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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섭과 진철은 차를 몰아 상미경찰서로 향하고 있었다.

 

– 야, 인섭아. 일단 그 상미서 쪽으로 연락이 갔었고, 담당 경찰관이 기다린댄다. 상황 말씀 드렸으니까 일단 그 다이어리랑 하드만 전달해드리고 다시 이쪽으로 와.

 

“네, 알겠습니다. 전달해 드리고 바로 복귀 하겠습니다.”

 

무전기를 내려놓고 교차로 선을 따라 크게 좌회전을 하자, 상미 경찰서가 보였다. 인섭은 조심스레 차를 몰아 경찰서 주차장쪽으로 들어갔다.

 

경찰서의 입구쪽에서 양복 자켓을 벗은 남성이 허리에 손을 얹고는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바로 앞에 차를 세운 인섭은, 차에서 훌쩍 내리며 악수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긴급대응 1팀 윤인섭입니다.”

 

“전태용 경위입니다.”

 

인섭의 손을 맞잡은 경찰은 두 사람이 타고 온 차를 슬쩍 바라봤다.

 

“소식은 들었습니다. 전해주실게 있다고…”

 

“아… 네.”

 

인섭은 트렁크를 열고는 부서진 하드디스크와 다이어리를 건네줬다.

 

트렁크가 열리는 소리를 들은 진철은, 차에서 내려서는 태용에게 악수를 하려 손을 내밀었다.

 

“박진철입니다.”

 

악수를 청해 받고는 다이어리와 하드디스크를 건네받은 태용은 두 사람에게 서류철 하나를 건네줬다.

 

“그… 황 계장님께서 부탁하셨던겁니다.”

 

“황계장님이요?”

 

인섭은 조심스레 서류를 받아들였다. 맨 겉 표지를 열어보니, 변사자 통계 보고서 라는 제목이 쓰여 있었다.

 

“아…”

 

“일단 저희쪽에서 드릴수 있는건… 내부 사정도 있고 이게 최고입니다. 이거로 보시면 조금 더 확실히 아실 수 있을겁니다.”

 

진철은 인섭에게서 서류를 받아 들고는 한페이지씩 넘겨보기 시작했다. 페이지 빼곡히 적힌 표들 속에는 수많은 숫자들이 가득했다.

 

“감사합니다. 바로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진철은 허리춤에 서류를 끼고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그, 혹시…”

 

서류를 완전히 받아든걸 본 인섭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용아동 건 관련해서는 이야기 해주실건 없나요?”

 

“용아동 건이요?”

 

태용이 곰곰히 머리를 굴려보려 살짝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는 콧잔등을 살짝 매만지고 있다, 무언가 생각 난듯 고개를 들었다.

 

“그… 1팀이 가셨었죠?”

 

“네. 저희가 1차적으로 처리를 하고 나왔었죠. 그 이후에는 무전 연계로 가셨을거구요.” 인섭이 대답했다.

 

그의 말을 들은 전 경위는 안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냈다. 그는 수첩을 이리저리 넘겨가며, 쓰여있는 내용을 훑어내려 찾기 시작했다.

 

“그… 일단 현장에서 발견된 지갑으로 신원 확인하고, 유가족에게 연락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좀… 안좋게 끝났죠.”

 

“안좋게 끝났다뇨?”

 

인섭의 머리속에서 노파의 목소리가 스물스물 떠올랐다.

 

“어짜피 버린 아들놈이랩니다. 잘뒤졌다고 하더라구요.”

 

“참…”

 

전 경위의 말을 들은 진철은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아들내미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모르고… 가족치고는 너무하네…”

 

진철은 씁쓸함에 중얼거리고 있었다. 망설임없이 방아쇠를 당겼던 그였지만, 그의 머리속에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바닥에서 꿈틀대는 감염자의 시체는 두어번 움찔대더니 차갑게 식어버렸었다.

 

부패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고, 팔에는 수많은 상처자국들이 있었던게 떠올랐다.

 

“뭐 어떡하겠습니까. 국가에서 감염자라고 하면 그렇게 처리를 하는데….”

 

전 경위는 씁쓸한듯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넣었다. 하늘을 살짝 올려다 보는 그의 눈빛에서는 먹먹함이 올라오는 듯 눈이 슬쩍 붉어졌다.

 

“혹시 통화기록이라든가 그런건 조사해보셨습니까? 보건소쪽으로 연락을 했다든가 하는… 그런거요.”

