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어느 날 백자 하나를 늙은 스승에게 내보인다. 스승은 탄복하며 제자의 솜씨를 칭찬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심경이 복잡하다. 그 백자는 사실 그의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래 전, 도제 시절을 함께 보낸 라이벌이자 수십 년 전 홀연히 잠적한 여인의 백자였다. 그리고 마치 그를 농락하듯 백자만 놓고 다시 자취를 감춘 것이다.
누군가에게 들려주듯 나긋나긋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는 나름의 흡인력을 갖추고 있다. 비록 예측에 어긋나거나 특별한 반전이 있는 전개는 아니나 구성이 잘 짜여져 있고, 특유의 분위기를 잘 담아낸 작품이다. 저자의 질문대로 정말 그는 도제에 불과한 걸까? 아니면 장인이 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