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성역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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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옴 붙었군.’

김여선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하지만 하늘같은 종사관 앞이라 드러내놓고 싫은 낯빛을 할 수도 없었다.

“김 서리(胥吏), 특별히 이번 일에 자네를 추천한 것이니 손님을 모시는데 한 치의 소홀함도 없도록 최선을 다해주게.”

종사관이 굳은 낯빛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화성 축성 완공일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조정에서 내려온 손님이란 것이 마뜩찮을 리가 없는 것이다. 여선은 속으로는 ‘이건 말이 서리지 관노(官奴)와 다를 바가 없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입으로는 한껏 공손한 대답을 내뱉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여선은 화성유수부(華城 留守府)에 소속된 98명의 서리 가운데 한 사람으로 유수부의 실제 사무를 처리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리 가운데서도 알게 모르게 차등이 존재했는데, 화성행궁에서 업무를 보는 60명은 상대적으로 이아(貳衙)에서 일하는 서리들 보다 우월감을 갖고 있었다. 불행하게도 여선은 이아에 속해 있어, 오늘처럼 특별하게 부름을 받기 전에는 관아의 동헌인 장남헌에 올 일이 별로 없었다.

여선이 장남헌을 나오자 손님이 뒤를 따랐다.

“어디부터 뫼실까요?”

여선이 물었다.

“마방부터 들릅시다.”

손님이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여선은 힐끔거리며 손님의 모습을 살폈다. 여선보다 머리 하나는 클 정도로 기골이 장대했고 수염이 성성한 얼굴이긴 했지만 흰머리가 희끗한 것이 오십대는 되어보였다. 그리고 갓의 재질이나 갓끈이 그리 고급스럽지도 않은 것이 아무래도 조정의 고관은 아닌 것 같았다. 어쩌면 이 사람도 여선처럼 말직을 전전하는 신세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자 어딘지 모르게 친근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팔달산에서 불어온 바람이 동헌 마당을 스치고 지나갔다. 바람은 팔월의 기운을 머금고 있어 후텁지근했다.

손님은 걸음이 빨랐다. 천천히 걷는 것 같은데 삼십대 초반인 여선이 따라가기에 버거울 정도였다.

“함자가 어찌 되시는지…….”

여선이 물었다.

“이름은 무슨. 벗들은 그저 백 선달(先達)이라고 부른다네.”

‘까칠하긴.’

여선은 아무래도 오늘 하루가 피곤하게 흘러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저기로 가보세.”

백 선달이 가리킨 곳은 축성 현장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오?”

여선이 공사 인부 중 하나를 붙잡고 물었다.

“사람이 죽었소.”

“이런.”

여선은 말에서 황급히 뛰어내렸다. 거중기(擧重機) 옆에 거적으로 대충 덮어 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

거중기는 대략 13자(尺)의 높이에 도르래를 달고 본체 가운데, 가로막대 아래에 있는 함환을 동아줄로 연결해 잡아당김으로 무거운 돌을 들어 올리는 기구였다. 거중기는 서른 명 정도가 달라붙으면 1만 2000근이나 나가는 돌도 움직일 수 있었다.

“어떻게 된 거요?”

“밑에 깔린 것 같네.”

정 검률(檢律)이 작성하고 있던 검안 서류에서 눈을 떼며 거중기를 가리켰다. 검률은 종9품 벼슬아치로서 사법ㆍ행정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가 가리킨 거중기에는 피 묻은 돌이 매달려 있었다. 화성을 축성하면서 단 한 건의 사망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커다란 자랑거리였는데 그것이 깨어진 것이다.

‘조심태 어른 귀에 들어가면 난리가 나겠군.’

조심태는 화성유수이자 장용외사로서 화성 축성의 실질적인 책임을 맡고 있었다.

“걷어 보게.”

어느새 옆에 다가온 백 선달이 말했다.

“사고 같습니다.”

“그래도 걷어보시게.”

“누구신가?”

정 검률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도성에서 오신 분일세.”

그제야 검률은 저고리에 잠방이를 입고 있는 이십대 청년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는 화성유수부에 속한 오작사령으로서 조실부모하고 어린 동생과 함께 살고 있었다.

오작 청년이 거적을 들추자 가슴이 뭉개져 피투성이가 된 시체가 드러났다.

참혹한 모습에 여선은 숨을 멈추었다. 비릿한 피 냄새가 공기 중으로 퍼지면서 욕지기가 올라왔다.

“우웩―!”

여선은 결국 욕지기를 참지 못하고 토악질을 하고 말았다. 신물이 올라올 때까지 토하고 나서야 허리를 폈다.

“그만 가시죠.”

