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이 나라에는 비妃가 없다. 우리 왕녀들은 남편을 맞지 않는다. 씨내림이를 들여다 아이를 낳고,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이웃 나라로 보내 버린다. 선대 남자 왕들이 줄줄이 외척에 살해되고 나서 생긴 법이다. 그래서 이 왕궁에는 남자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너 같이 왕손들에게 팔려 온 사절들을 두고 역비易妃라고 부른다. 여자의 몸으로 비가 없는 궁에 팔려와 거꾸로 비 역할을 한다고 비꼬는 것이다.”
뮤 왕국에는 수십 명의 왕녀들이 있고 왕위 싸움은 치열하다. 언니나 동생에게 죽는 공주가 허다하다. 거대한 궁에는 똑같이 생긴 복도에 똑같이 생긴 문이 수백 개 있고 어느 문 안에 누가 들어가 지내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권력이 있는 자는 수어 개의 방을 차지하며 옮겨 지내기도 하고, 권력이 없으면 살해의 위협에 두려워 방 한 칸을 겨우 차지하고 나오지도 못한 채 늙어간다.
왕녀들은 사절이라는 명색으로 영주의 딸이나 아내를 데리고 있는다.
이를 ‘역비’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