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시대, 화성유수부에 소속된 98명의 서리(胥吏, 관아에 속하여 말단 행정을 맡던 관리) 중 한 사람인 김여선은 조정에서 파견된 종사관 백선달을 수행하게 된다. 백선달이 여선을 이끌고 향한 장소는 곧 완공을 앞둔 화성의 축성 현장. 긴 축성 기간 동안 단 한 건의 사망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건만, 거중기 근처에서 가슴이 완전히 뭉개진 남자의 시체 한 구가 발견된 것이었다. 하급 관리들이 사고로 인한 압사가 아닌가 하고 추정하는 가운데, 백선달은 남자가 살해당한 것이라 확신하고 수사에 나선다.
아마 ‘백선달’이라는 이름에서 이미 눈치를 챈 독자도 있겠다. 「화성 성역 살인사건」은 조선 정조 시대의 실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본격 추리물이다. 비상한 두뇌의 탐정이 사고로 보이던 사건이 사실은 살인이었다는 것을 밝힌다는 익숙한 전개를 따라가지만, 사건의 트릭에 디테일하게 녹아 있는 당대의 역사와 검시 기술이 궁금증을 돋우고 흥미를 자아낸다. 때때로 백선달의 호쾌한 액션 역시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