여선이 소매로 입을 훔치면서 말했다.

“사내가 그렇게 비위가 약해서야 원.”

백 선달이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비위 약한데 뭐 보태주신 것 있습니까?”

“시신이 누군지 아는가?”

“워낙 많은 백성이 일을 하는지라 잘 모르겠습니다.”

“오작사령, 호패가 있는지 보시구려.”

“네.”

오작이 허리를 굽히며 대답했다.

“둘러 봐야 할 곳이 많습니다. 그냥 가시죠.”

여선은 땀을 훔치며 말했다. 해가 떠오르면서 달아오른 지열에 냄새가 점점 지독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백 선달은 도무지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

“여기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오작이 시체의 허리춤을 뒤져서 호패를 찾아 내밀었다.

호패에는 ‘김혹불(金或不)’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백 선달은 호패를 유심히 들여다보더니 직접 무릎을 꿇고 시신을 여기저기 더듬기 시작했다. 입을 열어 보기도 하고 머리를 돌려보기도 했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더니 몸을 일으켰다.

‘비위가 좋기도 하군.’

여선은 시신을 뒤적이는 백 선달의 모습을 보자 간신히 가라앉힌 욕지기가 다시 올라오는 것 같았다.

“다리를 싸맨 것은 무엇인가?”

“아마 성역 중에 다쳐서 근처 의원에게 치료를 받은 듯합니다.”

“치료를 받던 자가 왜 성안까지 내려왔을까?”

“아마 주막이라도 들리고 싶었던가 보죠.”

여선이 냉큼 대답했다.

“자네가 보기에는 사인(死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백 선달이 오작에게 물었다.

“압사가 아닌가 합니다.”

오작이 대답했다.

“무릇 압사로 판명이 나려면 혀가 나와 있거나 눈동자가 튀어나오든지 아니면 귀, 코, 입 안에 피가 난 상처가 있어야 하지 않는가. 하지만 이 시신은 그러한 증험이 전혀 없는 것 같은데.”

오작은 땀을 흘리며 서 있었다.

“송구합니다.”

“다시 한 번 검험을 해 보시게.”

오작은 땀을 흘리면서 법물을 다시 꺼내놓았다. 먼저 조각수(쮕角水)로 시신의 입을 씻어낸 다음에 백반(白飯) 한 덩이를 목구멍에 집어넣었다.

“반계법(飯鷄法)을 쓰시려나?”

“그러합니다.”

“한지(韓紙)는 내가 덮어두지.”

백 선달은 시신의 얼굴 위로 몸을 숙였다.

“한 시진 정도는 걸리겠군. 잠시 다녀올 곳이 있으니 내가 돌아올 때까지 반계를 시행하지는 마시게나.”

“알겠습니다.”

여선은 백 선달의 마음이 바뀔까 서둘러 말에 올랐다.

“참, 자네는 저 돌이 몇 근이나 나갈 것 같은가?”

백 선달이 물었다.

여선은 눈을 가늘게 뜨고 거중기에 매달린 돌을 가늠해 보더니 대답했다.

“한 천 몇 백 근은 나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알겠네.”

“어서 가시지요.”

여선이 채근했다.

시체에서 어느 정도 멀어져 숨을 좀 쉴 수 있게 되었을 때 백 선달이 입을 열었다.

“다친 인부들이 치료를 받는 곳이 어딘가?”

“팔달산 부근에 공 의원이라는 자가 있습니다.”

“그럼 거기로 가세.”
팔달산이 가까워질수록 청량한 바람이 불었다. 팔달산은 높이는 그리 높지 않으나 정상에 오르면 사통팔달(四通八達)의 경치를 볼 수 있다하여 그와 같은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땀도 식힐 겸 걸어가세.”

백 선달이 말을 소나무 둥치에 비끄러매면서 말했다.

“말을 타고 가야 땀이 식지 힘들게 걸어 올라가면 어떻게 땀이 식습니까?”

여선이 부루퉁하게 대답했다.

“젊어서 몸을 움직여야지 늙어 편하다네.”

“어련하시겠습니까.”

비탈길을 오르려니 땀이 줄줄 흘러 내렸다. 다리가 천근만근처럼 느껴지는 것이 요즘 밤마다 청루에만 드나든 것이 후회가 되었다.

“자네 법서나 병서는 좀 읽는가?”

“선비가 법서를 가까이 해서 뭐하겠습니까?”

여선이 헉헉거리는 숨을 참으며 말했다.

“자네도 ‘무릇 만권의 책을 읽어도 법서(法書)는 읽지 않는다.’는 생각에 빠져 있는 것인가?”

