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스루

  • 장르: SF, 추리/스릴러 | 태그: #인공신체 #복수 #암거래 #형사 #엔진
  • 평점×79 | 분량: 184매 | 성향:
  • 소개: 피드스루라는 표준 연결 방식을 통해 돈만 있다면 뇌를 제외한 모든 신체 부위를 인공 부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 미래. 괴한의 습격으로 몸을 잃은 마리는 칠 년 만에 복수를 위한 질주... 더보기

피드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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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듣는 기쁜 소식이었다.

“오른쪽 손목을 절단해야 합니다.”

의사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딘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보험 처리 되는 거죠? 어디까지 커버할 수 있습니까?”

“이 사고 같은 경우에는… 본인 과실이 제로네요. 게다가 1급 위험에 해당하는 공무 수행 중이었어서 비용 부담 없이 시술 가능한 거의 모든 옵션을 선택할 수 있겠어요.”

됐다. 그제야 긴장이 풀린 딘은 마음을 진정시키며 침착하게 말했다.

“절단 부위는… 손목으로 한정되나요? 팔꿈치나 어깨를 절단하는 것도 가능합니까?”

의사는 놀랄 것도 없다는 듯이 잠시 딘을 바라보았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인공 안구였다. 태생 안구의 형태를 불필요할 정도로 디테일하게 재현해 놓은 사치스러운 제품이었지만 감정을 외부로 표현하는 기능은 없었다. 그런 기능이야 말로 불필요했으니까.

“가능해요. 연결해야 할 커넥터들이 많아지니까 단가가 올라가기는 하는데… 옵션 몇 개 포기하면 보험 한도 내로 맞출 수 있어요. 하지만 잘 생각하세요. 인공 부품이 많아질수록 가격이 비싸지고 유지 보수에도 당연히 돈이 더 많이 듭니다. 처음 다는 거야 보험 처리가 되지만 고장이라도 나면, 새 모델로 교환할 여력이 있으실지 모르겠네요. 최악의 경우에는 피드스루를 블랭크로 막아야 해요. 그런 경우 많이 봤습니다.”

인체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하는 건 이제 너무도 흔한 일이 되었지만 완전한 기계 인간은 아직 만들어 지지 않았다.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뇌만큼은 기계화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뇌를 중심으로 한 생물학적 신체와 기계를 연결하는 부품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것이 피드스루다.

피드스루는 주로 손목이나 어깨 등의 관절이 잘려나간 부위에 설치되며 인체에 영구적으로 임플란트된다. 보통 티타늄 뼈대로 인체에 고정되며 접촉부위는 실리콘으로 마감처리된다. 그리고 내부에는 디지털 전기 신호를 생체 신호로 변환하여 신경 세포와 주고받는 NDC (neural-digital converter) 가 들어 있다. 겉으로 볼 때는 인공 부품을 끼울 수 있는 삽입부 한가운데 수십 개의 핀이 달린 커넥터가 달려 있는 간단한 구조다.

피드스루의 개발과 표준화는 인공 신체 산업에 혁신을 일으켰다. 몇 가지 생체 안전성 테스트만 통과하면 변형된 형태의 인공 신체를 만드는 것도 가능했다. 손가락이 열 개 달린 손도, 몇 미터 이상 길게 늘어나는 팔도 가능했다. 필요에 따라 바꿔 끼울 수도 있었다. 수많은 제품이 양산되었고 가격도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비쌌다.

온갖 마케팅에 현혹되어 피드스루를 달긴 했지만 거기에 연결할 인공 신체 가격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결국 커넥터의 손상이라도 막기 위해 아무 기능도 없는 블랭크를 끼우게 되는 일이 허다했다. 저렴한 블랭크는 밋밋한 마개 모양이 대부분이었고 원래의 신체를 흉내 낸 조잡한 모형이라도 달려 있으면 다행이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남은 건 언젠가 돈을 벌면 제대로 된 부품을 사서 끼울 수 있겠지 하는 기약 없는 희망뿐이었다.

“목은… 안 되겠죠?”

“그건 불가능해요. 인공 혈액 공급기는 특약에 들어있지 않습니다. 필수 장기가 손상된 경우에는 사망 처리하고 위로금을 지급하는 걸로 되어 있네요. 다친 게 다리였다면 허리에서 끊는 건 가능했겠지만, 손을 다치셨으니 어깨가 한계예요.”

“어깨로 하겠습니다.”

“옵션 선택하세요. 수술 날짜는 내일로 잡겠습니다. 충분히 고민하시고 내일 아침까지 승인해 주세요.”

의사는 체크 박스들이 줄지어 늘어선 스크린을 건네주고는 밖으로 나갔다.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