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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속에서는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인섭과 진철은 한번도 차에 다른 사람을 태운적이 없었다.

 

항상 같이 탔던 사람은 사람이었던 무언가였지, 실제로 살아 숨쉬는 사람을 태우지는 않았었다.

 

언제나 트렁크, 짐칸쪽에 무언가가 가득 쌓여있었지 언제나 두사람 뿐이었다.

 

두 사람 가운데 앉은 성아는 어색한 느낌에 앞쪽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화를 들고 카톡을 확인한 그녀는 어딘가로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크흠… 큼…”

 

진철은 창밖만을 보고 있었다. 불청객이 왔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뭔가 모를 불편함이 차 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담당자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성서동 돈좌길 8 쪽으로 오면 된다고 해요.”

 

“네, 알겠습니다.”

 

인섭은 사무적인 투로 대답을 하고는 핸들만 열심히 돌리고 있었다. 시청이 있는 번화가를 벗어나서 주택가로 들어서기 시작한 차는, 완만한 언덕을 따라 올라갔다.

 

신호에 걸려 언덕 한가운데 정차한 차 밖으로 주택가들이 여럿 서있었다. 높다고 말할 건물은 몇 안되었지만, 초록색 방수 페인트를 칠한 이층 주택들이 여럿 눈에 들어왔다.

 

인섭이 골목길을 따라 들어갔을때, 그들의 눈 앞에서 경찰차 한대와 사람들이 보였다.

 

“저긴가보네요.”

 

인섭의 말에 폰을 열어 확인한 성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기서…”

 

그녀가 전화를 걸자, 앞쪽에 있던 여성이 손을 쭉 뻗어 흔들기 시작했다.

 

“기다리고 있네요.”

 

차가 서서히 경찰차 뒤에 멈춰섰고, 세 사람은 차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언니!”

 

성아는 경찰차 옆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여성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성아야… 어떡해…”

 

“상황이 어떻게 돼?”

 

여성은 위쪽을 살짝 가리켰다. 계단의 위쪽, 반투명 유리 창이 붙은 철문의 앞에서 경찰은 끈임없이 말을 하고 있었다.

 

주변 주민 몇몇은 창문을 열고 경찰과 직원들을 지켜보고 있는 눈치였다.

 

성아는 위쪽을 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쉽게 풀릴 상황이 아닌 듯 했다.

 

차에서 내린 인섭과 진철은 성아의 뒤쪽에 서서는 주변을 둘러보다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시청 긴급대응팀이야, 이쪽은 윤인섭 주사님, 이쪽은 박진철 주사님.”

 

성아가 이름을 부르는 것을 따라 살짝 고개를 숙인 두 사람은 경찰쪽으로 살짝 눈이 옮겨갔다. 순경으로 보이는 남성은 난처한 듯 문만 꼭 잡고 말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박주현입니다…”

 

“혹시 상황이 어떻게 됩니까?”

 

진철이 먼저 말을 꺼냈다. 경찰쪽에서 시끄러운 고함 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니 지체할 상황이 아닌 듯 보였다.

 

“주변 이웃이, 팔을 부여잡고 들어오는 저 사람을 봤대요. 아무래도 감염된거 같아서 보건소쪽으로 먼저 연락을 했고, 약이랑 전부 나와보니… 저렇게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거에요…”

 

“보건소 직원이라고 말씀 하신거죠?”

 

“네… 근데…”

 

그녀가 말을 이으려고 할때, 이층 언저리에서 큰 고함소리와 함께 창을 마구 때려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열지마! 열지말라고 개새끼야! 열지마!”

 

“선생님, 진정하세요. 일단 조금만 진정…”

 

“죽일거잖아! 미친새끼들아! 내가 모를줄 알아!”

 

순경은 문에서 살짝 손을 떼고는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았다.

 

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일제히 현관쪽을 바라본 네 사람은, 긴장한듯 침을 꿀꺽 삼켰다.

 

“저 상태에요…”

 

주현이 반쯤 지친 상태로 경찰차에 몸을 기댔다.

 

“순경분한테 문 그냥 열면 안되냐고 하니까 규정상 안된대요. 강제진압을 하려면 분명한 위협이 있어야한대요…”

 

진철은 어이없어서 머리에 손을 짚었다.

 

“저러고 있는건 위협이 아니구요?”

 

주현은 난처한듯 입술을 깨물었다.

 

“감염자 케이스가 아니면 강제로 문 따는게 매뉴얼상 안된대요…”

 

“하… 뭐 이런 개같은…”

 

진철은 끙끙대고 있는 순경에게 째려보듯 눈길을 보냈다.

 

“언니, 테트라마이옥신은 얼마나 가져왔어?”

 

성아가 옆쪽에 놓인 가방을 슬쩍 보고는 말했다.

 

“60미리정도…”

 

그녀는 그녀가 가져온 가죽가방을 가리켰다. 청진기와 밀봉된 주사기, 약병 몇개가 눈에 보였다.

