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하라, 내가 부르나니

  • 장르: 판타지, 역사 | 태그: #답하라내가부르나니 #판타지 #역사 #정치 #군상극
  • 평점×587 | 분량: 17회, 778매
  • 소개: Q. 아주 미약한 마법을 중세에 끼얹으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이에 답하는, 중세 동양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군상극. 특징. 1. 마법의 힘이 미약함. 2. 중세 동양의 색채... 더보기
작가

박짝 네 이놈! 네놈은 왜 이 따위 소설을 쓰느냐?

18년 2월

친구들을 만나 제 소설을 소개하다 보면 늘 한 번쯤은 이야기하게 되는 부분이 있는데, 웹에는 올린 적이 없어 이렇게 남겨 봅니다.

저는 과학을 배운 이래로, 마법이 들어간 판타지 세상을 보면서 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 세계관에서 마법은 실존하는 어떤 힘의 일종이고, 반복할 수 있는 재현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저 세계관의 과학자들은 실험하지 않고 대체 뭘 하는 거냐?!

누군가는 이럴 겁니다.

이봐! 마법은 논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어떤 신비한 힘이야!

흠, 그렇다 쳐도 말이지요. 과학은 늘 그런 것들을 정면으로 마주해 왔습니다. 전자기력도 밝혀지기 전에는 마법이었어요. 손이 닿지도 않았는데 무언가가 움직이잖아요. 최종적으로 마무리지은 사람은! 맥스웰! 커피 말고~ 네오소울 말고~ 맥스웰~! 전자기 맥스웰~

애매한 ‘마법학’ 따위의 단어를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에요. 조금 심각하게 얘기하자면, 애초에 ‘과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저마다 한마디씩 답하는 것이 과학철학이기에, 저한테는 꽤나 큰 문제였습니다. 마법이 존재한다면, 그리고 마법이 인류 역사와 보다 현실적으로 엮였다면,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요?

무엇보다! 환상적인 이야기에 과학을 엮는 데 거부감이 있다 쳐도! 호그와트로 가는 증기기관을 보면, 저기서 연료로 석탄을 때고 있을까? 어떤 노동자 마법사가 야근특근 해가며 열일 하고 있지 않을까? 궁금하지 않습니까? 뭐… 저만 그랬다면 어쩔 수 없군요(쭈굴). 어쩌면 저만 그러니까 이런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증기기관은 산업혁명의 상징과도 같은 물건이고, 과학기술의 빛나는 발전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법이 있는 세계관에서 마법사 사회는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용하게 됐을까요? 그 세계의 종교와는 어떤 관계를 맺었을까요? 궁금하지 않습니까?(호응 유도!)

자! 이 상태에서 팬픽을 써서 해리포터 세계관 외전을 쓰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만, 문제는 반지의 제왕을 보든, 왕좌의 게임을 보든 같은 문제가 생겼다는 겁니다.

 

많은 분들의 글이 답내뛰의 결과라는 걸 잘 압니다. 저 역시 마찬가집니다. 다른 역사소설을 쓰면서 습작을 시작했습니다만, 언젠간 이 주제도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거든요. 대단한 문장력이 생기면 쓸 예정이었지만, 그걸 기다리다간 죽을 때까지 변변찮은 글만 남기다 갈 것 같아서, 으랏찻차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마법이 사회, 과학, 종교에 녹아드는 얘길 써보자! (거창)

그럼 일단, 너프를 좀 해야 하겠어요! (이것도 너프해 보시지!)

흔한 판타지 소설들에서 다뤄지는 엄청난 마법이라면 사회에 미치는 여파가 너무 크거든요. 밸붕!

그래서 대폭 너프!

 

물리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를 빌리자면, perturbation! 섭동! 기존의 상태에서 아주 작은 변화를 준 세계관. 그런 느낌으로 말입니다. (원래 다른 SF 소설을 시도하다 만든 용어인데, 섭동 세계관 뭐 이런 단어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두 번째로, 서양 세계관보단 언어나 관습이 동양이 훨씬 익숙하기에, 동양을 기준으로 만들어 보자!

근데 이러면 또 문제가 생기네요. 동양엔 과학이 꽃필 만한 합리주의의 토양이 자라지 않았어요. 그래서 새로이 종교를 만들었습니다.

그리하야! 대략 준비가 끝났습니다.

제 소설에선 마법의 등장, 사회-종교적 마찰, 계급으로의 분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변화. 뭐 이런 주제들을 만져 볼 계획입니다.

그 점이 기획 단계에서 다른 판타지들과 가장 크게 차별화된 점이라고, 저의 창의성이 발휘될 지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소설을 쓰는 본질적인 이유이기도 하고요.

과학덕후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요…? 형님께선 “그거 참 공대생들이 좋아할 판타지다” 라고 하셨는데… 모르겠습니다 껄껄

세계관이 오래 간다면 근현대사까지 할지도… 스팀펑크! 오예!

지금은 그 기반이 되는 중세 세계관을 쌓아나가고 있는 과정입니다. 마법이 전혀 없는 세계부터 출발하지요. 하하.

탱탱님이 리뷰에서 말씀하셨듯 소개팅해서 서먹서먹하게 이름 나누는 단계가 맞습니다. 껄껄껄

아마 초반부 소설을 이미 읽은 분들께선 “이게 무슨 소리야?” 하실지도 몰라요 ㅋㅋ 아직 마법은 나오지도 않은 단계인데다, 종교 얘기만 슬슬 꾸물대는 단계거든요. 마법은 살랑살랑 소문만 들려오는 단계입니다.

 

그렇다고 초반부는 버리는 이야기다 그게 아닙니다! 오히려 대비를 통해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선 이러한 날것 상태가 어떠한지가 훨씬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 초반부를 굉장히 애정하고, 재미나게 쓰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길 했지만, 크게 중요한 이야긴 아닙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제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일 뿐, 본문을 읽고 해석하는 방식은 온전히 독자 여러분의 몫이지요. 그리고 기획 단계가 이러했다는 것이지,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잘 모릅니다 하하. 작품에 안 나오면 그걸로 땡인 거니까요.

 

원대한 계획은 뒤로 하고. 일단 한 회, 한 회 집중해서 재밌는 글 진상토록 하겠나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