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추천 작품

자유게시판에서 [작품 추천]으로 분류된 게시글을 모은 공간입니다. 추후 리뷰어가 직접 큐레이션을 구성할 수 있도록 보완할 예정입니다.

저도 책 추천합니다. (황금가지 도서들)

분류: 작품추천, 글쓴이: 사피엔스, 1월 28일, 댓글6, 읽음: 119

아래 일월명 님 글 보고 생각나서 저도 책을 추천합니다. 너무너무 재밌고 훌륭한 작품이라 널리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난 번에 우수 리뷰어로 선정돼 받은 책 중 두 권과 큐레이션 이벤트에 당첨돼서 받은 책 한 권입니다.

1. 시체와 폐허의 땅 (조너선 메이버리) : 좀비 아포칼립스 + 청소년 소설 + 성장 소설 (+아주 약간의 로맨스)

별 ★★★★★

유명한 좀비 헌터인 형을 따라서 좀비 헌터가 되려고 하는 어느 십대 남자아이의 이야기예요. 좀비 헌팅을 통해서 세상의 부조리를 발견하고 인간 본성에 대해 눈을 뜨고 자아를 찾아가는 감동적인 성장물입니다. 주인공과 형이 소설 마지막에 벌이는 좀비 헌팅에서는 살짝 눈물이 났습니다. ㅠㅠㅠㅠ 좀비를 잡는데 왜 눈물이 나는지는 직접 읽어보세요. 주인공의 형이 매력이 철철 흘러넘쳐서 형을 주인공으로 하는 번외편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2.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스테프 차) : 이건 별 ★★★★★+★ 입니다.

한국계 미국인인 스테프 차의 소설입니다. 90년대 초에 LA에서 있었던 두순자 사건과 흑인 폭동을 기억하시는 분들 계실까 모르시겠습니다. 저는 어릴 때 뉴스로 봤던 기억이 나는데요. 당시 어린 마음에도, 잘못은 백인들이 했는데 왜 한국인들과 흑인들이 서로 싸우고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더랬습니다. 그때의 일을 소재로 쓴 소설입니다. 미국에서 살아가는 두 집안의 악연을 통해서 이민자들이 겪는 소외감과 단절감, 그리고 인종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한국계 이민자이지만 어느 한쪽의 편만 들지 않고 공정하고 균형적인 시각으로 양 집안의 사연을 묘사하고 있고요, 서서히 두 집안 간의 관계가 드러나는 전개가 일품입니다. 사건의 범인은 예측이 가능했지만 전혀 단점으로 작용하지 않았고요,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는 수긍과 함께 꼭 그래야 했나 하는 안타까움이 드는 사건이었습니다. 네가 범인이지! 하고 단죄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화합과 발전의 여지를 주면서 끝나는 결말도 맘에 들었고요.

우리나라도 외국인들이 상당히 많이 들어와 살고 있고 다문화 가정이 많잖아요. 전 사실 다문화가정이라는 말 자체가 어떤 차별과 타자화의 시작인 것 같아요. 외국인들 모아서 한국과 자국의 컬쳐 쇼크를 떠들게 하는 방송도 볼 때마다 좁 씁쓸합니다. 여전히 ‘여기는 우리 땅이고 너희는 이방인이야.’하는 마인드가 보인달까요. 무리짓는 것이 인간의 속성인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요. 그래서 전 이 소설 같은 일들이 꼭 미국 같은 곳에서만 일어나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봐요.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벌이는 인종차별이 서양의 백인들이 벌이는 것 못잖게 심하기도 하고요. 오히려 그쪽은 이게 문제가 된 역사가 길기에 애들 어릴 때부터 교육을 철저히 하거든요. 학교에서도 그렇고 가정에서도 그렇고. 애들이 그 가르침을 얼마나 따르는지는 차치하더라도요. 우리나라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꽤나 배웠다는 사람들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걸 보고 놀랄 때가 많습니다. 그러면서도 본인이나 한국인들이 외국에 나가서 인종차별 당하면 막 거품 물고요. 책 소개 하려는데 사설이 길어졌네요. 세계화 시대에 꼭 읽어봐야 할, 강력 추천하는 책입니다.

3. 단절(링 마) : 좀비 아포칼립스 + 성장소설 + 이민자 서사

별 ★★★★★+★★

이 작품은 굉장히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굉장히 유기적으로 잘 짜여 있어요. 다 읽고 나니 가슴이 벅차네요. 한 사람의 인생과 세계관을 어쩌면 이렇게 치밀하게 조직할 수가 있었을까 작가가 정말 대단하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소설은 초반에는 조금 지루할 수도 있어요. 주인공의 삶이 시대별로 나뉘어서 번갈아 가며 나오거든요. 그저 그날그날의 생활을 묘사하는 듯한 이야기에 도대체 이 작가는 뭘 말하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그런 생각은 금방 사그라지고요, 금세 주인공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됩니다. 작품 소개에도 나오듯이 여기 나오는 좀비는 좀 특이해요.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게 아니라 자기가 평소 하던 루틴을 계속 반복하다 죽거든요. 주인공도 뉴욕이라는 대도시에 살면서 매일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그런 지루한 삶을 살다가 아포칼립스를 맞이해요. 다행히 면역이 있어서 좀비로 변하는 열병에 걸리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매일 같은 삶을 이어나갑니다. 그러다 어떤 계기로, 유령도시로 변한 뉴욕을 떠나 다른 생존자들과 합류하게 되죠. 주인공이 왜 그렇게 매일 같은 삶을 살았는가가 이 소설을 관통하는 주요한 감정선입니다.

이 소설의 작가와 주인공은 2번 소설처럼 이민자 출신이에요. 중국계 미국인이죠. 주인공 캐릭터가 참 독특한데요, 읽다 보면 이해가 안 가는 구석이 점차 이해가 되게 돼요. 부모가 일찍 돌아가시고 중국의 친척들과는 연락이 끊기고 주변에 남은 사람은 회사 동료, 애인 정도인데 다들 어디 하나 자신과 딱 맞는 구석이 없어요. 그들 사이에서도 끊임없이 외로움을 느끼고 그걸 이겨보려고 일에 매달리고, 아포칼립스 후에 생존자들을 만나지만 그 속에서도 겉돌기만 해요. 그런데 그건 꼭 나만의 문제도 아니고 상대가 전부 잘못해서도 아니거든요. 무리짓는 본능이 있으면서도 독립성을 추구하는 그리고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속성이랄까요. 2번 소설처럼 이민자로서 느끼는 단절감이 잘 표현돼 있습니다. 불행한 것은 2번의 주인공은 그래도 가족과 친구가 있었는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철저히 자기 혼자라는 거지요. 제목이 왜 단절인지 다 읽고 나니까 이해가 되더라고요.

병이 퍼져서 세상이 서서히 망가지는 모습과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스티븐 킹의 소설 <스탠드>를 연상시키는데요. 결이 상당히 다른 작품입니다. 스탠드는 세상이 망한 이후에 사람들이 선과 악으로 나뉘어 세상을 복원시키려하는 노력에 대해 묘사했다면 이 소설은 세상이 망하기 전과 망해가는 과정에 더 치중하고 있어요. 읽다 보면 가슴이 짠하면서도 서늘해지더라고요. 소설 속의 문구처럼 “종말은 종말이 다가오고 있음을 인식하기도 전에 시작되”더라고요. 직접적인 원인은 좀비로 만드는 열병이었지만 이미 그전부터 우리는 좀비가 아니었던가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드는 이야기였습니다.

사피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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