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본 작품은 무료이지만, 로그인해야 읽을 수 있습니다. —
미리보기

비가 서서히 그치고 있었다. 창신동을 향할때 세차게 움직였던 와이퍼의 속도는 많이 줄어 있었다. 먼 봉현산 자락 너머로 햇빛이 살짝 비추고 있었다. 하지만, 구름들에 가려져 직사광이 뻗치지 못하고 있었다.

 

모자를 얼굴에 얹어두고 잠이 든 진철은 얕게 코를 골고 있었다.

 

인섭은 옆쪽을 보고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진철을 쓰윽 훑어봤다. 진흙이 여기저기 묻어있는 옷과 물을 머금어 색이 짙게 변한 바짓단을 바라봤다.

 

자신의 바짓단도 크게 다를건 없어보였다.

 

인섭은 한숨을 푹 쉬고는 차를 조심히 몰아, 시청 옆에 따로 끼인 처리장쪽으로 차를 몰아갔다.

 

이미 여러 팀들이 왔다 간듯, 소각로 앞쪽에는 시체 가방들이 여럿 쌓여있었다.

 

시체 가방을 잡고 소각로 안으로 휙휙 던지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확인한 인섭은, 차를 크게 돌려 트렁크쪽을 소각로 쪽으로 향하게 정차시켰다.

 

팔꿈치로 진철의 옆구리를 툭툭 친 인섭은,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리며 인사를 건넸다.

 

“보건소 수습 끝났다고 하나요?”

 

마스크를 쓰고 시체를 던져넣고 있던 남성은 인섭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가서 그냥 있는거 없는거 다 쏟아부어가지고 쏴갈겼다고 하더라구요. 수습은 끝났는데 사후처리 애들이 지금 피똥싸고 있죠.”

 

그는 마스크를 내리고 악수를 하려 손을 살짝 내밀었다.

 

인섭은 그의 손을 살짝 맞잡고는 손을 흔들었다. 미소를 지어준 그는 트렁크의 문을 활짝 열었다.

 

“어휴… 여기도 한건 하셨네요. 몇구에요?”

 

“넷 있습니다.”

 

“내려놓고 가시면 돼요.”

 

기지개를 쭉 펴며 차에서 내린 진철은 크게 하품을 하고 있었다.

 

“흐암…”

 

모자를 대충 벗고 인사를 슬쩍 한 그는 안주머니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양 주사님 할 일도 오늘 만만치 않으시네요.”

 

소각로 앞에 서있던 남성은 옆에 잔뜩 쌓인 시체 가방들을 보고 머리를 긁적였다.

 

“보건소에서 떠넘겨서 이렇게 된거죠 뭐… 두분은 어디 갔다 오셨어요?”

 

양진모 주사는 입구쪽에 걸어뒀던 서류철을 가져와서는 추가 수량을 기록하고 있었다.

 

“창신동쪽 갔다왔죠.”

 

“어휴… 개판이죠 거기? 매몰가정 에법 많다고 하던데.”

 

“개판이죠… 이거도 지금 수색 중단명령 떨어져서 그냥 있는거 그대로 가져온거구요.”

 

인섭이 양 주사의 말에 답을 하고 있을때, 소각로 뒤편에서 두 사람이 서서히 걸어나오고 있었다.

 

“양 주사님! 뒤쪽 배기구 손 봤는데도 소각로 온도가 자꾸 떨어지고 있는데요?”

 

그들은 얼굴에 숯검댕이를 잔뜩 묻힌채로 걸어왔다. 손에 들린 스패너와 드라이버에는 기름때가 가득했다.

 

“야, 좀 쉬엄쉬엄 넣어야겠다. 이거 뭐 독일제 좋은거로 받아 왔다드만 하도 많아서 다 태우지도 못하네.”

 

양 주사는 걸어 나오던 두 사람에게 손짓을 이리저리 해서는 사무실로 들어가라는 신호를 줬다.

 

진철은 양 주사에게 걸어와서는 담배 한대를 건넸다. 담배를 받은 그는 씨익 웃고는 안주머니에서 검은 라이터 하나를 끄집어 냈다.

 

진철의 담배에 먼저 불을 붙여주고, 자신 것에도 불을 붙인 그는 한모금을 깊게 빨아 당기고 연기를 내뱉었다.

 

“진짜 큰일이다 요즘.”

 

“왜요?”

 

진철은 침을 한번 퉤 뱉고는 팔짱을 살짝 꼈다.

