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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잠에 곤히 빠져든 주희를 뒤로 하고 나온 주현은 한숨을 푹 쉬었다.

 

”내가 조심하라고 했잖아, 성아야… 너무 무리 안하게…”

 

성아는 미안한듯 살짝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언니…”

 

인섭과 진철은 걱정스러운 듯 병실 안을 보고 있었다.

 

”괜찮겠죠…?”

 

인섭은 주희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눈물자욱이 말라붙어 있었다.

 

”일단 근육이완제를 주긴 했어요. 근데 트라우마가 워낙 깊어서… 이거로 될까 싶네요…”

 

주현은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당장이라도 플래시백이 오는게 이상한 상황이 아니었지만, 격한 반응을 보인 주희의 모습에 걱정부터 앞섰다.

 

“가족들한테도 연락을 해봐야하는데 상태가 저래서야… 제대로 물어보지도 못했어요…”

 

주현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는 발만 까닥까닥 거렸다.

 

“가족… 있을까요…”

 

진철이 바깥을 보며 담배를 꺼내물며 말했다.

 

차마 불을 붙일순 없었다.

 

“무슨…”

 

“가족 죽었어요.”

 

진철은 입으로만 담배를 이리저리 우물거렸다.

 

“가족 죽었다구요.”

 

“아…”

 

“왜 저희가 쟤를 여기로 데려왔겠어요. 수색하다가 발견한거지.”

 

주현은 절망감에 살짝 주저앉았다.

 

“지금 월곡 저수지쪽에 난리 났을겁니다. 저수지에 감염자 시체 셋이 떠있더라구요. 정황상…”

 

주현은 얼굴을 감싸쥐었다. 그녀의 어깨가 천천히 떨리고 있었다.

 

“친척이라도 찾아야겠네요…”

 

그녀는 눈을 비비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의 눈은 또다시 붉어져 있었다.

 

“성아야… 넌 필요한거 듣긴 들었어?”

 

성아는 옆에 서서 골똘히 생각을 하다가 주현의 목소리에 고개를 슬쩍 돌렸다.

 

“응? 아… 응… 일단은…”

 

“그게 의미가 있는거면 좋겠다.”

 

주현은 성아에게서 고개를 돌려선 자신의 사무실로 터덜터덜 걸어가기 시작했다.

 

“언니…”

 

“조심해서 들어가…”

 

그녀의 그림자는 무거워보였다. 주현이 복도를 돌아 사라지고, 성아는 옆쪽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럴려고 했던게 아닌데…”

 

진철은 의자에 앉아 멍하니 앞만 보고 있는 성아의 옆에 우두커니 섰다.

 

“이럴거라는거 모르셨던건 아니잖아요, 주사님.”

 

“알았어도… 이렇게 급격하게 올거라곤 몰랐죠.”

 

성아는 창문 너머로 병실을 다시 확인했다.

 

주희는 깊은 잠에 빠진 듯 했지만,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고 있었다.

 

“그래서, 얻으신게 뭔데요?”

 

인섭이 조심스레 물었다.

 

“얻은거… 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그녀는 주현이 사라진걸 확인하고는, 복도 끝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이렇게 얻는게 맞는건가 싶기도 하고…”

 

성아는 또다시 손톱을 물어뜯었다. 그녀는 복도 끝으로 걸어가며 있던 좌우의 병실들을 확인하며 천천히 걷고 있었다.

 

“맞기는 한걸까요…”

 

“뭐가 말씀이신데요?”

 

인섭이 성아의 뒤를 따라갔다. 진철은 담배만 우물우물거리다 두 사람의 뒤를 잡으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뭔가 실마리라도 잡을라면 사람들 증언이 중요한데… 그 증언 하는거 자체로 저렇게 발작을 일으켰다는건…”

 

성아는 한숨을 쉬었다.

 

“미안해요 너무.”

 

인섭은 말없이 성아의 뒤에 서있었다. 그들이 걷는 병실의 양쪽으로, 링겔을 꽂고 잠에 들어있는 사람들이 여럿 보였다.

 

아랫층에 있는 병실들보다는 상황이 나아보였지만, 결국은 모두 아픈 사람들이었다.

 

보건소 옆쪽 비상계단으로 나온 성아는 난간에 기대어 바깥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녀는 입을 꾹 다문채로 먼 도시를 바라봤다.

 

작은 풀잎들이 꼿꼿이 서있는 것처럼, 고층 빌딩들이 가득한 도심이 보였다.

 

“뭐든간에… 빨리 해결합시다, 주사님.”

 

인섭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말했다.

 

“해결… 그래야겠죠…”

 

성아는 계단을 의자삼아 털썩 주저 앉았다. 계단에는 먼지로 뿌옇게 차있는 느낌이 들었다.

 

“상담사 자격증 따고 나서 항상 조심해야지 조심해야지 생각을 했어도… 이렇게 발작하는 친구들 있을때마다 가슴이 철렁해요.”

