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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가 반쯤 쳐진 유리창 너머, 의사가 소녀를 돌보고 있었다.

 

링겔병을 갈아 끼우고 나온 의사에게 살짝 목례를 한 인섭과 진철, 성아는 창 너머의 소녀를 확인하고 있었다.

 

“아직 회복중이야. 정신 차린지 이제 한… 두시간정도 됐구.”

 

주현이 복도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래도 기적이다… 언니 이야기 들어보니까 완전 영양실조 심하고 고열까지 있는 상태였다면서?”

 

“여기 두분이 빨리 데려다 주셔서 다행이지.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주현은 비타민 음료 세병을 슬쩍 내밀었다.

 

“아… 감사합니다.”

 

인섭은 병을 받아들고는 진철과 성아에게 병을 건넸다.

 

창 너머의 소녀는, 허공만 보고 눈을 꿈뻑거리고 있었다.

 

“근데 성아야, 진짜 지금 해야해?”

 

주현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지금 안하면 언제해…?”

 

“그래도 조금… 조금 쉴 시간을 주고 하는게 낫지 않을까… 이제 막 일어났잖아…”

 

성아는 초조한듯 손가락으로 창틀을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주현은 걱정스러운듯 방 안을 확인했다.

 

“일단 실려왔을때부터 상태가 완전 나쁘다고 하긴 힘들긴 했어. 단지… 충격이 심해서 그런지 일어날때도 비명지르면서 일어나고 그랬었거든.”

 

“음… 안하면 안되는데…”

 

성아는 난감한 듯 손톱을 살짝 물어 뜯었다.

 

“왜 안되는데…?”

 

주현이 조심스레 성아 옆에 섰다.

 

“정보가 아무것도 없어… 내가 통계내면서 이렇게 두서없는건 또 처음인거 같아…”

 

“그거랑 이야기 하는거랑 무슨 상관인데?”

 

“나는… 음…”

 

성아는 뒤의 인섭과 진철쪽으로 몸을 돌렸다.

 

“두분은 지금 이 일이 왜 일어난다고 생각하세요?”

 

“네?”

 

갑작스런 질문에 진철이 화들짝 놀랐다.

 

“왜 이렇게 감염자 케이스가 늘어난다고 생각하시냐구요.”

 

“음…”

 

인섭과 진철은 골똘히 생각에 빠지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내 진철은 관심이 크게 없다는 듯, 머리 뒤로 깍지를 꼈다.

 

“저희야 뭐… 그런거 생각할 이유 없잖아요. 신고 오면 신고 들어간데로 가서 총 갈기고 오는 그런 대응반 총잡이들인데요 뭐…”

 

“그래도 박주사님도 사람 아닌가요. 생각을 하고 있는건 있으실거잖아요.”

 

성아의 말에 진철이 움찔했다. 그는 씁쓸한 듯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의 얼굴은 잔뜩 찌그러져 있었다.

 

“사람… 네 뭐… 사람이 사람답게 못사니까 그런거겠죠…”

 

인섭은 진철의 말에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또다시 ‘사신’ 이라는 두글자가 떠올랐다.

 

“윤 주사님은요?”

 

“저는… 음…”

 

그는 입을 꾹 닫았다. 방금전 경찰과 했던 전화가 떠올랐다.

 

“음… 아까전에요.”

 

인섭은 주머니에서 전화를 끄집어냈다.

 

“다이어리 넘겼던 경찰분한테 잠깐 연락을 했어요.”

 

“뭐래요?”

 

“특이사항이 조금 있대요.”

 

“어떤…”

 

“음… 신을 찾았던 기독교 신자라는 점이나…”

 

성아와 진철은 인섭을 살짝 흘겨봤다.

 

“그게 특이사항이면 저도 특이한 사람인가요.”

 

성아가 성토하듯 이야기 했다.

 

“음… 감염자로 발견되기 한달 전쯤 부터 감염자에 대해서 검색을 많이 했대요. 보름정도 전부터는 의료기기전문점을 자주 들락날락거렸대요.”

 

“그건 왜그렇대요?”

 

“모르겠대요. 영장 나와서 수색한거도 아니어서…”

 

인섭은 두 사람의 앞에서 폰을 슬슬 흔들며 말하다 다시 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면 윤 주사님은 왜 일이 커진다고 생각하시는데요?”

 

“글쎄요… 저도 아직 모르겠습니다.”

 

인섭은 방안을 살짝 확인했다.

 

“죽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이유를 저도 아직 모르겠거든요.”

 

눈이 텅 빈 그는 방안을 멍하니 바라봤다.