 

“사체 처리할게 너무 많아져서… 감당이 안되네.”

 

진철은 자신이 가져온 네구의 시신을 보고 옆의 시체 산을 바라봤다.

 

몇십배 더 많은 수의 시체 가방들은 산을 이루고 있었고, 소각로는 쉴새없이 불을 뿜어내고 있었다.

 

“여름이라서 그런거 아니에요?”

 

“그런가…”

 

“그런거 아니겠어요? 여름이니까 부패도 심하게 되고 할테니… 겨울일때보다는 더 많이 발견이 되니…”

 

인섭은 두 사람이 대화하는 옆에서 시체 가방을 하나 둘씩 내리고 있었다. 무심한 듯 던져댄 시체가방은 시체 산의 한쪽에 놓여있다 스르르 굴러 떨어졌다.

 

양 주사는 늘어나는 시체에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그래도 가방에 처리가 잘되서 냄새는 생각보다 안나지만, 가끔씩 가방 하나 둘 터져서 오면 바로 오바이트야. 죽겠어 여름엔…”

 

“마스크는요?”

 

“해도 냄새가 찌르고 들어오더라 야…”

 

담배를 물고 있는 두 사람은 먼 산만을 바라보듯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인섭은 시체 가방을 모두 내리고는 트렁크에 살짝 걸터앉았다. 차 벽에 살짝 머리를 기댄 그는 멍하니 시체 산만 쳐다보고 있었다.

 

검은색 시체 가방들은 힘없이 늘어진채로 쌓여만 있었다.

 

“야, 진철아.”

 

양진모 주사는 필터 끝까지 담배를 빨아 당기곤 필터를 튕겨 버렸다. 가득 쌓인 시체산 위에 튕긴 필터는 산 틈새 사이로 사라졌다.

 

“네, 형님.”

 

진철은 담배를 물고 서서히 타들어갈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었다. 하얗게 쌓인 재는 바닥을 향해 툭툭 떨어지고 있었다.

 

“우리 언제까지 이 짓거리 해야하냐?”

 

양 주사는 멍하니 시체산을 바라보고는 자신의 발 옆에 놓인 가방 하나를 툭 발로 찼다.

 

발길질에 따라 힘없이 딸려 올라간 가방은 또다시 힘없이 툭 떨어졌다.

 

그의 말에 인섭과 진철은 슬쩍 고개를 돌려 양 주사를 바라봤다.

 

검은 때가 덕지덕지 묻어 있는 마스크를 목 덜미에 쓰고 있는 양 주사의 모습은 자신들과 크게 다를것이 없어보였다.

 

진철은 조심스레 담배를 뱉어내고는 하늘만 바라봤다.

 

“그러게요…”

 

비가 서서히 그치고 있었다. 하지만 햇빛은 온데간데 없었다. 하늘에는 어둡게 드리운 먹구름만이 가득했다.

 

 

 

 

 

 

“정정보도 내세요, 알겠어요?”

 

진철과 인섭이 사무실로 다시 들어오자, 그들은 불같이 화를 내며 전화를 하고 있는 황계장을 봤다.

 

“이거 당장 정정보도 안내면, 우리도 우리대로 움직입니다. 알겠어요?”

 

쾅. 수화기가 강하게 내려꽂혔다. 황 계장은 서류를 하나 집어들고는 씩씩대며 마구 부채질 하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좋지 않은 걸 감지한 두 사람은 소리를 내지 않으려 조심스레 의자를 끌고는 자리에 앉았다.

 

“하… 이 개같은 프레스 새끼들 진짜…”

 

황 계장은 의자를 홱 돌렸다. 대응 1팀이 돌아온 것을 확인한 그는 한숨을 푹 쉬었다.

 

눈이 마주친 진철과 인섭은, 급한 일이 있는 것처럼 컴퓨터를 이리저리 딸깍거리고 서류철을 마구 뒤지기 시작했다.

 

슬쩍 옆으로 눈을 흘겨 보았지만, 황 계장의 눈에는 이미 불이 켜져 있는지 이글이글 타고 있었다.

 

“니들 내가 조심하라고 했지?”

 

“혹시 무슨 일 있습니…”

 

“없으면 이러겠냐!”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말을 꺼낸 인섭은 황 계장의 불같은 사자후에 놀라 몸을 움츠렸다. 대형견 앞에서 오들오들 떠는 치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