 

“혹시나 주사님이 아프게 했을까봐요?”

 

문가에 기대어 서있던 진철이 이야기 했다.

 

성아는 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그게 잘 안되네요…”

 

그녀는 손으로 턱을 괴고는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아무말도 잇지 않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진철은 조심스레 담배불을 붙였다.

 

“그래도 실마리가 없는건 아니니…”

 

“그 실마리를 어떻게 이용하는지는 주사님한테 달린거죠. 실마리를 쓰는거에 따라 그 주희라는 애한테 도음을 줄수도 있는거구요. 아닌가요?”

 

“그럴까요 정말…?”

 

인섭은 성아의 말에 눈을 꿈뻑거렸다.

 

“그건 주사님 몫 아닐까요.”

 

“음…”

 

성아는 눈을 살포시 감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후… 그런거겠죠… 그렇다고 한다면…”

 

“주사님 몫이에요.”

 

인섭이 성아에게 말을 남기곤 뒤돌아섰다. 계단에 앉아 곰곰히 생각에 잠겨 있는 그녀를 뒤로 한 인섭은 먼곳을 바라봤다.

 

큰 대비가 보였다. 도시가 가지고 있는 모순이 보였다.

 

높디 높은 빌딩들 옆쪽으로 펼쳐진 빌라들,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일층짜리 작은 집들과 판자촌들.

 

인섭은 그 모든 풍경을 눈에 담고 있었다.

 

“어제 보고서들이랑 서류들을 확인하다가 이상한게 눈에 띄였어요.”

 

성아가 머뭇거리다 눈을 뜨고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감염자 관련된 통계들은 수두룩했어요. 근데… 그건 없더라구요.”

 

“어떤거요?”

 

진철이 담배를 튕겨 끄곤 물었다.

 

“생존자 관련 통계요.”

 

“음… 어떤거 말씀이시죠?”

 

“생각해봐요… 죽은 사람들이랑 감염된 사람들에 대한 통계만 있지, 아직 처리되지 않은 감염자들이랑 유가족들에 대한 통계가 하나도 없잖아요.”

 

성아는 자신이 들고 있던 핸드백에서 종이 한장을 꺼내줬다.

 

“이게 감염자 관련된 통계 지시사항들이에요. 한번 자세히 살펴봐요.”

 

인섭은 종이를 받아들고는 위로부터 아래로 쭉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감염 관리 매뉴얼에서 빼온 듯한 종이의 내용에는, 감염자 관리 관련 통계 지시사항이라고 적혀있었다.

 

“거기 잘 보면, 전체 감염자 숫자, 감염자 처리 숫자, 보건소 방문자 숫자, 월 예산 집행 액수, 현재 격리 감염자 숫자에 관련된 통계를 집계하라고 나와있어요.”

 

“이게 왜요?”

 

“윤 주사님, 제가 하나 물어볼게요.”

 

성아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그녀의 눈은 다시 빛나고 있었다.

 

“지금 거기 있는 통계만 가지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약을 받아가고 있는지 알아챌 수 있어요?”

 

“알 수 있죠. 격리 감염자 숫자가 결국 약을 받고 있는 사람 숫자 아닌가요?”

 

“아니죠. 격리는 말그대로 고위험 감염자들을 따로 격리를 하는거죠. 방문자 숫자랑 격리 감염자 숫자랑 놓고 봤을때, 방문자가 다 격리 감염자인가요?”

 

머리 속에서 전구가 켜진듯, 인섭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성아를 바라봤다.

 

“물론 보건소 방문자 중에서는 감염자만 관련된건 아니에요. 다른 업무를 보러 온 사람들도 있었겠죠.”

 

“그렇죠. 당장 뭐… 보건증 받으러 보건소 오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근데… 이걸 한번 봐봐요.”

 

성아는 가방속에서 또다른 종이를 꺼냈다.

 

인섭은 종이를 받아들고 종이 위의 그래프를 확인했다. 그래프의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꾸준히 숫자가 내려가고 있었다.

 

“이게 뭐에요?”

 

“성서 보건소 방문자 숫자에요.”

 

“꾸준히 떨어지네요?”

 

진철은 인섭의 옆으로 슬그머니 와서 같이 그래프를 확인했다.

 

“네. 그렇죠. 근데 보고서에서 확인했던 내용대로면, 감염자의 숫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구요.”

 

인섭은 얼굴이 구겨졌다.

 

“그 말 대로면…”

 

“네. 맞아요.”

 

성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모종의 이유로 보건소에 발길을 끊고 있다는 거죠.”

 

진철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의아해했다.

 

“근데 안온다고 해서 무조건 그게 다 감염자 숫자로 간다고는 말 못하잖아요. 그냥 필요가 없어서 안올수도 있는거고…”

 

“그래서 주희 말이 필요했던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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