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에 거듭 망국의 기로에 섰을 때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하여 이 기록을 남긴다.
희는 아버지의 성씨는 물론이거니와 어머니의 얼굴조차 알지 못했다.
때늦게 쏟아진 눈이 정강이까지 쌓인 날, 노파는 까맣게 그을린 소나무 밑에서 불이 핥은 것처럼 살결이 불그스름한 갓난아기를 발견했다. 아기는 검댕이 묻은 포대기에 감싸여 있었다. 노파는 이고 간 광주리에 아기를 담아 마을로 내려왔다. 칭얼대는 아기를 들쳐 업고 아픈 다리를 절뚝이며 젖동냥을 다녔다.
아기에게 희라는 이름을 붙여 준 것도 노파였다. 까막눈이던 노파는 그와 같은 소리가 나는 문자에 기쁨이라는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먹은 귀로도 희가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노파는 7년 전 잠드는 것처럼 눈을 감았다. 희는 노파가 자신을 재우며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기억했다.
“갓뫼는 불의 산이다. 아가, 네가 그 산에 버려져 있었다는 걸 들키면 안 돼.”
희는 노파를 장사 지내고 돌봐 줄 어른이 없는 마을을 등졌다. 구걸을 했으며 벌레에게 살을 뜯기고 피를 빨리면서 한뎃잠을 잤다.
종일 배를 곯은 끝에 물 한 모금을 얻어 마시면 말라붙은 눈시울에 눈물 한 방울이 차올랐다. 소나무 속껍질을 벗겨 먹으면 배가 아팠고 흙을 쪄 먹어도 탈이 났다. 그럼에도 희는 살아남아 열다섯 해를 넘겼다.
그사이 희의 살갗은 여러 번 벗어졌다. 희의 낯은 이제 와 턱 아래부터 왼 눈썹까지 검붉은 얼룩으로 덮여 있었다. 흡사 뜨거운 물을 뒤집어쓰고 얻은 흉터 같았다. 그 때문에 왼눈은 감겨 있다시피 했고 왼 이마 위 한 뼘 정도는 털이 자라지 않았다.
추醜가 죄라면 희는 이 세상에 나와 첫 숨을 쉬는 순간부터 죄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