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단편집에 도전해 보았습니다.
완결하고 난 소감은… 와, 어렵네요. 으하하하! (…)
단편, 그것도 추리향이 첨가된 단편을 시리즈로 쓰려니 펜던트 사가를 쓸 때보다 체감상 훨씬 더 많은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물론 펜던트 사가도 준비에 상당한 시간을 쏟았었지만, 생산된 글의 분량 대비 노력이라는 측면에서 밀도가 달랐다고 할까요.
그런 힘듦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읽어주시고 격려해 주신 독자분들 덕분에 즐거운 마음으로 끝까지 달려올 수 있었습니다.
테즈라의 캐릭터를 그려낼 때 마음 속에 뚜렷하게 담고 있었던 모델이 있습니다. 혹시 알아채신 분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바로 미드 House의 닥터 그레고리 하우스입니다. 부리부리한 눈, 카랑카랑한 목소리, 한손에는 곧은 지팡이, 그리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통찰력까지. (House는 표면적으로 메디컬 드라마이지만 실질적인 이야기의 구조는 추리물에 가깝지요.)
물론 닥터 하우스를 완벽하게 모방한 것은 아니고, (당연하게도) 고전 중의 고전인 셜록 홈즈의 캐릭터성 + 조직을 등진 스파이로서 제이슨 본의 성격도 조금씩 품고 있습니다. 위기에 빠진 어린 소녀를 거둔다는 점에서는 레옹도 넣을 수 있겠군요. (추리/스릴러/첩보 장르에서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들을 다 때려넣은?)
그 외 여러 주변인물들을 그리면서 가급적이면 펜던트 사가에 등장했던 다른 캐릭터들과 겹치지 않게 하려고 나름 신경을 썼습니다만, 의도했던 것만큼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독창성과 설득력을 함께 지닌 캐릭터를 창조하는 건 언제나 너무 어려워요. 인간에 대한 저의 이해가 짧은 탓이려니…
‘추리맛 판타지’를 표방했습니다만, 사실 맨처음 구상했던 것은 본격 추리 판타지였습니다. 그런데 어릴 적부터 워낙 추리소설을 좋아했다 보니 본격 추리물을 직접 쓰기가 오히려 쉽지 않더군요. 고전 명작 추리소설들을 읽으며 키워 온 스스로의 눈높이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달까요. 그래서 ‘추리’에 너무 얽매이기보다는, 보다 자유분방하고 다양한 모험 이야기로 방향성을 바꾼 결과가 바로 추리맛 판타지입니다. 첩보맛도 추가하고 괴담맛도 추가하고 액션맛에 로맨스맛도… (조미료 대범벅)
12월 24일이라는 연재 종료일은 처음부터 의도된 것입니다. 마지막 단편의 분위기에 대충 맞겠다 싶었거든요. 또 사소한 숫자놀음으로, 이 단편집의 연재는 7월 17일에 시작되어서 총 17편의 이야기들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예… 아무 의미 없습니다. 하하.)
저는 기본적으로 저 자신이 즐겁고자 글을 쓰는 사람이라, 글쓰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 처하지 않는 이상은 아마도 이야기글을 계속 쓸 겁니다. (물론 그걸 감히 연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안면 피부의 튼실함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조건이 충족되어야겠지만…) 다시 돌아올 때까지, 모쪼록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 모두 건강한 신체와 정신적 여유와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늘 함께하길 바라며,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