을 어깨에 턱 얹고는 창신동으로 걸어들어갔다.

 

인섭은 저벅대며 걸어가는 팀원들의 뒤를 따라 마을 속으로 들어갔다.

 

마을은 정신없어 보였다. 사람들은 흙에 잔뜩 범벅이 된 물건들을 집 밖으로 던지고 있었고, 구조대원들과 중장비 기사들은 정신없이 흙을 퍼내고 있었다.

 

“얌마! 가생이에다가 줄로 묶고 선 표시를 하란말야!”

 

중장비를 몰고있던 기사는 포크레인을 멈추고는 창밖으로 고개를 쭉 빼고 있었다.

 

그는 화가 난 듯, 자신 앞쪽에 있던 사람들에게 마구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아니 옘병, 아예 집이랑 흙이랑 뒤섞여가지고 어디가 경계인지도 모르는데 가생이 표시를 어떻게 해, 이 사람아!”

 

“아니 눈깔이 없남! 그냥 대충 하라고, 대충!”

 

건설회사에서 나온 사람들인지, 중장비 기사와 앞쪽의 사람들은 상도건설이란 글자가 적힌 조끼를 입고 있었다.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지나면서, 인섭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집앞에 멍하니 앉아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망연자실한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하나같이 입꼬리를 내리고 있었고,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사람들의 눈 아래는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

 

눈물조차 흘리는 것이 지쳤는지, 사람들의 눈가에는 희미한 눈물의 길이 말라붙어 있었다.

 

흙더미와 말라 떨어진 황토가루들 덕택에 눈물 길은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그때, 호루라기를 부는 소리가 들렸다. 창신동 팀은 입으로 나지막히 욕을 내뱉었다.

 

“발견했나보네요.”

 

그들은 호루라기 소리가 들린 진원지로 발걸음을 옮겨갔다.

 

호루라기의 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더욱 다급하게 불어대는 지, 호루라기를 부는 소리는 더욱 더 빨라지고 있었다.

 

“여기! 여기여기! 여기 셋! 셋!”

 

“미친…”

 

먼쪽에서 들려오는 고함을 들은 진철은 욕을 내뱉었다.

 

“상황 개같네요.”

 

창신동 팀장은 발을 더욱 빨리 움직여 뛰기 시작했다.

 

“셋 나왔다! 셋!”

 

“아… 좆됐네 진짜…”

 

진철은 팀과 함께 발을 맞춰 함께 뛰어가기 시작했다.

 

몇미터 남짓 남았을때, 짐승이 그르렁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인섭과 진철은 황급히 마스크를 올려썼다.

 

“와 씨발, 이거 뭐야…”

 

창신동 팀장과 팀원들은 얼굴을 구기고는 마스크를 대충 썼다. 썩은 냄새가 멀리서부터 퍼지고 있었다.

 

현장으로 달려가는 인섭과 진철은 안전장치를 풀고는 펌프를 당겼다.

 

사람들이 뒷걸음질을 치며 현장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지나가겠습니다! 대응팀입니다!”

 

창신동 팀장은 인파를 열심히 가르고 현장으로 들어갔다.

 

인섭은 사람들 사이를 뚫고 빈 공간으로 들어가자마자 얼굴이 굳어졌다.

 

하반신이 온데간데 없이 바닥을 기고 있는 감염자 하나와 팔이 사라진 감염자가 판자집 하나에서 천천히 기어나오고 있었다.

 

“아, 씨발거 진짜…”

 

창신동 팀장이 욕을 내뱉고는 산탄총을 장전했다. 그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겨 걸어나오는 감염자에게 발사했다.

 

산탄총의 저지력에 밀린 감염자는 바닥으로 털썩 쓰러졌다.

 

바닥에서 꿈틀대는 감염자는 어깨를 들썩거리기만 했다.

 

몸을 빙글 돌려 일어서려 했지만, 그의 팔은 어딘가로 떨어져 없어져있었고 바닥에서 헤엄을 치듯 움직이고 있었다.

 

인섭과 진철은 산탄총의 방아쇠를 당겨, 바닥에 있던 하반신 없는 감염자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깔끔하게 없어진 머리에 감염자는 움찔거리다 움직임이 멎어버렸다.

 

바닥에서 버둥대던 감염자의 옆으로 다리를 절뚝이는 감염자가 집 담을 돌아 걸어오고 있었다.

 

정석은 뒤쪽에 서있다 산탄총을 장전하고는 새 감염자를 조준했다.

 

그의 총구 끝은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정석은 망설임없이 방아쇠를 당겼지만, 감염자의 가슴팍에 구멍이 나기만 했다.

 

“아이씨…”

 

정석은 당황하여 총을 장전하려 했지만, 빠져나오지 못한 탄피가 약실에 걸려 펌프가 당겨지지 않았다.

 

“아씨… 미친…”

 

정석은 당황하여 총을 자꾸 당기기만 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인섭이 정석의 총을 잡고는 아래로 내리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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