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정한 노인의 등 위로 작은 돌멩이 같은 등뼈가 불뚝불뚝 솟아나 있었다. 나는 따뜻한 물에 적신 때수건을 손에 끼우고, 천천히 노인의 등을 밀기 시작했다. 손에 닿은 노인의 등은 느슨한 북 같았다.
노인의 등을 미는 데에 집중하느라 조용하던 나를 대신해, 아무 말 없이 때밀이를 받던 노인이 별안간 입을 열었다.
“요즘은,” 나는 갑자기 튀어나온 노인의 말에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노인이 말을 이었다. “그 정도 대학을 나와도 이런 것까지 해야만 회사에 들어가나?”
나는 왼손으로 이마와 콧등에 난 땀을 닦은 후 다시 등을 밀며 답했다.
“아무래도 힘든 시기라서요. 사실 봉사 활동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괜히 아무것도 안 하면 불안해지더라고요.”
“요즘 같은 때에 그놈들이 왔어야 했는데 말이야. 불행이 길거리에 널려 있잖아.”
“그놈들이요?”
“그래, 외계인 놈들. 그놈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게 불행이거든.”
“외계인들이 불행을 갖고 싶어 한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