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평안하셨습니까?
우선 기괴 기업 보고서를 봐주신 여러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을 올립니다.
엉성하고 부족함에도 계속해서 봐주신 여러분들 덕분에 세계관이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나폴리탄에서 영감을 받아 기업 풍자물을 만들어보고자 집필을 시작했던 기괴 기업 보고서는, TRPG 세계관인 ‘워치타워 세계관’과 합쳐지며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이상 징후라는 거대한 실체들에 집중했던 이전과 달리 그것을 직접 겪는 개개인의 서사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죠.
그 결과 ‘한국 이상 보안 1990’이라는 TRPG로 다시금 재탄생하게 되었고, 이것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이상 보안 1990은 지인들끼리만 진행했습니다.)
TRPG를 진행하면서 세계관은 점차 구색을 갖추기 시작했고, 상당한 애정도 생겨났지만 결국에는 하나의 온전한 서사가 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더라고요. 그 세계 자체가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사실은 그 이면에 감춰진 신비로운 이야기들에 대해선 이미 너무 많은 매체가 다루고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흥미를 조금 잃었던 것 같습니다. 또 제 황당한 상상력은 이따금 뇌절로 접어들기도 했고 그 탓에 세계관 전체의 서사가 다소 기형적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괴 기업 보고서의 집필을 접었습니다. 충분히 매력적으로 와닿지 않아서요.
허나 올해 여름, 저는 게임 개발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세계관의 방향성을 바로 잡고 싶어졌습니다.
충분히 신비로우면서 신선한 그런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 저는 ‘마술적 사실주의’에 주목했습니다.
이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문학 기법의 사전적 의미를 해체하는 대신에 그 본질을 아주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가 모호한 세계를 그려내면 그것이 마술적 사실주의라고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데드락’이라는 게임의 세계관이 이러한 마술적 사실주의를 아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마엘스트롬이라는 현상이 발생하면 차원문이 열리고 그곳에서 각종 이세계의 것들이 건너와 지구에 머물게 된 세상이죠. 그렇기에 마법사도 있고, 각종 마법 도구들이 흔한 세계입니다. 1920년인데도요.
이런 환상적인 설정은 멋진 비쥬얼 요소로 완성되었습니다. 리볼버를 들고 도시를 배회하는 파란 악마 형사와 같이 두 세계가 합쳐진 모습이 주는 시각적 놀라움은 황당할 정도로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제 두 눈으로 경험하니 저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차라리 이상 현상이 그다지 ‘이상’하지 않은 세계관이라면, 터무니없이 매력적일 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세계관의 리부트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1985년,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상 현상을 인정한 세계. 그것이 이제 기괴 기업 보고서 세계관입니다.
이참에 이름도 바꿨습니다. World Reveald라고요. 들춰진 세계 세계관(?) 정도 되려나요.
아, 물론 워치타워 세계관은 기존대로 존재할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TRPG 세계관의 원작자 분이 계시고, 세계관을 통째로 바꾸기보단 다른 우주라고 두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원작자 분에 대한 존중도 중요하니까요.

위 그림은 이제 새롭게 바뀐 한국 이상 보안의 로고입니다.
많은 부분이 바뀐 만큼 이번에는 더 밀도 있고 매력적인 세계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기괴 기업 보고서는 이제 완결을 지으려고 합니다. 새로운 세계관에는 새로운 작품이 필요하니까요.
이제 겨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햇살 드는 나날이 오길 빌게요. 그럼 이만 말 줄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