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인 2000년, ‘나’는 군 제대 후 복학한 뒤 종교학 필수 수업을 듣는다. 조별 수업에서 무당을 인터뷰하는 과제 수행 중, 서울 근교 산 중턱의 법당에서 무당에게 찾아온 기묘한 의뢰자를 보고 흥미를 느낀다. 인터뷰 대상이던 박수무당에게 실제 굿을 보고 싶다고 부탁해서 그 기묘한 의뢰자의 굿을 볼 기회를 얻는다. ‘나’는 같은 조원인 준표와 그리고 학과 교수님까지 모시고 굿을 보러 가는데, 그곳에서 보게 된 건…
「당신의 곁에는 누가 있습니까?」는 도입부를 매력적으로 배치한 작품이다. ‘나는 귀신을 믿지 않는다’는 화자의 첫 말을 시작으로 귀신과 외계인의 존재 유무에 대한 자신의 논리를 펼치고선 ‘그래도 만일 귀신이 있을지도 모른다면, 내 기억 속의 그 사건’이라고 마무리함으로써 이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독자에게 흥미롭게 예고한다. 실제로 앞서 말처럼 본문에서 실체적 귀신이 등장하거나 분명한 심령 사건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도입부의 문장 덕분에 오히려 현실감이 배가 되어 사소한 부분에서도 섬뜩함을 느낄 수 있다. 저자가 문장의 끝맺음에서 대미를 장식하는 방식 또한 탁월하다.
*편집장의 시선은 지난 한 달 동안 올라온 작품 중 나름의 개성을 가진 작품을 편집장이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작품별 추천작 카운트로 올라가진 않지만 월말 베스트 작품 후보와 분기별 출판 계약작 대상 후보에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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