“법서를 안다고 출세를 할 수 있습니까, 돈을 만질 수 있습니까?”

“출세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경학(經學)’만을 우선시하는 고리타분한 태도에 대해 말하는 것일세. 그런 태도 때문에 백성들의 삶에 도움이 될 얼마나 많은 지식들이 사멸되어 가는지 생각해 보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 오작만 봐도 그렇네. 실제로 시신을 수습하고 검안을 하는 사람은 오작인데 대부분의 오작이 글을 모르니 누가 저것을 기록하는가? 실제 현장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글을 읽은 선비들이 한단 말일세. 하지만 그들은 평생을 가야 자네처럼 법서를 읽는 일도, 시신을 만지는 일도 없을 것이네. 그들이 기록한 것이 얼마나 사실에 근거해 있겠는가. 조선에 제대로 된 ‘무학서(武學書)’, ‘병서(兵書)’, ‘역서(易書)’, ‘의서(醫書)’가 없는 것이 다 일맥상통하는 것이야. 서얼이니 뭐니 하면서 사람을 위ㆍ아래로 가르고 그 이상을 뛰어넘지 못하게 만들어 놓았단 말일세.”

그렇게 말하는 백 선달의 얼굴에 씁쓸함이 스쳐 지나갔다.

“법도가 그러한 것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저 세상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야지요.”

여선은 한숨을 내쉬었다.

“공연히 말이 길어졌네. 저기인가?”

백 선달이 물었다.

공 의원의 거처가 가까워질수록 짙은 약초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너른 마당이 있고 평상 위에 여남은 명이 눕거나 앉아 있었다. 장기를 두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고 투전판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머리를 싸매고 있는 사람, 다리를 절고 있는 사람 등 증상도 각양각색이었다.

“공 의원 계신가?”

여선이 물었다.

“약초 캐러 가셨수.”

한쪽 눈을 붕대로 감고 있는 사십대 장한이 대답했다. 대답을 하면서도 남자의 눈은 장기판에 꽂혀 있었다.

“둘 건가, 말 건가?”

“아, 거참. 좀 기다리게.”

팔에 부목을 대고 있는 남자가 말했다. 남자는 키가 훤칠하고 기골이 장대한 것이 한 눈에 보기에도 힘깨나 쓰게 생긴 모습이었다.

“자네는 어떻게 다쳤나?”

백 선달이 물었다.

“행궁 지붕을 고치다가 재수가 없어서 떨어졌수다.”

“생각보다 많이 다치지 않았구먼.”

“그럼 내가 모가지라도 똑 부러져야 했단 말이오?”

장한이 험악하게 눈을 부라리며 벌떡 일어섰다.

“도성에서 내려오신 분일세. 진정하라고.”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여선이 나섰다.

“퉤. 도성에서 오면 다인가.”

“낄낄. 그래도 왼팔이 부러져서 다행 아닌가. 밤마다 용두질은 잘도 하더구먼.”

눈에 붕대를 하고 있는 자가 너스레를 떨었다.

“뭐라고, 이 잡놈아. 네 놈 마누라 궁둥이 만지는 일은 한 손으로도 충분하다.”

“이런 상놈이.”

두 사람은 투탁거리면서 난전이라도 벌일 것처럼 설쳐대더니, 그런 농은 예사로 해왔던지 다시 장기에 빠져들었다.

“차를 움직이시오.”

여선이 짝눈에게 속삭였다. 짝눈의 얼굴이 금방 환해졌다.

“에라이, 장이나 받아라, 이놈아.”

짝눈이 차로 포를 잡아먹으면서 소리쳤다.

“이런 니미럴. 볼일 있으면 보고 가고 말 것이지 훈수는 왜 두고 지랄이야.”

팔에 부목을 댄 자가 장기판을 뒤집어엎으면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장기판을 들고 여선을 후려치려 하였다. 보기에도 단단한 나무로 만든 것이라 맞으면 바로 의원 신세를 져야만 할 것 같았다.

그때, 백 선달이 장기판을 손바닥으로 막고 교묘하게 흘려버렸다. 부목은 자신의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앞으로 쓰러졌다. 백 선달이 부목의 목덜미를 잡아 앉혔다.

“조심하게. 잘못해서 다른 쪽 팔까지 마저 부러지면 밥은 어떻게 먹으려고 그러는가.”

부목은 씩씩거리기만 할 뿐 얌전히 평상에 앉았다.

“김혹불이라고 아는가?”

백 선달이 물었다.

“글쎄,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 모르는가?”

“그렇다니까요.”

“흠, 이상하군. 이곳에 있었다는데.”

“그 사람은 왜 찾는 겁니까?”

