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은 생각보다 재미있는 곳이야

편의점은 생각보다 재미있는 곳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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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게시판 눈팅하며 시간이나 축내고 있는 놈인데, 다른 편의점 알바가 글써서 베스트 간거 보고 나도 쓰고 싶어서 써봐. 참고로 나는 20대 중반에 군대갔다온 남자고 편의점에서 알바는 거의 10년? 넘게 한거 같아. 뭐 이리 오래했냐고? 그렇게 큰 이유는 없고 이 편의점이 우리 가족꺼야… 그래서 중학생 때 부터 시간날 때 마다 가게 본거 같은데 대학생되면서 동네 탈출해서 학기 중에는 못보고 방학 때 마다 불려와서 오전타임 조지고 있어. 내용이 두서없어도 재밌게 읽어주면 좋겠다. 지금도 일하면서 할거 없어서 글 쓰고 있는거야.

 

 

 

여기가 동네가 매우 작아서 편의점이 하나밖에 없어 그리고 24시간으로도 안하고. 평소에는 부모님 두분이서 오전 오후 맡아서 일하시고 방학 때 내가 끌려오는거. 그리고 다른 동네에서 오는 사람도 없어서 어제 본 사람 오늘도 보고, 내일도 보고 그런 가게란 말이야. 맨날 폰 보고 있기도 지겹고 동네사람들이라 이야기도 자주 하게 되더라. 그래서 다양한 썰도 많은데 오늘은 아이스크림으로 말할거야. 왜냐고? 지금 내가 냉동 물류 받아서 그냥 생각나서 쓰는거.

 

 

 

편의점에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가다가 들리던 어떤 남자가 있었어. 나이대는 그냥 나랑 비슷한거 같아. 나보다 조금 어린 정도? 왜냐면 나 고등학교 끝나서 아빠 도와서 물류 정리할 때 내가 다니던 중학교 교복 입고 애들이랑 들어온거 봤던거 같아. 뭐 하여튼, 그냥 평소에는 야자 끝나고 삼각김밥 하나 먹고 가던 애였는데, 어느 순간 담배를 사러 오는 애가 되어 있더라. 그리고 나는 군대 갔다가 말년에 휴가 써서 나왔는데 엄마가 말년이니까 이제 편의점 알바해도 되는거지? 라고 물어보기만 하고 강제로 일하고 있는데 얘가 오랜만에 보이더라.

 

 

 

반가운 마음에 이야기 아는척 하려는데, 군대 갔다오거나 군인이면 ‘아 저 사람 군인이구나’ 하고 느낌이 딱 오잖아. 그것도 첫 휴가 나온 신병이라는게 대놓고 보이는거야. 되게 어색하게 있더라고. 그래서 일단은 아는 척은 안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나한테 묻더라.

 

 

 

“붕어싸만코 있습니까?”

 

“아마 지금 다 떨어져서 내일 오전이나 들어올 거에요.”

 

“아…”

 

 

 

되게 아쉬워 하는 눈치였어. 내 기억으로는 예전에는 붕어싸만코 찾거나 사 먹은 적이 한 번도 없던 사람인데, 군대가서 처음 맛을 본거 같았어. 그럴 수 밖에 없지. 나도 군대 가기 전까지는 붕어싸만코를 왜 먹는지 몰랐던 사람 중에 하나였거든. 하지만 붕어싸만코는 사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요즘도 생각나면 간간히 먹는 아이스크림 중 하나야. 다들 군필자면 그렇지 않나? 하지만 그 친구는 꼭 먹고 싶었나봐. 다음 날 오전에 진짜 맞춰서 왔더라. 그래서 내가 물어봤어 궁금해서.

 

 

 

“왜 이렇게 붕어싸만코를 찾는거에요?”

 

 

 

그러니까 그는 이렇게 대답했어.

 

 

 

“붕어싸만코 먹을 때가 요즘 제일 행복했던 때라서 생각나서 그런겁니다.”

 

 

 

이게 무슨 소리지? 나는 조금 궁금하던게 정말 많이 궁금해져서 다시 물어봤지.

