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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반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책상위에는 월곡동에서 송부된 서류가 한 가득이었고, 쌓이고 쌓이다 못해 무너져 내린 서류의 탑이 사무실 안에 가득 퍼져있었다.

 

아침에 오자마자 입이 떡하고 벌어진 인섭의 뒤로 진철이 걸어들어왔다.

 

“와씨… 이게 다 뭐야…”

 

진철은 헛개수를 들이키며 들어오다가 당황하여 몸을 멈칫거렸다.

 

“아니 이 많은걸 다 어디서…”

 

“어디긴 어디겠냐, 월곡동이지.”

 

황 계장은 유진과 함께 걸어들어왔다. 두 사람의 품에는 서류가 한가득이었다.

 

황 계장은 책상에 서류를 잔뜩 풀어헤쳤다.

 

사진들이 가득 섞인 보고서들에는 생명의 흔적이 없었다.

 

머리가 날아가거나, 썩어 문드러진 팔들이 가득한 종이쪼가리들 뿐이었다.

 

“월곡동 감사,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고 하더라.”

 

황 계장은 자신의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그는 의자를 다리로 질질 끌어와서는 회의 테이블에 합석했다.

 

“어제 저녁부터 하지 않았습니까?”

 

인섭이 의아한듯 물었다.

 

“어제부터 했는데, 아주 묵은 서류고 나발이고 싸그리 다 꺼내가지고 들춰보고 있다고 하던데? 지금 분위기 초상집이라더라. 비리사항만 많은게 아니라 부정수급건도 묻어놓고 자기들이 돈 꿀꺽한거도 있고, 견적 과대로 넣고 돈 받아먹은거도 많고. 비리의 온상이야 온상.”

 

황 계장은 서류위에 손을 턱 얹었다.

 

“그나마 우리 조사하고 있는 사정 이야기 하니까 이것들이라도 그냥 빨리 갖다 준거야. 아니었으면 뒷전으로 밀리든 뭐든 해서 다음주에나 받았을걸?”

 

유진은 자리에 앉아서 보고서 두어장을 잡아들었다.

 

“일단 우리쪽 서류 먼저 검토를 해줬다고 해요. 들어보니까 우리쪽에서도 집행한거 허위로 올린 정황이 발견됐다고 하던데요?”

 

유진은 피곤한 듯 눈을 부비적 거리고는 서류를 쭉 훑어내리고 있었다.

 

“허위 정황이라니… 그건 또 뭐에요?”

 

인섭은 황 계장의 옆에 앉아서는 자신도 서류를 뽑아들었다.

 

자신이 쓰는 보고서와는 큰 차이가 있어 보였다.

 

구체적인 정황이 빠져있는 보고서들도 있었고, 사진이 누락된 보고서들도 있었다.

 

몇몇 보고서에는 가장 중요한 유가족 확인이나 발견자 확인도 빠져있었다.

 

“허… 이런걸 어떻게 용인을…”

 

인섭은 어이가 없어 입을 떡 벌리고는 보고서들을 읽고 있었다.

 

“아니 이런 개판 오분전 서류들을 누가 통과시켜줬댑니까?”

 

“동 담당자.”

 

황 계장은 짜증이 가득 차 넥타이를 풀었다.

 

“네?”

 

“동 담당자가 이렇게 가라로 올렸다고 하더라고. 이거 봐봐.”

 

황 계장은 자신이 보고 있던 서류를 던져줬다.

 

서류에 적힌 사항은 같은 장소와 같은 시간대에 처리한 사건에 대한 기록지였다. 허나, 쓰여져 있는 내용은 판이하게 달랐다.

 

현장에서 쓰여진 업무일지에는 감염자 처리는 했지만, 후처리를 끝내지 못했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그 반대편, 시청으로 송부된 현장 보고서에는 후처리를 끝냈다고 보고를 올려 놨었다.

 

“아니 이거를 이렇게…”

 

“돈 받을라고 그런거지 뭐 다른 이유 있겠냐. 처리했다고 바디백 구매 가격 올릴라면 보고서 올려야하고… 그러면서 하나 둘 돈 빼먹은거지…”

 

황 계장은 한숨을 푹 쉬었다. 처리하고 조사를 해야할 사항이 한참 늘어난 느낌이 들었다.

