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버드

로즈버드

미리보기

동쪽 하늘에는 무지개가 걸려 있었어요. 오후 늦게 내린 소나기 때문이었을까요. 바람결에 은은하게 나무딸기 향기가 묻어나는 날이었습니다.
레모네이드를 담은 유리잔을 받쳐 들고 뒤뜰로 나갔을 때 엄마는 벤치에 앉아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었어요. 무릎을 덮는 길이의 샛노란 드레스에 푸른색 카디건을 걸친 채 잠들어 있었어요. 자세를 고치며 뒤척인 탓인지 검은색 슬리퍼 한 짝이 벗겨져 스타킹을 신지 않은 오른발이 풀밭에 외따로 놓여 있었어요. 아랫입술과 그보다 더 도톰한 윗입술은 그 순간에도 여전히 붉었을지 몰라도.
엄마는 죽었어요. 깊은 잠에 빠져들듯 그렇게 돌아가시고 만 거예요.
유리잔 속에서 얼음이 달카당거리며 녹아내렸습니다. 나는 벤치 귀퉁이에 쟁반을 내려놓고 용기 내 불러 보았습니다.
엄마? 엄마, 주무세요?
엄마의 코밑에 손을 가져가 보았지만 미미한 숨결조차 흘러나오지 않았어요. 다리를 굽히고 몸을 밀착해 엄마의 가슴에 귀를 대 보았어요. 레이온 소재의 드레스는 뜨뜻미지근했지만 그건 식어 가는 체온의 자취에 불과했어요.
엄마의 속은 비어 있었어요. 알맹이 같은 건 남아 있지 않았죠.
엄마는 육체를 버리고 떠났어요. 허물을 벗고 자유로워진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 버린 거예요.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