 

“4회분정도밖에 안되네…”

 

성아는 가죽가방속을 살짝 뒤져봤다. 혹시나 있을 의약품이 더 뭐가 있나 싶었다.

 

“지금 문제가… 이미 전조증상을 많이 보이고 있어…”

 

쾅쾅. 또다시 창문을 강하게 두드려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공격성은 심하게 보이고 있고… 아까 내가 올라갔을때는 목도 막 벅벅 긁고 있었어. 막 피나 피나 피나 이런 이야기도 하고 있었고…”

 

성아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녀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하나 관자놀이를 따라 흘러내렸다.

 

“정말 코앞이네요 그럼.”

 

인섭이 머리에 손을 얹고는 말했다. 시계를 확인한 그는 긴장할수 밖에 없었다.

 

“준비는 하자, 인섭아.”

 

진철은 트렁크 문을 열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방호복을 끄집어 냈다.

 

인섭에게 방호복을 건넨 그는 재빨리 방호복 착용을 끝내고 산탄총을 점검하러 갔다.

 

인섭은 방호복을 받아들고는 멍하니 서서 위쪽을 바라보고 있기만 했다.

 

“야! 가! 가라고! 가으..”

 

창문을 두드려대는 소리는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현관문 바로 옆 창문에서 보이던 실루엣은 두어번 창문을 두드리더니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순경은 아래쪽을 내려다봤다. 계단 밑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눈치를 주듯,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네사람을 보고 있었다.

 

주현은 안주머니에 약병 하나와 주사기를 들고 뛰어올라갔다. 성아는 핸드폰을 잡고 어디론가 급히 문자메세지를 보내고 있었다.

 

“야, 인섭아 뭐하냐, 안입고.”

 

트렁크 뒤쪽에서 산탄총을 들고 온 진철은 인섭에게 총 한자루를 건네줬다.

 

“이거 지금 분위기가 이상한데…”

 

인섭은 방호복을 대충 주섬거리며 입고는 총을 들었다.

 

성아는 문자를 마치고는 두사람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일단 두분은 이 밑에 계세요. 혹시나 대응팀까지 왔다고 그러면 진짜 완전히 숨어들거에요.”

 

그녀는 주현을 따라 황급히 계단을 올라갔다. 문에서 순경과 주현이 기대어 안쪽으로 소리가 더 잘 들어가도록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선생님, 지금 거기 계신거죠? 거기 계신거 맞죠?”

 

주현은 문을 두어번 노크하면서 말했다. 그녀는 적절한 말을 생각하지 못해서인지 입을 우물거리고만 있었다.

 

그녀의 뒤에 서있던 성아는 순경을 옆으로 밀어내고는 자신이 문 옆에 섰다.

 

문고리를 조심스레 돌려본 그녀는 침을 꿀꺽 삼켰다.

 

“선생님, 전 시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진성아 입니다. 저희 얘기 들리시나요?”

 

성아는 문을 조심스레 두드렸다. 집 안에서는 어떤 반응도 들려오지 않았다.

 

“선생님…?”

 

톡톡. 문을 두어번 더 두드린 그녀는 불투명 창의 틈을 통해서라도 집 안쪽을 보려고 조심스레 눈을 가져다 댔다.

 

미세한 틈새 사이로 보이는 집안의 풍경은 어두컴컴하기만 했다.

 

그녀가 집안을 눈으로 천천히 훑어갔다.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집기들이 어렴풋이 보이는 장면으로는 멀쩡한 집이었다.

 

굳게 닫힌 나무 방문을 지나 부엌이 보였고, 부엌 테이블따라 천천히 눈을 돌려보니 붉은 핏자국이 묻은 냉장고가 보였다.

 

냉장고를 따라 손을 죽 그었는지, 길게 이어진 핏자국이 있었다.

 

그녀는 부엌 선을 따라 조심스레 옆쪽으로 시선을 이어나갔다. 살짝 열려있는 나무문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성아는 조심스레 창문에 얼굴을 파묻고, 잘 보이지 않는 그곳을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가라고!”

 

쾅! 남성이 불쑥 튀어나와 머리를 창문에 박아댔다.

 

“꺅!”

 

화들짝 놀란 그녀는 뒷걸음질 쳤다.

 

“가! 가! 가! 가!’

 

손으로 창문을 쾅쾅 두드리고 있는 집안의 남성은 몸을 부르르 떨고있는 것 같았다.

 

마치 코카인을 가득 마신 사람처럼 흥분해있는 그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손을 마구 부딪히고 있었다.

 

그가 손바닥으로 창문을 칠때마다, 검붉은 핏물의 자국이 하나둘씩 창문에 더해졌다.

 

“선생님! 지금 저희가 약 들고왔어요, 지금 안맞으시면 정말 큰일나셔요!”

 

“안 가… 윽… 그윽…”

 

남성이 창문쪽으로 얼굴을 기대고는 숨을 고르고 있었다.

 

치던 손으로 심장을 부여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