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로봇, 아시모

  • 장르: SF | 태그: #SF #로봇 #AI #편의점
  • 분량: 128매
  • 소개: [제 11회 대한민국 과학소재 단편소설 공모전 수상작] 편의점 파트타이머 지훈이 새로 들어온 로봇 아시모가 자기보다 일을 잘하자, 일자리를 빼앗길까 봐 불안해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더보기

편의점 로봇, 아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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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서 오세요. 아, 또 오셨군요? 혹시 맥주 사러 오셨나요? 그거 아세요? 저희 OO편의점 어플에 가입하셔서 쿠폰을 받으시면 10퍼센트 할인받으실 수 있습니다. 귀찮으시다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괜찮습니다. 전 이런 일에 능숙하거든요. 어때요? 금방이죠? 다음에 또 할인 소식 있으면 알려 드릴게요. 고물가 시대에 조금이라도 아껴야죠.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기쁘네요. 행복한 하루 보내시고, 다음에 또 뵙길 바랄게요. 안녕히 가세요.”
이런 살가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녀석의 이름은 ‘아시모’다.
아시모는 로봇이다. 최신 인공지능을 탑재한 자율 학습형 서비스 로봇.
이 녀석이 우리 편의점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건, 정부의 로봇 고용 정책이 시행되면서 시범적으로 로봇을 활용하는 영업장을 선정하게 되었는데, 그중에 우리 편의점이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그게 벌써 한 달 전 일이다.
자율 학습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시모는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인간처럼 현장에서 직접 배우고 메뉴얼을 익힌다. 인간과 다른 점이라면, 이 녀석은 한번 배운 건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편의점 업무를 보면서 아시모에게 일을 가르치고 있다. 이렇게 말하니 뭔가 대단해 보이지만, 실은 그냥 평범한 파트타이머다.
“방금 그 손님 누구 닮은 줄 아세요?”
‘아, 이 녀석 또 시작이네.’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연성우요.”
“몰라. 그게 누군데?”
“모르세요? 영화배우 연성우.”
“들어 본 적 없는데? 유명한 배우야?”
“1995년 생으로 다섯 편의 단편영화에 주조연으로 출연했고, 네 편의 상업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한 배우입니다.”
“그럼 그냥 단역배우잖아. 내가 단역배우 얼굴을 어떻게 알겠어?”
“분석 결과 방금 그 손님의 얼굴은 연성우 배우의 얼굴과 34퍼센트 정도 유사합니다.”
“34퍼센트면 닮았다고 하기에도 애매하잖아.”
“아무래도 그렇죠? 코가 조금만 오뚝하고 눈이 조금만 컸으면 50퍼센트 이상 닮았을 텐데 말이에요. 저도 그 점이 아쉽네요.”
“그 손님은 전혀 아쉬워하지 않을걸?”
“그럴까요? 다음에 또 오시면 한번 물어봐야겠네요.”
“하지 마.”
“왜요?”
“글쎄, 그냥 하지 마.”
“알았어요. 기억해 둘게요. 파트너 김지훈은 손님이 즐거워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
“뭔 소리야? 왜 말이 그렇게 되는데?”
“농담입니다. 농담은 인간관계에 윤활유 같은 거라고 하더군요. 윤활유는 기계에도 무척 중요하죠……. 이것도 농담이었어요. 재치 있었나요?”
나는 무표정하게 이 기계 놈을 쳐다봤다.
“제 농담이 재미없었나 보군요. 당신 표정에서 불쾌함과 지루함이 각각 31퍼센트, 23퍼센트 감지되었어요. 사과드립니다.”
“됐어.”
“앞으로 더 노력해 볼게요.”
“노력하지 말라고. 하아, 됐다. 관두자.”
아시모는 로봇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감을 농담으로 녹이려는 듯 계속해서 재미도 없는 농담을 시도했다. 녀석은 아무래도 자신의 농담이 먹히는지 나한테 테스트해 보려는 듯하다. 그런 생각이 드는 건, 녀석은 손님한테는 거의 농담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나 이외에 다른 사람한테도 안 하는 것 같다. 내 전 타임 근무자에게 아시모가 썩은 농담을 계속 던지는 게 싫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아시모가 농담도 할 줄 아느냐며 되물었을 정도니까.
왜 나를 자신의 농담 감별사로 선정했는지에 관해선 묻지 않았다. 기계 놈에게 그런 취급을 받는다는 게 기분 나쁘기도 했고, 물어봤을 때 또 썩은 농담을 던지면 괜히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아서였다.
어찌 됐든, 이 녀석은 인간인 나를 만만하게 보는 듯하다. 그래서 난 이 녀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네가 잘 가르쳐 봐. 사람 말을 잘 알아들으니까 어렵지 않을 거야. 나쁠 거 없잖아? 막 부려 먹어도 되니까 넌 편해서 좋을 거고. 말벗이 생겨서 심심하지도 않을 거 아냐. 그렇다고 이상한 것 가르치진 말고. 회사 말로는 머리만 좋지 아직은 어린애나 마찬가지라고 하니까 적당히 맞춰 주라고. 알았지?”
사장은 아시모가 오자 입이 함박만 해져서 떠들어 댔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것이기에 사장한테는 그야말로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었으리라.
사장이 그토록 아시모를 원했던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였다.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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