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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계에 도착한 두 사람은 분주한 직원들의 움직임 사이, 그 망망대해에 서있었다.

 

창고 안에선 지게차와 짐들이 이리저리 옮겨지고 있었고, 그 사이에서 사람들은 물건들의 방향을 지시해주고 있었다.

 

인섭과 진철이 보급계로 들어오는 것을 본 사람이 두 사람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기 시작했다.

 

검은색 헬멧을 쓰고있던 남성은 헬멧을 벗고는 손을 쑥 내밀고는 악수를 청했다..

 

“왜이리 둘다 반쪽이야?”

 

일이 많아 얼굴 정리를 하지 못한 그의 얼굴에는 수염이 거뭇거뭇 나 있었다.

 

“방금 창신동 갔다 왔어요.”

 

인섭은 건네는 손을 맞잡고는 악수를 받아줬다.

 

남성은 인섭이 가지고 있는 서류를 요구하듯 반대쪽 손을 내밀었다.

 

“창신동? 어휴… 개판이었겠는데.”

 

서류를 받아들고는 눈으로 대충 훑은 남성은 창고 한쪽켠에 마련되어 있는 작은 간이 사무실로 발길을 옮겼다.

 

“수색 중지됐어요. 그냥 복귀하라고 하시더라구요.”

 

뒤에서 좀처럼 어깨를 펴지 못하고 있던 진철이 말을 살짝 거들었다.

 

“어유… 그정도로 매몰이 심한거야?”

 

“네. 위치특정도 안되고… 동네 반은 매몰이고….”

 

책상 앞에 붙은 김송훈이라는 명패를 살짝 만지작거린 진철은 그의 앞에 놓인 철제 의자에 살짝 몸을 뉘였다.

 

“오메, 싸가지없는 놈 보게 이거.”

 

“아니 앉는것도 싸가지가 없습니까?”

 

“그래, 이 썩을놈아.”

 

김 계장은 서류를 이리저리 넘겨보며 혀를 끌끌 찼다.

 

“아이고… 대응팀이 이번에 진짜 불이 좀 났나보네. 버드샷 보급 받아간게 엊그제 같은데 다시 요청을 하는구만.”

 

“이번에 일이 좀 많았습니다. 당장 오늘 서부쪽 보건소 격리실 터진거때문에 세팀인가 네팀이 갔을걸요 거기에. 저희도 지금 밀린 건수로만 따지면 거의… 보고서 쓸게 대여섯건은 되구요.”

 

“고생들 했네 고생들.”

 

김 계장은 자신 옆쪽에 있던 미니 냉장고에서 비타500 두병을 꺼내서 건네줬다.

 

인섭과 진철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병을 건네 받고는, 김 계장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슬슬 두 사람도 보급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시체 가방은 관용차량을 돌며 알아서 채워준다고는 하지만, 그외 산탄총 탄환이나 부차적인 요소들은 보급계쪽으로 요청을 해야만 했다.

 

“근데 어떡하남, 요청한 만큼 못 줄 가능성이 큰데. 지금 우리쪽에 남은게 많지가 않은데…”

 

“많지가 않다뇨?”

 

“이번에 예산이 안떨어져가지고 지금 우리 아무것도 구매를 못했어. 구비품도 지금 쪼개고 쪼개서 동사무소쪽으로 보내주고 있어.”

 

김 계장은 멀리서 물품을 정리하던 직원을 손짓해서 불렀다. 재고를 정리하듯 서류철에 이것저것 표시를 하고 있던 그는 급하게 김 계장 자리로 달려왔다.

 

“야, 지금 우리 버드샷 재고 몇개나 남았냐?”

 

김 계장의 말에 서류를 쭉 훑은 직원은 옆쪽의 인섭과 진철을 보고는 난감한듯 연필로 머리를 긁었다.

 

“지금… 얼추 30박스정도 남아있습니다.”

 

“그거밖에 안돼?”

 

“네. 북부쪽에서 대량으로 요청했던거 때문에 물량이 많이 빠졌습니다.”

 

“하씨…”

 

김 계장은 인섭과 진철의 눈치를 스윽 보듯 눈길을 흘렸다.

 

“야, 기본 유지 재고가 40박스는 되야하는데 그걸 다 줘버리면 어쩌자는거야.”

