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본 작품은 무료이지만, 로그인해야 읽을 수 있습니다. —
미리보기

인섭과 진철은 차에 오르자마자 한 장소로 정신없이 액셀을 밟아나갔다.

 

전화를 들고 어딘가로 전화를 건 진철은 두어번 확답을 받고는 전화를 끊었다.

 

두 사람은 뒷 좌석에 놓여 있는 보급품들을 두어번 확인했다. 산탄총, 보호구 모든것이 있는 걸 본 두 사람은 골똘히 생각을 하며 주변 경관만 바라봤다.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인섭이 핸들을 톡톡 치며 주변을 둘러봤다. 웃고 울고, 서로 장난치며 걸어가는 사람들이 인섭의 눈에 들어왔다.

 

“그러게 말이다… 조사고 나발이고 그냥… 늘 하던거나 하는게 훨씬 나은데…”

 

진철은 다리를 쭉 펴고 뒤로 몸을 누였다. 그는 하품만 쩍쩍 해대고 있었다.

 

”그래도 너도 어디갈지는 아는거 같더만.”

 

”아. 뭐… 지금 상황에서 갈 곳이 한군데 밖에 더되냐?”

 

“하기사… 그렇지?”

 

인섭은 조심스레 시 외곽을 향해 차를 몰아갔다. 얼마전에 방문했던 노파의 반지하 방이 생각났던 두 사람은 현장부터 둘러보기로 눈길을 주고받았다.

 

”일단 거기 뒤져보면 뭐 거리 하나는 나오지 않겠냐. 적어도 뭐 하나는 올려줘야 비대윈지 긴급 뭐시깽인지 아무 말도 안할거아냐.”

 

진철은 물을 마시려 케이스와 뒷좌석을 이리저리 뒤지며 말했다. 반쯤 마신 물병을 찾은 그는 뚜껑을 따서 물을 벌컥벌컥 마셔댔다.

 

속이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아무리 좋게 생각을 하려 해도 웃음이 지어지질 않았다.

 

애초부터 낄낄거리거나 미소를 지으며 일을 하러 간적이 한번도 없었지만, 두 사람은 좀처럼 얼굴을 펼 수 없었다.

 

“싫다 이런거.”

 

진철이 창문에 머리를 살짝 박으며 말했다. 신호를 기다리는 시간이 천근만근이었다.

 

“까라면 까야지 뭐… 어떡하냐.”

 

인섭은 우중충한 하늘에 뒤덮힌 도시를 보고 멍하니 입만 뻥끗거렸다.

 

차를 서서히 몰아 시 외곽에 도착했을때, 건물 벽에 끼인 이끼들과 풍화된 벽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었다. 골목길을 굽이쳐 돌아 들어간 차는, 차 옆으로 남은 공간이 몇센티 남짓 한 깊은 어딘가로 들어가고 있다.

 

차 앞에서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노파가 팔짱을 끼고 기다리고 있었다. 인섭은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한숨이 푹 나왔다.

 

노파 앞에 차를 세운 인섭은 차에서 내리며 꾸벅 인사를 했다.

 

”아이고… 이리 이른 아침부터 뭔 볼게 있다고 이캅니까…”

 

잠옷을 그대로 입고 내려온 듯, 노파는 꽃무니가 가득한 원피스를 입은채로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요번에 시청에서 조사를 하고 있는게 있습니다. 그거때문에 잠시 연락을 드렸구요.”

 

인섭은 모자를 벗고 주변을 슬쩍 흘겨보듯 둘러봤다. 달라진 것이 하나 없었다. 햇빛하나 들지 않는 어두운 골목길, 희미하게 남은 썩은 냄새가 풍겨오고 있었다.

 

”아, 뭐 만족도 조사 이런깁니까?”

 

”네. 뭐… 그런 셈이죠.”

 

”그라믄, 저번에 총질해가꼬 문짝 뿔라진거 때문에 화났다고 전해주이소..”

 

노파는 팔짱을 끼고는 다시 자신의 집으로 올라가려 했다.

 

”어르신, 이번은 그런거로 조사하러 온게 아닙니다. 죽은 청년때문에 온겁니다.”

 

”아, 뭐 손해조사 하는깁니까? 손해 마이 끼칬지.. 저거 방 우야노.”

 

”하…”

 

인섭은 머리가 다시 아파오는게 느껴졌다. 진철은 차에서 살포시 내려서 인섭의 어깨에 손을 살짝 얹으며 주물러주었다.

 

“어르신, 일찍 내려오셔서 힘드시죠? 최대한 빨리 하고 갈테니까 방만 빨리 보여주세요. 아직 안치우셨죠?”

 

”아니, 그걸 안치우고 그냥 두나? 우얘 그라노?”

 

인섭은 당황한 듯 노파에게 고개를 홱 돌렸다.

 

”아니 그걸 벌써 치우셨다구요?”

 

“그라면 안치우고 뭐 우야라꼬? 방을 당장 내야 할거 아이가.”

