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분들에게 보내는 글

3월 26일

  타자 20°입니다. 긴 겨울 끝에 참 통조림 만들고 싶어지는 날씨가 왔네요. 미세 먼지만 좀 털어내고 그대로 깡통에 집어넣고 밀봉해 보관했다가 한여름이나 한겨울에 따서 즐기고 싶은 날씨입니다. 고양이 캔으로도 참 좋을 것 같아요. 최근 추세로 보건대 이런 날씨가 사 주를 가기 어려울 거라는 것이 아쉽군요. 조만간 별 생각 없이 문을 나섰다가 뎀프시롤 하면서 달려오는 여름을 목도하는 무서운 경험을 하게 되겠지요. 그래서…… 더 아깝고 소중합니다. 양심상 말해둬야겠는데, 여러분. 제 잡문 읽지 말고 이 아까운 봄 즐기세요. 근사한 낮 보내고 괜히 엘리어트를 인용하고 싶어지는 밤이 왔을 때 읽는 건 권장합니다. 더욱 고전을 읽고 싶어질 겁니다. 하하. 양심에 대한 의무는 다 했으니 이제 욕망에 충실하자면, 멋진 봄 즐기시고 시간 남으시면 중단편 좀 써서 올려주세요. 다른 곳에선 할 필요 없는 말이지만 브릿G니까. 아, 장편도 좋죠. 하지만 장편 작가는 누가 요청하든 말든 씁니다. 그 사람들은, 뭐랄까, 그냥 우리와는 사람이 좀 달라요. 어떻게 사람이 이야기 하나로 원고지 수천 매를 씁니까.

  더 좋은 글로 뵙지 못해 죄송스러워서 하는 헛소리도 길어졌군요. 그냥 제 기원이나 한 자락 바칩니다. 마음 고랑마다 살구꽃 만발하는 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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