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기옥(新詐欺獄)

  • 장르: 기타 | 태그: #사기 #사기범 #감옥
  • 평점×40 | 분량: 129매
  • 소개: 20만 원의 중고 거래 사기를 저지른 주인공 손상희는 ‘사기특별법’이라는 생소한 법에 의해 5년 6개월이라는 가혹한 징역형을 선고받는다. 그가 수감된 R... 더보기
작가

신사기옥(新詐欺獄)

미리보기

손상희의 세상은 모니터 세 개가 전부였다. 왼쪽 모니터에는 중고 거래 사이트가, 중앙 모니터에는 수십 개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엑셀 파일이, 오른쪽 모니터에는 익명성이 보장된 프록시 서버 설정 창이 떠 있었다. 그의 방은 먹다 남은 컵라면 용기와 담배꽁초가 쌓여 찌든 냄새로 가득했지만, 손상희는 스스로를 더러운 방구석의 패배자가 아닌, 비정한 자본주의 시장의 허점을 파고드는 ‘창조 경제의 선구자’라 여겼다.

오늘의 미끼는 정가 50만원을 20만 원으로 할인한 최신형 헤드폰이었다. 물론 그가 가진 것이라곤 먼지 쌓인 정품 박스와 그 안에 꼭 맞는 크기의 벽돌 한 덩이뿐이었다. 그는 정성스럽게 벽돌을 뽁뽁이로 감쌌다. 구매자의 설렘이 클수록, 배신감의 낙차도 큰 법이다. 그것이 이 게임의 유일한 규칙이자 재미였다.

“입금 200,000원.”

모바일 뱅킹 앱에 찍힌 메시지를 보며 손상희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구매자에게 ‘꼼꼼하게 포장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웃음 이모티콘까지 보내는 치밀함을 잊지 않았다. 편의점 택배 기계에 운송장을 입력하며 그는 생각했다.

‘세상에 멍청한 놈들이 얼마나 많은지. 얼굴 한번 안 보고 이런 돈을 보내다니. 이건 사기가 아니라 교육이야. 비싼 수업료지.’

완벽한 범죄였다. 대포통장, 대포폰, IP우회. 경찰이 추적할 길은 없었다. 그날 저녁, 손상희는 20만 원어치의 소갈비와 소주로 자축했다. 지글거리는 불판 위에서 기름이 튀는 소리가 마치 세상의 찬사와 박수소리처럼 들렸다.

그로부터 이주 뒤, 여느 때처럼 다음 ‘교육 대상’을 물색하던 손상희의 자취방 현관문에서 둔탁한 노크 소리가 울렸다.

“누구세요?”
“택배입니다.”

무심코 문을 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택배기사가 아닌, 무표정한 얼굴의 남자 두 명이었다. 한 남자가 품에서 경찰 신분증을 꺼내 보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손상희의 손목에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와 닿았다.

“손상희 씨 맞으시죠? 전자상거래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체포합니다.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

머릿속이 하얘졌다. 어떻게? 어디서 꼬인 거지?

수사관의 기계적인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경찰서로 향하는 내내 단지 운이 나빴을 뿐이라고, 기껏해야 벌금이나 집행유예로 끝날 가벼운 문제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취조실의 공기는 차가웠다. 책상 하나와 의자 두 개가 전부인 작은 방. 맞은편에 앉은 중년의 박 형사는 담배 연기처럼 피곤한 얼굴로 서류 뭉치를 뒤적였다.

“손상희, 스물여섯. 전과 없고. 헤드폰 값 20만 원 때문에 인생 종 치고 싶었나?”
“…실수였습니다. 돈은 바로 돌려주겠습니다.”

손상희는 최대한 유순한 표정을 지었다. 반성하는 척, 어리석었노라 고개를 숙이는 것이 이런 상황을 가장 빨리 벗어나는 방법임을 그는 알고 있었다. 박 형사는 코웃음을 쳤다.

“돌려줘? 뭘 돌려줘. 이미 늦었어.”

형사는 서류 뭉치 맨 위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책상 위로 툭 밀었다. 앳돼 보이는 남학생의 사진이었다.

“이 학생, 네게 헤드폰 산다고 돈 보낸 아이다. 부모도 없이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데 아르바이트도 못 하는 나이라 몇 달 동안 용돈 아껴가며 모은 돈이었더군. 너한테 벽돌 받고, 본인의 어리석음을 탓하며 자괴감에… 그날 밤 자기 방에서 목을 맸어.”
“네? 자, 잠깐만요. 그게 저랑 무슨 상관입니까! 아니, 사람이 죽은 건 안타깝지만 그게 왜 제 탓입니까!”

손상희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그의 완벽히 설계되었던 세상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이건 그냥 사기 사건이 아니었다. 그의 통장에 찍혔던 20만 원이 순식간에 납덩이처럼 무거워져 심장을 짓누르는 듯했다.

박 형사는 경멸이 가득한 눈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넌 타이밍도 참 기가 막히지. 요즘 너 같은 놈들 때문에 피해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늘어서 국회에서 시끄러운 거 몰랐나?”

그는 책상 서랍에서 신문 한 부를 꺼내 펼쳐 보였다. 사회면 1단에 실린 큼지막한 헤드라인이 손상희의 눈을 찔렀다.

[사기 피해액을 피해자의 시간으로 환산… ‘사기특별법’ 본회의 통과]

“두 달 전부터 시행되던 법이야. 너에게도 해당이 되지.”

박 형사가 차갑게 말했다.

“사기꾼의 형량을 피해 금액을 기준으로 삼는 게 아니라, 그 돈을 벌기 위해 피해자가 들였을 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법이지. 피해자의 소득이 적을수록, 사기꾼들의 형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구조고.”

손상희의 머릿속에서 모든 것이 뒤엉켰다. 피해자의 시간? 소득이 적을수록?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피해자는… 학생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박 형사는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며, 사형 선고를 내리는 집행관처럼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래. 유서에 적혀 있더군. 하루 용돈 100원씩 모았다고.”

순간, 취조실의 모든 소음이 사라졌다. 손상희의 귓가에는 오직 ‘100원’이라는 단어만이 맴돌았다. 20만 원을 100원으로 나누는, 지독하게 간단한 산수가 그의 머릿속에서 멋대로 시작되고 있었다.

법정의 공기는 손상희의 편이 아니었다. 국선 변호사는 그의 곁에서 연신 한숨을 쉬었고, 방청석에는 그의 범죄를 사회악으로 규정하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판사는 감정 없는 목소리로 판결문을 읽어 내려갔다. 모든 것이 연극의 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이었다.

“…피고 손상희는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딜 준비를 하던 젊은 피해자의 희망을 꺾고, 그를 죽음으로 내몬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에 새로 발효된 사기특별법 제1조 14항에 의거, 피해자가 피해 금액 20만 원을 모으기 위해 소요한 기간으로 피고의 형량을 대체한다. 피해자의 하루 수입(용돈) 100원을 기준으로 총 2,000일, 즉 5년 6개월의 징역에 처한다.”

‘5년 6개월.’

그 숫자가 법정 안에 울려 퍼지는 순간, 손상희는 자기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20만 원. 고작 소고기 한 접시 사 먹은 돈의 대가가 5년 6개월이라니. 세상에서 가장 부조리한 코미디였다. 그의 웃음소리는 판사의 딱딱한 경고와 함께 잦아들었지만, 그의 머릿속은 이미 현실 감각을 상실한 채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