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만, 여기에서의 베팅 한도는 5만 HKD로 정해져 있습니다.”
“하이롤러 룸으로 옮겨.”
컴퓨터 프로그램의 정밀성을 신봉하던 시대는 오래전에 지났다. 코드 한 줄로도 결과는 바뀔 수 있고 누군가는 실제로 결과를 바꿔놓는다. 사설 라이브 카지노를 들락거리는 놈들은 완벽한 멍청이거나 중력 돔에 발조차 붙일 수 없는 범죄자뿐이다.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날로그 카지노를 찾는다. 모두가 플라스틱 칩을 손에 쥐고, 고풍스러운 상아 주사위가 따그락 소리를 내며, 전자기적 요소라고는 회원 카드가 유일한 장소를. 심지어 여기에는 슬롯머신조차 없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지금 쓰신 돈만도…”
“야, 너. 남 걱정하고 싶었으면 도박장이 아니라 구빈원에서 일해야 하는 거 아니야?”
“허―안내해 드립죠.”
도박의 요체는 어느 시대나 똑같다. 얼핏 보기에는 승률이 반반인 게임을 만들어 놓고 둘 중 하나에 걸게 한다. 따면 두 배고 잃으면 0이다. 하지만 두 선택지 모두가 50%보다는 조금 부족하기 때문에, 돈을 계속 퍼붓다 보면 통장이 바닥나고 만다. 카지노가 노리는 게 바로 그거다. 대박을 노리는 손님들에게서 돈을 야금야금 빨아들이는 것.
하지만 전 재산을 날리고 패가망신하는 게 도박의 귀결이라면 어떤 멍청이가 카지노에 돈을 갖다 바칠 것인가. 도박사에게도 도박사만의 계산이 있고 규칙이 있다. 대부분은 지구에서부터 이어져 온 것이다. 마틴게일이 좋은 예가 되겠다. 잃을 때마다 금액의 두 배를 판돈으로 거는 방식이다. 누적해서 잃은 돈은 직후에 걸 돈보다 항상 1이 적으니까, 계속 지더라도 마지막 한 판만 이기면 손해를 메울 수 있다. 1+2는 3. 1+2+4는 7. 그다음엔 다시 8.
물론 허점은 있다. 그 마지막 한 판을 이기지 못하면 결국엔 판돈이 부족해서 나가떨어진다는 것이다. 화이트 칩 한 개로, 그러니까 5HKD로 시작했다고 쳐 보자. 10번을 연속으로 잃은 뒤에는 걸어야 할 돈이 몇천 단위가 된다. 그래서 도박사들은 이 방법이 계속 실패할 때 뿌러졌다고들 한다. 마틴 8연으로 뿌러졌다, 하고. 내가 이런 얘기를 왜 하고 있냐고? 아마 마틴이 14번 연속으로 뿌러졌고, 이번 판돈은 9만에 가까운 탓이 아닐까?
하지만 괜찮다…
“짝에 올인이다.”
15번 연속으로 홀이 나올 확률은 0.0000003%에 불과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