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집] 미야 호수의 상담사

  • 장르: 판타지, 추리/스릴러 | 태그: #추리맛판타지 #모험소설 #탐정소설
  • 평점×240 | 분량: 25회, 1,812매
  • 소개: 특별 상담사 테즈라의 환상모험 단편집. 상업과 문화와 예술의 나라 샤프릴. 강대한 아모트 제국과 마법왕국 알란티아조차 부러워할 이 아름다운 나라에도 절박한 고민의 늪에 빠져 괴로워... 더보기

프리츠 라이버가 부활했다. 비평 브릿G추천

리뷰어: 1648, 7월 20일, 조회 42

프리츠 라이버. 도적 길드라는 관념의 창조자.

톨킨이 판타지의 거시세계를 창조했다면, 그는 미시세계를 창조했다. 우리가 어렴풋이 떠올리기만 할 판타지적인 관념과 이미지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눈에 보일 듯이 생생한 장면 묘사로.

안타깝게도 그의 작품은 국내에서는 단 한 편만 번역되었다. 그것도, 단편으로.

프리츠 라이버와 그의 작품에 대한 설명은

https://blog.naver.com/itrustedyou/223518230162

여기에서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으니, 이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짓기로 하고…

 

판타지에 그 나름의 족적을 남긴 거장의 이름을 가져온 이유는…

첫 문단을 읽는 순간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려내고 있는 상황이.

손에 잡힐 듯했고, 영상이 머릿속에서 지나가는 것 같았다. 카메라는 거대한 세계가 아닌 인물을 조명하지만, 인물의 내면을 깊이 비추지는 않는다. 행동과 상황을 담아낼 뿐이다.

그리고 화면을 내리며 계속 읽어나가는 내내 생각했다.

정판이다.

그것도, 무겁고 진지한 과거의 서사시 형식이 아닌, 2020년대 스타일로 세련되게 변신한 정판이다.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진지함과 가벼움의 균형을 훌륭하게 맞춘 이러한 최신식 정판을.

이런 2020년대식(?) 정판 배경의 미스터리물을 집필하는 입장으로서,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안 돼요. 가지 마세요, 작가님. 계속 올리셔야 합니다. 그런데…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는데… 이미 예전에도 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제 착각이겠지요?

 

이융희는 ‘장르로서의 판타지’와 ‘문학/문학비평에서의 환상’을 구분해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적 리얼리티로 독자에게 그럴듯한 것으로 설득되는 이차 세계. 그것이 ‘장르로서의 판타지’가 지녀야 할 필수요건이다.

그 세상의 사회구성원들은 자신들의 세상에서 통용되는 법칙과 사고방식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한 법칙과 사고방식은 현실 세계의 것과 유사하지만, 이차 세계 나름의 고유성을 품고 있어야겠지.

이 작품은 그 요건을 충족했다. 그렇기에 정말로 훌륭한 (정통)판타지다.

( * 이 아래에는 줄거리가 요약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마법사가 인질을 붙잡고는 난동을 피운다. 우리의 주인공은 이 마법사 인질범을 잘 설득해야 한다.

인질범을 잘 달래고, 요구를 들어주기 힘든 이유를 잘 설명한 후, 이름을 물으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내면의 인간성을 이끌어낸 다음 감추고픈 과거사를 지적했지만 그것은 너의 오해였다는 설명까지. 상담의 정석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조마조마했다. 이 미친 마법사가 갑자기 벌컥 화를 내면서 난리라도 치면 어떡해.

그런데 역시나 주인공은 주인공이다. 특별 무기(?)로 마법사 인질범을 단번에 제압한다. 참으로 훌륭한 연기력이다. 인질범을 상대로 시도한 대화는 빼앗긴 무기를 다시 얻어내기 위한 수작이었나.

합리적이고 맞는 말만 하는, 그러면서도 자기 임무에 충실한 이 상담사. 다음 사건에서는 왠지 이번 편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줄 것 같다. 진정한 상담사라면 고객의 상담 내용과 성격에 맞추어 태도를 달리해야 하는 법.

다음 상담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