 

“아니 그래도 그렇지 이거를 이렇게 빨리 치우시면…”

 

인섭은 얼굴이 확 구겨졌다. 남아있는게 없다면 두 사람이 온것도 무주공산이 될것만 같았다.

 

“내 건물이니까 내 마음대로 하는기지 와. 어짜피 그날 바로 유족이랑 연락 되가꼬, 알아서 하라 카드라. 그래서 어제 업체 불러가 바로 치와삤는데 뭐. 잘못한기가?”

 

“하… 씨…”

 

인섭은 반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아래쪽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시체를 치우려 집안에 잠깐 들어갔을때 본 것으로는, 컴퓨터며 작은 책들이며 볼것이 남아있었던 것이 기억났다.

 

만약 사자의 흔적이 남아있다면, 모든 것이 거기 있을 법 했다.

 

“어짜피 월세도 밀려가지고 권리금 다 까쳐묵고 있었는데 뭐. 남은 돈 몇십만원가꼬 업체 불렀으니까 다 해결된거 아이가? 남긴거 뭐 종이쪼가리에 책에 다 뭐 불싸지를거밖에 읎드만.”

 

“어르신…”

 

인섭은 답답함에 와이셔츠 단추 하나를 풀었다. 진철은 노파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계단 아래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어르신, 그래도 한번 보면 안됩니까?”

 

진철은 문을 살짝 흔들어보며 말했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아이 근데 이기 다 뭐꼬? 와 갑자기 그 방을 볼라카노?”

 

노파는 언짢은듯 낀 팔짱에 힘을 꽉 주었다.

 

“아까 말씀드린거 처럼, 지금 시에서 이래저래 조사 하고 있습니다.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지요.”

 

“간단한거 아이가. 돈 없는 아들이 이까지 올라와가 저래 지하방에서 음침하기 잇는거 아이가. 그라이까 병이 걸리뿌지.”

 

노파는 인섭에게 열쇠 꾸러미를 건네주었다. 한아름 달린 열쇠를 받아든 인섭은 고개를 숙이려 했지만 너무나 멈칫거렸다.

 

속에서 불이 끓어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애써 어금니를 꽉 물고는 힘겹게 고개를 숙였다.

 

“야, 박진철.”

 

그를 부르고 열쇠를 던져준 인섭은 올라오는 울화를 꾹 참으려 주먹을 꽉 쥐었다. 혹시나 들킬까 싶어 몸은 돌렸지만, 그의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지도 아이고. 아프믄 병원을 갈것이지, 여러사람 피곤하게 만들고 뭐꼬 이게.”

 

“하… 그래도 너무 말씀 그렇게 하지 마시죠 어르신. 사정이 있었을거 아닙니까.”

 

“뭔 사정. 집에 콕 들어박히가 있는 그기 사정이가?”

 

인섭은 점점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무심하게 툭툭 뱉어대는 노파의 말이 자꾸만 인섭의 귀에 틀어 박혔다.

 

그때, 진철이 집 밖으로 걸어나오면서 난색을 표하듯 이마를 긁적였다.

 

“야, 진짜 아무것도 안남아있다. 가구까지 다 빼셨네.”

 

“그 드러버가꼬 우얘쓰노. 다 버리뿟지.”

 

진철은 한숨을 푹 쉬고는 문을 닫아 걸어 잠궜다. 반지하로 향하는 계단을 걸어 올라오는 발걸음이 묵직했다.

 

노파는 자랑스러운 마냥, 계단을 걸어올라오는 진철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다.

 

“아니 그러면 남아있는거도 없습니까?”

 

인섭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혹시나 남아있는 흔적이라도 있어야 했다.

 

노파는 그의 말을 듣고는 전신주쪽을 쭉 가리켰다.

 

“저짜에 뒤져보든가. 쓰레기차가 안와가 가져가지도 안했네.”

 

쓰레기들은 여기저기 뒤엉켜 있었다. 피가 묻은 장롱은 대형 폐기물 딱지가 붙은채로 벽쪽에 기대어 세워져 있었고, 이런 저런 쓰레기이 가득찬 쓰레기 봉지 대여섯개가 그 앞에 나뒹굴고 있었다. 컴퓨터 본체는 완전히 파손된 채로 장롱 앞쪽에 던져뒀다.

 

인섭은 머리가 지끈 아파오는게 느껴져 살짝 관자놀이에 손을 짚었다.

 

“알아서 뒤져보고 가그라. 내는 올라간다.”

 

인사를 제대로 받지도 않은 노파는 진철에게 열쇠를 받아들고는 성큼성큼 계단을 따라 건물로 올라갔다.

 

노파가 올라가며 센서등들이 하나 둘씩 켜지고 있었다. 어두운 골목속, 창밖으로 새어나오는 센서등의 불빛을 따라, 인섭과 진철은 멍하니 쓰레기 더미를 바라보기만 했다.

 

두어칸정도 위의 센서등이 툭 꺼질때, 인섭은 나지막히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