 

 

 

“아마 군대에서 첨 맛본거 같은데, 그게 그렇게 맛있었어요?”

 

” 그렇습니다. 제가 붕어싸만코를 처음 맛본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

 

“무슨 일이길래 그래요?”

 

 

 

이 친구가 결제한 붕어싸만코를 한 입 물면서 이야기했어.

 

 

 

“입대를 1월에 했고, 훈련소가 강원도라서 엄청 추웠습니다. 우리 동네는 겨울에도 눈 잘 안오는데, 강원도는 자고 일어나니까 눈으로 쌓인 세상이 되어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힘들기만 한 훈련소에서 그나마 이쁜 눈이라도 봐서 살만하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일어나마자 아침을 먹고 나서 눈을 치우라고 했습니다. 그 말로만 듣던 제설작업을 한겁니다. 넉까래로 밀고 빗자루고 쓸고, 조교들은 염화칼슘 열심히 뿌리는데도 치우고 치워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말하면서 먹었는데 벌써 꼬리만 남아있더라고, 어떻게 말하면서 저렇게 빨리 먹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의욕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점심이라도 빨리 먹여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는데, 눈을 더 치우고 먹어야한다면서 밥 마저 안먹이는 겁니다. 진짜 말도 안되는거 아닙니까? 속으로 욕하고 동기들끼리도 욕하면서 눈을 계속 치웠습니다. 다행히도 눈이 그쳐서 치우다보니 그래도 제설한 티가 나기 시작한겁니다. 그러고 나니 점심 먹으러 가라고 했습니다.”

 

 

 

“진짜 생각만 해도 극혐이네요. 훈련병 시기에 제설하면 진짜 서러운데”

 

 

 

“맞습니다. 진짜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우리동네를 놔두고 추운 강원도까지 갔을까 생각했습니다. 식당에 갔는데 부식으로 붕어싸만코가 나왔습니다. 솔직히 처음 봤을 때는 화났습니다. 날씨가 이만큼 추운데 왜 아이스크림을 주지? 그것도 맛있는 것도 아니고 붕어싸만코를?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입대하고 나서 처음 먹는 싸제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참았습니다. 감사의 기도를 하고 밥을 후다닥 다 먹은 다음 붕어싸만코 봉지를 뜯었습니다.”

 

 

 

감사의 기도라니. 그 끔찍한 단어를 내가 다시 들을지는 생각도 못했어. 윽,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토나올거 같아.

 

 

 

“와 근데 맛이… 진짜… 정말 맛있었습니다. 제가 원래 팥을 안좋아해서 단팥빵도 안먹는데, 그때 먹은 붕어싸만코는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겨우 이제 3달 정도 지난 이야기라서 그런게 아니고 아마 평생 못잊을거 같습니다. 빨간색 봉지 속에 들어있는 하얀, 그렇지만 그렇게 하얗지는 않고 밝은 나무색에 가까운 그 붕어모양 아이스크림. 그 머리를 한 입 베어 물면 겹겹히 쌓여 있는 팥과 아이스크림의 조화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지금도 이야기하면서 먹었는데, 그때 그 맛이 또 생각납니다. 하나 더 먹어야겠습니다.”

 

 

 

그렇게 하나 더 골라오더라고. 그런데 이야기 듣다보니까 나도 먹고 싶어진거야. 그래서 그냥 내가 두개 사고 하나 줬어. 이등병이래잖아. 불쌍하지.

 

 

 

“음. 부식 나와도 잘 안챙겨 먹는 스타일인데, 오랜만에 먹으니까 맛있네요, 진짜.”

 

“그렇지 않습니까? 이렇게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두고 뭐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짬 좀 차면 2개씩 가져다가 먹을겁니다. 추위에 벌벌 떨면서 훈련받고 눈 치우던게 한순간에 보상받던 느낌이었습니다. 사람이 힘들면 달달구리를 먹고 재충전한다는 말이 무엇인지 몰랐는데, 천 원짜리 아이스크림 하나로 힘이 이렇게 날 수 있다는 사실도 그 날 처음 알았습니다. 까마득한 전역만 생각하면서 버텨야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소박한 것으로도 하루를 버틸 수 있는 것을 진작 알았더라면 군대 가기 전에도 하루하루 소소한 행복으로 살았을거 같습니다.”