“죽었네.”

“죽어요?”

“그래. 살해당했네.”

“살인? 어떻게요?”

“모르던 사람인데 관심이 있는가?”

“대답해 주기 싫음 관두시구려.”

“호패 좀 보세.”

“이런 우라질, 내 호패는 왜 보자는 거요?”

“녹봉 때문에 하는 일상적인 점검일세.”

여선이 나서며 말했다.

“거참, 별꼴을 다 보겠수.”

남자가 내민 호패에는 ‘박자근노미(朴者斤老味)’라고 적혀 있었다.

“됐수?”

“그래, 고맙네. 여선, 가세나.”

여선은 서둘러 백 선달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천천히 산을 걸어내려 갔다.

“아까는 왜 그렇게 말씀하신 것입니까?”

“무엇을?”

“아직 증좌가 분명한 것도 아닌데 살인이라고.”

“조금만 지나면 알게 될 것일세.”

백 선달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여선과 백 선달은 팔달산을 내려와 축성 현장으로 돌아왔다. 한 시진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사람들 사이로 흥분과 기대감이 떠돌고 있었다. 중인을 뚫고 앞으로 나가자 사람들 입에서 육두문자가 섞인 원성이 터져 나왔다.

“오작사령은 검험을 시행하라.”

검률이 명을 내렸다.

“예.”

저고리에 종아리가 드러나는 잠방이를 입고 있는 오작이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의 품에는 중닭 한 마리가 꽥꽥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오작이 거적을 들추자 시신이 드러났다. 입을 덮어 놓은 흰 종이가 미동도 하지 않는 것으로 숨결이 끊기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오작은 봉해 놓았던 종이를 떼어내고 입 안의 백반을 끄집어내었다.

그 순간, 오작의 품에 있던 닭이 푸드득거리며 중인을 향해 튀어 올랐다. 숨을 죽이며 검험 과정을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은 혼비백산해서 날뛰는 닭을 피하기 위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고, 닭을 잡으려는 오작과 부딪혀 나뒹구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마침내 오작이 닭을 품에 안고 새끼줄로 목줄을 만들고 나서야 소동이 일단락되었다.

“이 무슨 미욱한 짓인가.”

검률이 준엄한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죄송합니다.”

오작은 연신 허리를 조아리며 손에 든 백반을 땅에 흩어 놓고 목줄을 느슨하게 해서 닭이 쪼아 먹기 편하도록 해주었다.

백 선비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닭을 노려보았다.

닭은 바닥에 떨어진 백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중인들은 숨을 멈춘 채 닭이 어서 백반을 삼키기를 바라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닭이 백반을 콕콕 쪼아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제 곧 닭이 고통스러운 괴성을 토해내면서 쓰러질 것을 의심치 않고 있었다.

“꼭, 꼭, 꼬꼬댁―!”

하지만 닭은 아무리 기다려도 멀쩡한 모습으로 거리를 활보하고 다닐 뿐이었다.

검률이 백 선달을 노려보았다.

“보시다시피 초검(初檢)과 복검(覆檢) 모두 중독의 소견은 없으니 압사로 결론지어도 되겠습니까?”

그의 질문에는 불쾌한 심사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매사를 확실히 하자는 뜻이었네. 불쾌했다면 사과함세.”

백 선달이 말했다.

검률이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나졸들은 무엇을 하는가!”

검률의 호통에 나졸들이 나서서 들것에 시신을 옮겼다. 무엇인가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서 무료한 일상에 자극제가 되기를 기대했던 사람들 역시 실망감을 안고 하나 둘씩 사라졌다.

“백 선달님 고집 때문에 공연히 아까운 쌀밥만 버렸습니다.”

여선이 투덜거렸다.

하지만 백 선달은 여선의 말을 듣지 못한 듯 수염을 만지작거리면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자네는 여기서 잠깐 기다리게.”

그리고 번개 같은 걸음으로 흩어지는 무리 속으로 스며들었다.
백 선달은 오작 청년의 등을 쫓고 있었다. 청년은 팔작지붕이 늘어선 번화가를 지나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저잣거리로 접어들더니 주패(酒拮)가 걸려있는 주포(酒鋪)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평소에 주모와 안면이 있었던 듯 농을 주고받더니 부엌으로 사라졌다.

백 선달은 소피 볼 곳을 찾는 척 하면서 부엌을 엿보았다. 청년은 도마 위에 있는 부엌칼 한 자루를 행주로 감싸 허리춤에 감추었다. 청년은 식사나 하고 가라는 주모에게 급한 인사만을 남기고 허둥지둥 발걸음을 옮겼다.

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