 

“사정 사정했는데도 안들었는데 어떡하란 말입니까!”

 

“아이씨…”

 

김 계장은 난처한듯 머리를 긁적거리고 서류철을 직원에게 넘겨줬다.

 

“일단 이대로 주고, 부족분은 지원 요청하든지, 아니면 업체랑 이야기 해서 더 싼값에 결의서 올리든지 해야지… 일단 줘.”

 

인섭과 진철은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직원을 조용히 따라갔다. 직원은 서류 이곳저곳을 보고는 자신의 서류철의 재고를 체크하고 있었다.

 

멈춰있는 트롤리에서 빈 파란색 박스를 꺼낸 진철은 인섭에게 박스를 건네주고는 자신도 하나 집어들었다.

 

기나긴 복도들 사이를 지나가며, 박스에 이것저것 물품들을 집어넣은 두 사람은 직원 몰래 이리저리 물품을 살폈다.

 

하나같이 나사 빠진듯, 미세하게 헤져있는 물품들이 태반이었다.

 

두 사람은 물품들의 상태에 얼굴을 찡그리곤, 사무실로 터벅대는 발걸음을 옮겨갔다.

 

“오늘은 보고서나 써야지… 피곤하다…”

 

인섭은 박스를 들고 멍하니 읊조렸다.

 

“쉬고싶다.”

 

진철의 눈은 반쯤 감겨있었다. 힘없이 떨어지는 발걸음에서 들려오는 터벅 소리는 다른때보다 더욱 커보였다.

 

 

 

 

 

보고서에 파묻힌 오후 시간을 보낸 인섭은, 기어가다시피 퇴근했다. 창신동에서 반쯤 빗물에 절어있던 몸은 완전히 녹아 없어진듯 했다.

 

팔을 추욱 늘어뜨리고 집앞에 다다른 인섭은, 힘없는 손으로 열쇠를 꺼내 조심스레 현관문 잠금을 풀었다.

 

묵직한 팔로 손잡이를 돌리고 방으로 들어가려던 그때, 인섭은 인기척이 들려 살짝 뒤를 돌아봤다.

 

“안녕하세요…”

 

작은 일회용 접시를 들고있던 소녀는 교복을 입고 있었다.

 

짙은 청색 마이와 초록색 격자무늬가 그려진 치마를 입은 그녀의 가슴팍 명찰에는 이진희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떡을 한아름 담은 접시를 담은 그녀는 조심스레 접시를 인섭쪽으로 내밀었다.

 

“저희 이사왔어요!”

 

인섭은 의아하게 떡을 받아들었다.

 

“음… 요즘도 떡을 돌리는 집이 있나?”

 

“부모님이 돌리래요!”

 

그녀는 인사를 꾸벅 하고는 황급히 계단을 따라 달음박질쳐 올라갔다. 그녀의 발소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덜컹 하는 문 닫는 소리가 들려왔다. 굳게 닫힌 문 소리는 복도와 계단을 따라 이리저리 퍼져나가고 있었다.

 

인섭은 의아했다. 퍽퍽해진 요즘 세상에 이런 집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 문을 열고 들어간 그는 조심스레 주방에 떡을 두고는 바로 욕실로 직행했다.

 

옷을 이리저리 던져두고, 따듯한 물을 틀어 맞기 시작한 그는 멍하니 앞만 바라봤다.

 

오전에 창신동에 배치됐을 때, 빗물에 흠뻑 젖으며 거리를 걸어다니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머리를 타고 얼굴을 흐르며 떨어지는 빗물의 젖어있던 그를 생각하면, 웃음이 피식 흘러나왔다.

 

이내 웃음기가 사라졌다. 행여나 비가 오는 소리에 그르렁 거리는 소리를 듣지 못할까, 신경을 곤두세우며 걸어다니던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혹시나 자박거리는 작은 소리가 들리면 황급히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총을 조준하고는, 이리저리를 훑어보기만 했었다.

 

고양이 한마리가 야옹 거리고 지나가는 걸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다시 주변 경계를 했었다.

 

서로의 발자국 소리가 서로를 예민하게 만들까봐 발자국 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조용히 걷고 있던 그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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