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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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이 돋아나는 사월이건만 오늘 아침 일기예보의 미인 아나운서는 건조주의보를 강조했다. 이미 곳곳에서 일어난 산불은 영, 호남 및 충청지역과 경기, 강원 지역으로까지 확대되어 며칠 째 산림들을 집어삼키고 있었으며 그 기세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듯 했다.

토요일 새벽 5시 30분 즈음, 준희는 칫솔질을 하며 천안의 한 야산에서 불길이 이글거리는 tv영상을 멍하니 바라본다.

“흐응~”

그러다 그것은 그녀와는 상관없다 생각하고 화장실로 돌아섰다. 오늘은 외할머니네로 가는 날이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작은 중소기업 사무직에 취직한 것까진 좋았다. 하지만 야근은 당연한 일이며 불경기에 연차를 내려고 하면 눈치를 주는 바람에 접은 지 오래다. 집, 회사만 오가는 일상에 지쳐있던 준희는 주말엔 집에서 잠만 잤다.

볕이 좋던 어느 날 그녀는 담장에 삐죽 튀어나온 나무를 보고 걸음을 멈췄다. 은행 업무를 다녀오는 길이었다. 한껏 물 오른 나무에 초록빛이 점점이 찍혔다. 마치 그 모습을 처음 본 냥 주위를 둘러보자 활짝 핀 꽃들과 새싹이 곳곳마다 천지였다. 마음이 술렁였다. 따사로운 햇살과 콘크리트 위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에 현기증이 났다.

그동안 왜 몰랐을까. 봄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왜 나만 몰랐을까.

문득 그녀는 봄을 누리고 싶었다. 바쁘게만 지냈던 일상에서 벗어나 천천히 숨을 돌리고 싶었다. 그래서 여행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