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브릿G · 황금가지 비평상 선정작을 소개합니다.🎊

2022.1.26


제1회 브릿G · 황금가지 비평상 수상자 김시인 님의 선정작 및 심사 총평 일부를 발췌해 소개합니다. ‘글의 성실함과 정직함, 그리고 흡입력 있는 문장이 가진 기본적 역량, 아직 없는 것들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시선과 아직 오지 않은 것들에 대한 환대의 감각이 다음의 비평을 기대하게 한다’는 총평과 함께 진솔한 비평문을 만나 보세요.

 

코로나 팬데믹이 세계를 뒤덮은 이후, 전문가들은 이것이 일시적인 전염병의 유행이 아니라 인간이 기술진보를 앞세워 자연을 무분별하게 파괴해온 탓에 도래한 생태 위기라고 진단했다. 인류를 공포에 몰아넣은 이 코로나 시기가 자연에게 있어선 달콤한 휴식기라는 아이러니는 우리에게 낯선 소외감을 안겨준다. 어쩌면 앞으로 도래할지도 모를 멸망은 오직 인간에게만 예정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항상 주체의 입장에서 자연을 착취해온 인간이 이젠 타자의 자리에 서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아니, 어쩌면 인간이 주체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는 이상 멸망은 막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절박감. <해저도시 타코야키>의 상상력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인류는 눈부시게 발전한 과학기술로 멸망을 피해 해저도시를 조성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멸망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두고 오지 못했다. 인간을 이성적인 주체로, 자연을 물질적인 타자로 분리하여 통제하고 착취해 온 인간중심적인 경향 말이다. 그렇다면 <해저도시 타코야키>는 오랫동안 주연 자리를 꿰차고 있던 인류가 멸망을 향해 추락하는 슬픈 이야기일까? 놀랍게도 그렇지 않다. <해저도시 타코야키>는 오히려 만년 조연자리에 머물러야만 했던 타자의 대역전극이다.

 

‘재미있는 웹소설이면서 충실한 미스터리일 수 있는가?’에 대해 과감한 실험을 감행하는 <추리소설 속 피해자가 되어버렸다.> (이하 <피해자>)는 여러모로 영리하고 흥미로운 소설이다. <피해자>는 다양한 장르의 교섭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웹소설의 잡식성을 믿고 ‘책빙의물’과 ‘정통미스터리’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그리고 각 장르가 지닌 장르 규칙들을 존중하면서도 영리하게 전복해가며 새롭고 신선한 전개를 이끌어낸다.

<피해자>는 레나가 윌의 조수나 연인이 아닌 그의 라이벌, ‘탐정 레나 브라운’이 되기로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원작을 멋지게 재해석하고 ‘로맨스는 이용당했다’며 배신감에 떨던 독자들의 마음을 돌려놓을만한 주체적인 여성상을 그려내는데 성공한다. 또한 완전히 재구성된 <피해자>의 결말은 ‘기이한 사건, 탐정에 의한 논리적 추리, 뜻밖의 결말’이라는 미스터리의 3대 구성의 마지막 조건까지 충족시키며. 웹소설과 정통미스터리 장르의 조합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신선함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김시인의 글은 문체의 발랄함과 거기서 오는 문장의 흡입력이 단연 눈에 띄었습니다. 독해에 있어 도식화된 접근은 단점으로 지적할 만하나, 그러한 풀이로 도달한 결말에서 보이는 평자의 시선 자체는 그 도식 너머를 향하고 있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추리소설 속 피해자가 되어버렸다』의 분석에 있어서 복잡한 타래를 풀어나가는 성실함과, 글 전반에서 느껴지는 정직함이 김시인의 앞으로의 비평에 대해 신뢰하게 하였습니다. 소설을 독해하며 평자가 느낀 즐거움이 고스란히 전해진다는 것도 큰 매력이었습니다. 글의 성실함과 정직함, 그리고 흡입력 있는 문장이 가진 기본적 역량, 아직 없는 것들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시선과 아직 오지 않은 것들에 대한 환대의 감각이 다음의 비평을 기대하게 하여, 김시인의 원고를 최종적으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힘든 시대에는 현재의 삶의 방식에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작가들, 두려움 가득한 이 사회와, 그것이 이루어 놓은 강박적인 기제들을 꿰뚫고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법(other ways of being)을 탐구하며, 나아가 희망의 현실적 기초를 상상해내는 작가들의 목소리가 원하게 될 것입니다.” 어슐러 K. 르 귄의 2014년 미국 도서상(National Book Award) 수상 연설 일부입니다. 당선된 비평가께서 ‘그런’ 작가들의 목소리를 밝히고, 또 그런 비평의 목소리를 내어주시길 바란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본심위원 정기석(문학평론가) 심사평 중에서

 


 

올해 처음 개최된 브릿G/황금가지 비평상에 도전한 비평은 총 12편이지만, 어느 비평 하나 쉽사리 손에 놓을 수 없는 완성도를 보였다. 심사 기준은 비평 대상의 작품을 명확하게 꿰뚫는 시선과 이를 잘 압축하여 표현하는가 등에 중점을 두었다. 특히 평론의 형식이나 완성도 등은 전문 분야 본심위원인 정기석 평론가님의 의견을 중요하게 반영하였다.

편집부의 기준에서 오랜 고심 끝에 NahrDijla 님과 일월명 님, 김시인 님, DALI 님으로 압축했으며, 좋은 평론 글이 많아 이 과정 또한 지난하고 어려운 일이었음을 알리고자 한다. 본심위원 간의 상의를 통해 이중 최종적으로 김시인 님을 수상자로 선정하였다. 2022년 한해 황금가지의 여러 도서에서 김시인 님의 비평을 기대해 본다.

―본심위원 김준혁(황금가지 편집주간) 심사평 중에서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