 

소녀는 열린 창문 밖으로 흔들리는 나무를 보고 있었다.

 

“저는 그 이유가 알고싶어서 지금 대화하려는거에요.”

 

“성아야.”

 

주현이 병실의 문고리를 잡으려는 성아를 확 잡아당겼다.

 

“너 정말…”

 

“언니… 우리 진짜 절실해 정말… 정말 절실해…”

 

성아는 애타는 눈으로 문고리를 돌리려했다.

 

“성아야. 방금 막 일어난 애한테 쉴틈이라도 잠깐 주자, 잠깐이라도.”

 

“언니…”

 

성아는 주현과 방 안 소녀를 번갈아 바라봤다.

 

시간은 천천히 가고만 있었다. 지체하길 원하든 원치 않든 시간은 흘러만 가고 있다.

 

성아는 주현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방안을 가리키는 성아를 본 주현은, 한숨을 푹 쉬고는 성아의 손을 꽉 붙잡았다.

 

“성아야… 그러면 하나만 좀 약속해줘…”

 

“어떤걸?”

 

주현은 손에 더 힘을 꽉 주었다.

 

“무리시키면 안돼…”

 

성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현이 성아의 손을 놓자, 성아는 천천히 문을 열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병실 안에서는 희미한 소독약 냄새가 나고 있었다.

 

링겔 방울은 천천히 툭툭 떨어지며 소녀의 몸으로 들어가고 있었고, 소녀는 자신의 방에 들어온 인기척을 느끼고 천천히 방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네 사람이 쭈뼛거리며 들어오는 모습을 본 그녀는 심장이 멎으려 하는 듯, 숨을 허억 하며 삼켰다.

 

성아는 뒤쪽을 보고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다가갔다.

 

“좀… 괜찮니…?”

 

소녀는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저 병원 온거에요…?”

 

“응. 보건소에 와있는거야.”

 

“으…”

 

소녀는 얼굴을 찡그렸다.

 

“나는 시청에서 일하고 있어. 진성아 라고 해.”

 

성아는 조심스레 소녀의 침대 옆에 있던 철제 의자를 가져와서는 소녀의 앞에 두었다.

 

의자 소리가 나지 않게 앉은 그녀는 손을 깍지 끼고는 살짝 몸을 앞으로 숙였다.

 

“넌… 이름이 뭐야?”

 

소녀는 성아와 뒷쪽 사람들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저 뒤에는… 누구에요…?”

 

“아… 저기 아저씨 두분도 시청에서 나온 사람들이구, 저 옆에 있는 분은 의사분이야.”

 

성아의 말을 듣고 눈을 천천히 꿈뻑인 그녀는, 성아의 얼굴을 다시 확인했다.

 

“엄마랑… 아빠는요…?”

 

소녀의 말을 들은 인섭과 진철은 난처한듯 시선을 슬쩍 피했다.

 

“그… 음…”

 

인섭이 조심스레 말을 꺼내려 입을 열었다. 그때, 주현이 인섭의 팔을 꽉 잡고는 끼어들었다.

 

“지금 이분들이랑 같이 일하시는 아저씨들이 찾고 있어. 아직 소식 안들어왔죠?”

 

주현은 인섭과 진철에게 고개를 돌리곤 눈을 꿈뻑꿈뻑거렸다.

 

인섭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아… 음… 응. 아직 무전이 안들어왔지. 지금 다른 분들이 찾고 있어.”

 

“이분들이 널 여기로 데려 오셨어.”

 

주현은 조심스레 소녀에게 다가가서는, 다리쪽 난간에 팔을 지탱하고 섰다.

 

“아…”

 

소녀는 인섭과 진철을 번갈아봤다.

 

“감사합니다…”

 

힘겹게 움직이는 고개를 까닥한 그녀는 힘이 빠졌는지 침대에 다시 몸을 누였다.

 

“아니 뭘… 뭘요… 뭘… 음…”

 

인섭은 어색하게 고개를 숙였다.

 

인섭과 진철은 멋쩍은 듯 목언저리를 긁고는 병실 벽쪽 소파에 조심스레 앉았다.

 

성아는 소녀의 손을 살짝 잡았다.

 

그녀는 손에 전해지는 온기에 힘겹게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진성아, 이쪽 선생님은 박주현이야. 혹시 이름이 뭐야?”

 

소녀는 우물쭈물 거리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고는 불안함에 입을 우물우물 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반응을 본 성아는 의자를 살짝 뒤로 빼냈다.

 

“괜찮아. 우리는 다 널 도와주려고 왔어. 억지로 말하라고 하는거 아니야. 그냥 너가 편했으면 좋겠어. 일단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