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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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게 왜 보이는 거냐고는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결국 아이 엄마는 사기죄로 고소를 당했다고 했다. 볼 수 있는 사람이건 볼 수 없는 사람이건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야 할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남과 다른 것은 좋지 않은 것이다. 맞고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라, 힘들어질 가능성의 문제라 그렇다. 그렇기에 “어디가 어떻게 아프냐.”라든지, “엄마는 알고 계시니?”라든지, 그따위로 쓸모없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한참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무엇을 말해도 공격이나 비난처럼 받아들여질 것 같고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아서.
그러나 이 말은 삼키지 못했다.

“그럼 여기에도 있어?”

덕분에 유경 씨는 곧 자기 입을 때리고 싶어졌다. 도대체 이 얼마나 흔하고 무심한 말이냐? 초등학생과 오래도록 지내더니 아주 입이 초딩이 되었구나. 선생이란 자가, 애가 보지 말아야 할 걸 본다는 걸 알자마자 여기에도 귀신 있냐고 묻고 앉았고. 그러나 유경 씨가 뭐라고 자신을 자책하든 소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없어요. 우리 교실, 우리 층, 다 없어요. 원래 되게 많았는데. 수돗가 구석만 해도 되게 많이 고여 있는데. 이렇게, 이렇게.”

그렇게 말한 후 벌떡 일어나 창가로 향한 아이가 수돗가 구석을 향해 몽글몽글하게 동그라미들을 그려보였다. 그 외에도 몇 장소를 쳐다보며 동그라미를 그리기 시작한다.
그런 소미를 지켜보던 유경 씨는 아이가 생각 외로 말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하지만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어울릴 나이가 아니다. 소미는 항상 혼자 앉아있었다.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았다. 소미에게 말을 거는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소미 스스로 다른 친구에게 말을 거는 것도 아니었다.
이렇게나 많은 말을 할 수 있는 아이인데.

「걘 맨날 구라만 쳐요. 걔 맨날 귀신 보인다고 그래요. 맨날 이상한 소리 들린다고 그러고.」

왜 그런 말만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나보다 클 것 같은 키로, 왜 맨날 주눅 들어 잔뜩 구겨진 채 혼자 지내고 있냐고. 유경 씨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말을 꺼냈다.

“알겠어. 다 알겠어. 하지만 소미야, 그런 건 혼자 가슴 속에 담아두고, 그냥 남들 보는 것에만 반응하는 게 어떨까? 그래야 친구들이 너한테 거짓말 한다고 안 그러지. 소미야, 사람은 말이지, 자기랑 다른 것을 못 견뎌해. 누구한테나 자기랑 비슷한 점만 보려고 한다고.”

그 말에 여전히 창가에 서 있었던 소미가 상체만 돌려 유경 씨를 바라보았다. 가을의 햇살은 여름만큼 따갑진 않지만 확실한 음영을 만들어낼 줄 안다. 햇살 때문에 실제로는 얼굴 절반이 어두웠으나, 유경 씨의 눈은 아이 얼굴 전체를 컴컴하게 인식했다.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 어둠이다. 하지만 그런 얼굴로도 소미는 완강한 기세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이의 부정(否定)을 본 유경 씨가 다시 묻는 동안에도, 계속.

“그냥 안 보인다고 말하면 안 되는 거야?”

고개의 회전 속도가 더 빨라졌다. 쉬지 않고 선풍기처럼 고개를 돌린다. 아냐, 그렇게 머리를 돌리면 어지럽잖아, 진정해! 그러나 소미는 멈추지 않았다. 비명 같은 대답이, 멈추지 않고 새어나오는 동안에도, 못 고칠 고장 난 모터처럼.

“가만히 있으면 소리가 들려요. 귀 바로 옆에서 소리가 들려. 내가 들리냐고 수도 없이 물어요. 가만히 있으면 내가 들리냐고- 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