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지는 아직 작품을 접하지 않았거나, 작품을 접하고 떠나가는(!) 분들께 전하는 일종의 변명이자 호소입니다.
태그와 소개, 그리고 ‘아레나’라는 단어로 유추할 수 있듯, 이 작품은 피가 난무하지는 않을지언정 사람이 다치고 죽는(신체적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소설입니다.
흔히 입시 전쟁이 벌어지는 학교를 비롯한 우리네 경쟁사회를 ‘정글’로 비유합니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나 죽지 않기 위해 싸우고 다치며 성장하면서 동시에 모든 면에 무뎌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삭막해지다못해 피폐해져만 가는 현대사회를 우려합니다.
나는 고개를 쳐들었다. 최류가 날 시크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머쓱해서 책을 덮었다.
“책 좋지. 좀 비약해서 말하자면, 책을 읽는 행위가 널 착하게 만들어줄 거거든.”
“똑똑하게겠지.”
“아니. 착하게가 맞아. 사회심리학자가 쓴 책을 보면, 책을 읽는 행위가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볼 때랑은 달리 뇌의 특정 부분을 활성화시켜 준대. 결과적으로 남을 더 잘 이해하게 해주고, 결론적으로 착해진다는 거지.”
“그래서 네가 그렇게 담임 입장을 잘 이해하고 착한 짓을 하나 보지?”
최류는 못 들은 체했다.
“이 남을 이해하는 행동, 즉 공감 능력이 중요한데, 미국 대학생들을 상대로 실험을 한 결과 몇 십 년 전부터 이 공감 능력이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특히 최근 10년 동안 급격하게 떨어졌대. 그 저자는 공감 능력이 부족한 현대사회의 황량함을 사이코패스화 되어가는 사회라고 말하지. 그리고 그 원인 중 하나로 독서의 태부족을 꼽아. 어때?”
“알 게 뭐야.”
저 말은 나같이 자기중심적이고 경쟁에 환장한, 개인주의적인 놈들이 갈수록 많아진다는 뜻인가? 이거, 갈수록 살기 퍽퍽해지겠는데. 그렇다면 나 혼자 착해져서는 곤란하지. 나만 손해 볼 테니까.
아마 정유정 작가님의 팬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바로 사이코패스 신인류설입니다. 『신인류의 아레나』를 쓸 당시 제 관심사도 사이코패스였습니다. 아니, 그보다도 ‘사이코패스화 되어가는 사회’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고민을 확장한 것이 비밀 써클 ‘올림퍼스’입니다. 일종의 작은 사이코패스 사회죠.
주인공인 도경은 분명 반사화적입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사이코패스는 아닙니다. 둘은 분명 다르며, 그런 측면에서 도경 역시 ‘올림퍼스’ 내에서는 상대적 약자로 취급됩니다. 하이에나처럼 말이죠. 『신인류의 아레나』는 포식자 무리에 끼게 된 하이에나의 이야기입니다.
과연 도경은 포식자 무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잡아먹힐까요? 그것도 아니면…? (미소) ‘너희 어떻게 되는지 어디 한번 두고 보자’ 하는 마음으로, 조금은 냉소적으로 이 작품을 즐겨 주신다면 어떨까 싶은 마음에 이렇게 무리하게 공지를 써 올립니다. 양해 바랍니다.
그렇다고 읽기를 강요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분명 이것은 취향의 문제니까요. 다만, 한 번쯤은 생각해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포식자들의 사회가 어떻게 될지 말입니다. 아마 좋게만은 안 끝나겠죠. ^^
그럼 이만 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