 

 

 

그는 그 이후로도 붕어싸만코 예찬론에 대해서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고, 나는 덕분에 알바 시간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었어. 지금은 이미 전역해서 동네에 있는 전문대에 다니고 벌써 취업했더라고. 가끔은 와서 그날 이야기도 하면서 붕어싸만코를 또 같이 먹게 되더라. 여러가지 맛이 있는데, 그 때 먹은 기본적인 팥 맛 이외에는 맛이 없다나 뭐라나.

 

 

 

지금도 폰으로 이 글 쓰는 와중에 또 먹고 싶어져서 사실 하나 결제해서 먹으면서 쓰는 중이야. 그리고 쓰다보니까 이런 썰이 몇개 더 생각났는데 인기가 좋으면 더 풀어볼게. 아마 뭍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글 쓰니까 알바 시간도 잘가고 재미있네. 일기장을 남들에게 공개하는 기분이야.

 

 

 

 

 
2
 

 

 

저번에 편의점에서 이등병한테 아이스크림 판 이야기 쓴 사람이야. 오늘도 물류 정리하고 시간을 때우려고 게시판에 접속 했어. 그때 올렸던 글 베스트 보내줘서 고맙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나도 기뻐. 이래서 사람들이 글 쓰는구나 생각이 들더라. 댓글 중에 붕어싸만코 광고 아니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던데, 내가 약을 좀 잘 팔아. 할인행사하면 은근슬쩍 꼬셔서 팔기도 한다고. 그래서 오늘 님들에게 팔 상품을 또 준비해봤지. 인터넷 보니까 이걸로 빙수해먹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맛있다는데, 나는 팥을 그렇게 좋아하질 않아서 아직도 나는 이게 맛있는지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되게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야.

 

 

 

그 아이스크림을 어떤 아주머니가 매주 토요일 마다 사러 가게에 오셔. 그리고 꼭! 두 개씩 사. 항상 비슷한 시간에 혼자 오셔서 두 개씩. 처음에는 별로 신경 안쓰다가 몇 달을 그렇게 사 가니까 궁금해지더라. 또 심심함에 나는 궁금병이 도져서 물어봤지.

 

 

 

“왜 맨날 비비빅을 두 개씩 사세요? 항상 이시간에?”

 

 

 

와 지금 써놓고 보니까 정말 TMI였네. 왜 물어봤는지 이해는 안되지만 내 생각으로는 정말로 심심했던 날이었기에 그랬던거 같아.

 

 

 

“이거요? 어릴 때는 몰랐는데 요즘 먹으니까 맛있더라고요. 생각보다 먹을 만해요. 그리고 나에게는 많은 추억이 들어있는 아이스크림이니까 또 손이 가더라고요.”

 

“추억이요? 어릴 때 부터 비비빅을 많이 드셨나봐요.”

 

“그렇죠. 그런데 그 때는 어떤 아이스크림보다 더 싫어했었어요. 그것도 무진장 많이.”

 

 

 

그런데 어째서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되었는지 나는 궁금해졌지. 그리고 시계를 봤을 때, 엄마가 올 시간은 2시간이 남아있었지. 다행히도 아주머니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하셨어.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고 아빠와 동생, 이렇게 셋이서 살았었어요. 초등학생 때 부터 내가 밥을 해서 동생과 저녁을 먹으면서 컸어요. 다른 애들은 학교 끝나고 놀고 있는데, 나는 동생 챙기러 집에 가야했어요. 빨래도 해야했고, 저녁밥을 만들기 위해서는 장도 봐야 했죠. 그것도 초등학교 학생이.”

 

 

 

“힘들게 사셨네요.”

 

 

 

“매우 힘들었죠. 그 와중에 아빠는 항상 일때문에 아침먹고 나가시고 저녁 늦게서야 들어오셨죠. 동생과 나를 먹여살려야 했으니까요. 그때 아빠는 엄마가 없는 빈자리를 채워줄 것은 본인이 아니라 본인이 버는 돈이라고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