 

인섭의 질문에 전 경위는 난처한듯 머리를 긁적였다.

 

“안해봤죠…”

 

“왜…”

 

“아니, 지금 우리 시 뿐만 아니라 다른데서도 감염자 케이스가 수두룩한데 그걸 어떻게 다 조사합니까. 지금 긴급대응팀도 많이 바빠지셨을거 아니에요, 갑자기 신고 건수 늘어나서. 다른 업무도 쏟아지는데 이걸 어떻게 다 일일히 다 챙깁니까…”

 

인섭은 이해하는 듯 고개를 마지못해 끄덕였지만, 아쉽다는 마음이 많이 남았다.

 

“그래도 지금 감염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감염자 증가 원인에 대한 조사는 한번 해볼법 하지 않습니까?”

 

“그건…”

 

전 경위는 인섭의 어깨에 살짝 손을 올렸다.

 

“그건 지금 하고 계시잖아요. 시청분들이요.”

 

“저희로는 부족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도움을…”

 

전 경위는 묵묵히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인섭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줬다.

 

“그건 보건소랑 시청 몫이죠… 저희는…”

 

한숨을 푹 쉰 전 경위는 수첩을 집어넣었다. 묵묵히 입을 닫고 발만 톡톡 두드리고 있던 그는, 또다시 한숨을 푹 쉬었다.

 

“저희 업무 범위는 아닌거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업무 범위라뇨…”

 

“거 1팀 두분도 똑같지 않습니까. 범위랑… 규정에 다 묶여있는데요 뭐…”

 

전 경위는 다크서클이 가득 낀 눈으로 인섭을 바라봤다. 그의 눈은 지쳐있었다.

 

“아무리 뭔가를 해보려고 해도 위에서 막네요. 막으니… 이렇게 변사자 생기면 가서 보고… 유가족 연락 하고 그러고 있죠. 그게… 그게 지금 제가 할수 있는 다인데 어떡합니까…”

 

그는 땅만 툭툭 차면서 조용히 읊조리기만 했다. 인섭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당장 자신이 경찰서로 온 이유도, 찾은 다이어리와 하드디스크를 넘기려는 이유였기에 더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사람을 시체로 보는게 아니라 사람일때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전 경위는 푸념하듯 말을 뱉고는 고개를 슬쩍 돌렸다. 눈을 꾹 감고는 안주머니에서 포스트잇 한장을 꺼내줬다.

 

“그래도 도움 드릴수 있는거는 제가 해볼테니까… 여기로 몰래 연락주세요.”

 

인섭은 종이를 받아들고는 조심스레 주머니 안쪽으로 집어넣었다.

 

“일단 드린거…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인섭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했다. 전 경위는 화답을 하듯, 하드와 다이어리를 살짝 흔들었다.

 

“뭐 있으면 연락 한번 드리겠습니다.”

 

전 경위는 두 사람이 건네준 물품을 들고는 황급히 경찰서 안쪽으로 사라졌다.

 

인섭은 성큼성큼 걸어들어가는 전 경위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야, 인섭아 뭐하냐.”

 

진철은 차에 기대어 서서는 인섭을 불렀다.

 

인섭은 어깨가 축 늘어진 전 경위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었다.

 

“야, 윤인섭. 빨리 복귀하자.”

 

전 경위가 계단 위로 훌쩍 뛰어 올라 사라진 후, 인섭은 발길을 휙 돌렸다.

 

“그래. 가자. 빨리 이거나 전해드리자.”

 

인섭은 터벅거리며 차로 와서는 시동을 걸었다. 두 사람은 더 대화를 이어나가지 않고는 곧바로 시청으로 향했다.

 

 

 

 

 

 

사무실로 돌아온 인섭과 진철은, 더 늘어난 서류더미에 학을 뗐다.

 

조사팀 사람들은 반쯤은 책상위에 엎어져 있거나 의자를 젖히고 있었고, 황계장은 퀭한 눈으로 자신의 모니터만 확인하고 있었다.

 

인호와 윤창, 유진은 어딘가로 자리를 비운 듯 보였다.

 

언제 가져왔는지 모를 화이트보드에는 성진광역시 지도가 붙어있었고, 여기저기 펜으로 칠한 자국들이 가득했다.

 

“이게 다… 뭡니까…?”

 

인섭은 당황하여 말을 더듬거렸다. 두 사람의 인기척에 몸을 천천히 일으키는 사람들이 하나 둘 보였다.

 

황 계장은 두 사람이 온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