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편집장의 시선

“소용없어. 가지런히 벌어진 입술이 그렇게 말했다.”

치매병동에서 간병인으로 근무하는 지아는 종종 자신의 제2 인격인 혜수로 인해 난처한 상황에 처하곤 한다. 혜수가 몸을 지배하는 때면, 지아는 아무 기억도 없이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깨어나곤 했다. 1999년의 그날도, 병동에서 벌어진 언쟁이 결국 피를 부르게 되고, 지아를 19년이라는 긴 시간의 암흑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지난해 브릿G에 연재되었던 『콘크리트』는 책으로도 출간되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힘차게 밀어붙이는 서사의 힘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문장의 흡인력은 정유정, 김언수, 천명관의 초창기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라는 일간지 평가는 점선면 작가를 가장 멋지게 드러낸 말이다. 이번에 새로 연재를 시작한 『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은 『콘크리트』에 비해 진입 장벽이 다소 올라간 편이다. 약 400매 정도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되고, 그 전까지는 온전히 주인공 지아의 삶을 그려내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작가는 현대사의 아픈 흔적, 그리고 굵직한 사건을 스치며, 이전작보다 더 무겁고 섬뜩하게 이야기를 끌고간다. 그래서 때론 지나치게 어둡지만 또 때론 무섭도록 강렬하다.

*편집장의 시선은 지난 한 달 동안 올라온 작품 중 나름의 개성을 가진 작품을 편집장이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작품별 추천작 카운트로 올라가진 않지만 월말 베스트 작품 후보와 분기별 출판 계약작 대상 후보에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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