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끝을 냈습니다.
긴 시간 동안 소설 내외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음에도 시작한 이야기를 끝내게 되어 정말로 기쁩니다.
중간 중간 긴 휴재 기간이 있었지만 다시 돌아와서 글을 쓸 때마다 읽어주시고, 댓글과 추천을 남겨주시고, 또 작품 추천 글을 남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부족한 글을 끝까지 쓸 수 있었던 힘이 되었습니다.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주의> 아래 내용은 로그 스페이스에 대한 이런저런 TMI로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소설을 다 읽으신 후 보시는 것을 강력 추천 드립니다. <주의>
1. 로그 스페이스의 시작
– 한 우주선에 탄 인류과 서로 다른 성격과 특성을 가진 세 외계종족이 행성 사이를 여행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옴니버스식 구성을 한 중단편 소설을 기획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방향이 살짝 바뀌어 기존의 캐릭터나 설정을 가져와 쓰게 된 것이 로그 스페이스입니다.
– 1부는 조금 더 로그 스페이스의 세계와 인물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2부는 생각했던 본격적인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2. 인물, 장소, 사물의 이름에 대해
– 대니와 테니얼, 둘의 이름이 비슷한 것은 의도적이었습니다. 대니는 친숙하고 일반적인 느낌으로, 테니얼은 그보다는 좀 더 고풍스럽고 일반적이지 않은 느낌으로.
– 세렌디피티호에 탑승하는 여성들의 이름은 모두 색깔 기반입니다 – 앰버는 주황, 라피스는 파랑, 로즈는 붉은색. 각각의 성격을 나타낸다고 생각하면서 작명했습니다.
– T4A의 이름은 다재다능이라는 의미로 Talent for(4) All 의 약자를 사용했습니다.
– 흐로다의 이름은 Adolf를 뒤집은 것입니다. (Adolf → F’loda)
– 말루스는 악, 나쁨이라는 라틴어에서 가져왔습니다.
– 오페르툼(회색 로브의 사나이)도 비밀, 숨겨진 것이라는 라틴어에서 가져왔습니다.
– 메카니코도 엔지니어를 뜻하는 라틴어 메카니쿠스에서 가져왔는데 약간 이탈리안스럽게 바꾸었습니다.
– 모하비 정크스테이션의 인물들의 이름은 이탈리아스럽게. (베아트리체, 파비오)
– 모구모구의 원래 발음은 오구오구 입니다. 네, “오구오구 그랬쪄요?” 할 때 그 오구오구 맞습니다.
– 세렌디피티호는 의도하지 않은 우연한 성공, 성과를 뜻하는 영단어 Serendipity에서 이름을 가져왔습니다.
– 정크 스테이션의 이름은 모두 사막에서 가져왔습니다 (모하비, 카라쿰)
3. 제목에 대해
– 로그들은 우주 중심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사건들과는 상관없이 변방에서 살아가는 주변인에 가깝습니다. 주목받는 자리에서 화려한 삶을 누리는 자들이 아니라 척박한 곳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내기에 급급한 자들이죠. 그런 이들이 우연한 기회에 우연한 사건에 휘말려 우주적인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 그래서 제목은 자연스레 로그 스페이스가 되었습니다.
4. 로그, Rogue
– Rogue는 조직이나 무리를 떠나 홀로 멋대로 행동하거나 위협적이기도 하는 자들을 뜻합니다.
우주의 변방에서 제국에 대해 은근히 반항하는 자들만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강요하는 삶의 규칙을 벗어나는 자도 rogue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생각했습니다.
– 삼촌과 함께 우주정거장을 떠돌며 가난한 사람들의 돈을 버는 대니는 약자를 착취하는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자신도 살아남을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이렇듯 현재 환경에 맞춰 살아가야 할 수도 있겠으나 올바름이나 도덕성을 포기하지 못해서 자신만의 길을 선택한 대니도 rogue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전쟁영웅으로 추앙받기를 거부하고 홀로 떠돌아다녔던 테니얼 또한 일반적인 삶의 경로를 선택하지 않은 전형적인 rogue 입니다. 라비는 계속해서 그를 설득하지만 테니얼은 죄책감과 실패감 속에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걷죠. 그러다가 대니를 만나 여행하면서 결국 대니를 위해 자신을 희생합니다. 다른 사람을 희생해야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차가운 우주에서 그 반대의 길을 택한 테니얼의 행보도 rogue적이라고 할 수 있겠죠.
5. 종족
– 지고족은 원래 기획에서도 텔레파시 능력이 있는 과묵한 외계종족이었습니다. 쓰고나니 고고한 스페이스 엘프라는 오래된 스트레오타입에서 벗어나질 못한 느낌이 있네요.
– 메몬은 원래 기획에서는 그저 돈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물질만능주의 로봇 종족이었습니다만 설정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야기 중간에 나오는 매칭이라는 기술을 활용한 에피소드를 더 쓰고 싶었으나 그럼 이야기가 더 길어졌겠죠…
– 서크족은 힘세고 멍청한 녹색 괴물이 모티브입니다. 복잡한 걸 싫어하고 단순한 것으로 좋아지만 개체별 성향이 다르죠. 폭력에 쉽게 눈을 뜨고, 그렇기 때문에 해적질에 쉽게 빠져버립니다. 우주 오크같은 스트레오타입이 있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으나, 그렇기 때문에 나름 똑똑하고 손재주 있는 암디디가 더 특별해진다고 생각합니다.
6. 그 외 자잘한 내용
– 슈밤바 : 배틀스타 갤럭티카의 frak과 같은 느낌으로, 욕을 순한맛으로 대체하고 싶었는데 느낌이 제대로 살았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 고형식 : 영양갱을 상상하며 글을 썼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도저히 입에 맞지 않는 영양갱.
– 라피스 : 원래는 Azure라는 단어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름으로 사용하려고 했으나, “애저”라는 발음이 영…
– 대니의 로맨스 : 청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부분을 이야기에 살짝만 녹였냈다고 생각해주세요. 로맨스는 넘 어려워요…
– FTL : 어느 분께서 글을 추천해 주시면서 Faster Than Light를 언급해 주시는 걸 보며 참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은 모이기 마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스타워즈 팬 10명과 스타트렉 팬 10명이 모이면 총 12명이 된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싶기도 하구요(?)
– 슈퍼노바 루트비어 : 모하비 정크 스테이션 에피소드에서 메카니코 할아범의 냉장고에서 나오는 음료수입니다. 철저히 개인취향이 반영된 것으로, 루트비어는 민트초코와 함께 수백년 이후 미래에서도 살아남아 인기를 얻을 것입니다!
7. 엔딩
– 디테일을 하나하나 설명하기 보다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행복한) 일이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독자분들의 상상에 맡기고 싶었습니다.
– 나름 해피한 엔딩(?)이 마음에 드시지 않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렇게 허구헌날 구른 주인공의 마지막에는 행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