 

“이거 상황이 이러면, 다른 동에서 올라온 조사 사항들도 다 의심할 수 밖에 없는거야.”

 

“그러면… 전수조사 하시게요?”

 

인섭은 난감함에 얼굴을 굳혔다.

 

“전수조사… 음…”

 

황 계장은 고민하는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계장님, 반감 장난 아닐거 아시죠…?”

 

유진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알지… 감사 뜨는거랑 전수조사 하는거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나 해?”

 

황 계장은 답답한 듯 종이 뭉치로 부채를 부쳐댔다.

 

“근데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통계들도 실질적으로 믿을 통계가 아닐 가능성이 있단거잖아. 그런 상황에서 조사를 어떻게 해.”

 

“계장님 그렇지만…”

 

유진이 난감한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녀의 앞에 쌓인 서류들을 대충 훑어 봐도 상당한 양이었고, 누락된 정보가 눈으로도 보이는 보고서가 얼추 20퍼센트는 되어 보였다.

 

“알아. 근데 너무 사이즈가 커. 우리 힘만으로는 안돼 이거.”

 

황 계장은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안경을 벗어내리고는 관자놀이를 지긋이 눌렀다.

 

인섭은 종이를 들고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우와… 이게 다 뭡니까?”

 

세 사람의 뒤를 이어, 인호를 시작으로 직원들이 하나 둘씩 출근하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이것이 무엇이냐는 둥, 미쳤다는 둥, 이걸 언제 다 보냐는 둥, 혀를 끌끌 차며 들어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하… 참… 이걸 어떡해야하나 싶다 진짜…”

 

황 계장은 두손 두발을 든 듯 의자로 몸을 눕혔다.

 

엄두가 나지 않는지,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이거 참… 진짜… 하…”

 

서류를 하나 둘씩 집어들고 읽어내려가기 시작한 팀원들은 아연실색했다.

 

도저히 아홉사람이 달라 붙어서는 되지 않을 일이었다.

 

“하… 미치겠네…”

 

그때, 고 과장이 얼굴을 구긴채로 들어왔다.

 

“과장님, 안녕하십니…”

 

“안녕 못해.”

 

책상에 서류를 내리치듯 내려놓은 그는 창밖을 말없이 바라봤다.

 

그는 한숨을 두어번 푹푹 쉬고는 다시 몸을 돌렸다.

 

“과장님 왜그러십니까…?”

 

진철이 조심스레 물었다.

 

“하…”

 

“혹시 팀 관련해서 무슨일 생긴겁니까?”

 

윤창이 불안한 느낌에 주변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아니…”

 

고 과장은 발끝을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말을 제대로 꺼내지 못하고 꾸물대던 그는, 다시 한숨을 푹 내쉬었다.

 

“국장님 꼭지 돌았다.”

 

“예?”

 

“국장님 꼭지 돌았다고…”

 

황 계장이 얼굴이 굳어졌다. 나쁜 예감이 드는지, 그는 핸드폰을 살짝 집어들었다.

 

이윽고 그의 폰이 울리기 시작하고, 그는 황급히 방을 빠져나가 전화를 받았다.

 

“월곡동 건… 시장님 귀에까지 들어갔어.”

 

팀원들은 일제히 탄식을 내뱉었다.

 

“감사팀이 직접 보고를 했나 보더라고. 시장님이 노발대발 해서 각 동마다 돌아가면서 감사를 뛴대.”

 

“근데 왜 국장님이 화를 내십니까?”

 

인섭이 손을 슬쩍 들고는 물었다.

 

“왜일거 같냐.”

 

“네?”

 

“왜일거 같냐고.”

 

고 과장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동장들이 항의전화를 그렇게 많이 한댄다. 소문이 이상하게 퍼져가지고 주민생활국장도 우리 국장님한테 쿠사리 먹이고…”

 

“아니, 무슨 소문이 퍼졌길래 그러십니까?”

 

인호가 커피를 고 과장에게 커피 한잔을 내밀었다.

 

고 과장은 커피를 만지작거리다, 컵을 살포시 내려뒀다.

 

“지금 우리가 조사하는게 감염자 관련 조사하는게 아니라 각 동들 감시하는거라고 소문이 이상하게 퍼졌댄다.”

 

“아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