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판타지 이야기] 게임판타지 ‘레벨업 시스템’은 왜 많이 팔리나
<시작의 말>
스티브잡스는 스마트폰을 만들어서 없는 욕망도 만들어 시장을 개척했다지만 일반인들의 세계에서는 욕구를 빨리 알아채고 상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돈을 번다.
판타지 소설 시장도 비슷하다고 본다.
이 시장에서 잘 팔리는 요소가 ‘레벨업’인데, 왜 많이 팔리나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굉장히 주관적이니 감수하시라.
- 레벨업은 현실의 ‘자본’과 비슷하다.
자본을 축적하면 현실이 쉬워지는 것처럼 레벨도 축적하면 게임이 편해진다.
천만 원 이자 먹는 것보다 일 억 이자 먹는 게 좋다.
그런데 일억 이자 먹는 거 보다 십억으로 집 사서 세 받아 먹는 게 훨 좋다. (#건물주는#만렙이다.)
몬스터를 잡는 것, 퀘스트를 완수하는 것으로도 레벨이 오르고 덕분에 게임이 쾌적하다.
레벨이 오를수록 더 많은 골드, 더 많은 경험치를 얻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독자의 마음도 즐겁다.
주인공이 레벨이 오를 때마다 독자도 성취감을 느낀다.
그러니 한 페이지 가득한 ‘레벨이 올랐습니다’라는 문구에서 ‘가끔’ 독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내돈#작가가#날로먹네#사라지는#내돈#배출의쾌감)
- 레벨업은 ‘공정한 경쟁’으로 여겨진다.
레벨업은 모두에게 동일한 시작, 동일한 과정, 노력한 만큼의 동일한 성장치를 보장한다.
현실은 게임에 비해서 시궁창이다.
수저에 따라 시작 레벨이 달라지고, 재능에 따라 성장치도 다르다.
현실은 주짓수 1도 모르는 초보가 1년 경험자를 재능으로 쌈싸먹는 동네다.(#형이#시발#주짓수#그만둔다#재능충들#적당히해)
현실은 부모 잘 만난 친구가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고 스무 살에 건물주가 되어 있는 동네다.(#친구야#존경한다#사랑한다#흠모한다#날잊지마#넌이미승리자)
노력하고 투자한 만큼 레벨이 오르고 레벨은 게임 안에서 승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레벨1이 재능 컨트롤이 쩔어도 레벨 20을 이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게임의 레벨이 현실에 비해 공정한 경쟁으로 여겨지니 레벨이 주목받는 것은 당연하다.
- 레벨은 계급이다.
레벨업 이전과 이후가 다르듯 레벨이 오를수록 계급도 달라진다.
mmorpg 게임에서 인스턴트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파티 모집 할 때를 떠올려보자.
레벨이 높을수록 프리패스다. (#저렙인간전사남캐#아무도날원하지않아#두고봐라#와우저)
그리고 레벨이 높을수록 높은 레벨들과 팀을 이룬다.
계급과 계층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높은 레벨이 될수록 낮은 레벨에 대한 우월감이 생긴다.
압도적인 레벨로 악당이나 속물을 찍어 누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 레벨은 가시적이다.
내가 얼마나 성장하였는지가 수치로 나타난다.
그러나 현실은 그것이 불가하다.
그나마 유사한 수치로는 ‘수입’이 있다. (#현실스텟#자동차#집#명품)
얼마나 버는지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가 가진 능력과 계층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 수입 자체는 완만하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가파르게 오르고 가파르게 떨어진다.
그러니 이 놈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내가 수입이 오르기 전까지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방법이 없다.
게다가 레벨이 올랐지만 사장 잘못 만나면 수입 곡선이 아주 주저앉는다. (#근로계약서#꼭써라#두번써라#형이슬픈경험이있어)
그리고 누가 제대로 파악해 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레벨 시스템을 보라.
레벨 시스템은 내 체력, 공격력, 민첩성, 스테미너, 마법력 등 다 일일이 보여준다.
내가 투자한 노력의 결과물이 어느 만큼인지를 경험치 수치로도 보여준다.
- 레벨업은 주인공의 욕망과 수단을 단순하게 만든다.
소설 이론에서는 인물의 욕망에 대해서 가르친다.
인물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그 욕망을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할 것인지를 파악하라고 한다.
(#포방부#승리의욕망#더많은대포#더많은미사일#더많은전차#그만해미친놈들아)
게임판타지에서는 이 수단이 굉장히 단순하다.
레벨업이다.
게임판타지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현실의 금전적 이익을 위해서 레벨업이라는 단순한 수단(방법)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게임을 ‘숨 쉬듯이’ 해온 10대와 20대가 레벨업 시스템을 소설에서도 추구하는 것을 단편적 입맛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그들은 레벨업이 의미하는 바를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너무나 잘 파악하고 있다.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바를 소설 속에서 추구한다는 점에서 똑똑한 독자들이다.
그렇다면 요런 레벨업 시스템을 이용하여 어떤 재미의 요소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 비주류 직업과 재능의 시너지가 만들어내는 빠른 성장
주인공의 빠른 성장은 독자를 즐겁게 만든다.
독자는 주인공 편이다.
비주류의 직업을 선택한 주인공이 의외로 비주류 직업의 꿀을 빨게 되고 다른 이들보다 빠른 성장가도를 달린다. (#달빛조각사#위대한효시#마탄의사수#후발주자)
비주류 스킬이 아이템과의 조합, 재능과의 조합으로 굉장한 데미지를 만들어낸다거나 비주류 직업이기 때문에 숨겨진 퀘스트를 해결하게 된다.
이게 진정한 꿀이다.
요즘은 현실에서의 재능을 게임 속에 적용시키려고 ‘동기화’라는 설정을 많이 쓰는 것 같다.
현실의(운동적, 신경적) 재능을 게임 내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비주류 직업과 시너지가 일어나 입이 떡 벌어지는 데미지가 나온다.
- 계급 외 주인공
요즘에 나오는 설정 중에 ‘업적스텟’이 있는데, 요게 또 물건이다.
최초 업적을 달성하면서 레벨은 오르지 않았지만 능력치를 올린다는 설정이다.
때문에 주인공이 레벨이 20인 주제에 40에 가까운 능력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초반에 비주류 계급에다 저 레벨인 주인공을 멸시하던 주변 인물들이 보스 몬스터 한 방에 잡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넋이 빠진다.
그 모습을 보면서 독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앤디#한국을무시하지마라#세르게이#홍진호#작은고추#무서움)
주인공은 계급 밖에서 계급을 우습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를 바라보는 독자들의 재미가 쏠쏠하다.
- 성장을 통한 자본의 축적
성장을 통해서 아이템이 바뀌고, 주변의 파티원이 바뀌고, 활용할 수 있는 스킬도 늘어난다.
주인공이 위기의 순간에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아지는 것이다.
원래 가득한 냉장고를 보면 즐거운 법이며, 가득한 아이템들과 스킬창을 보면 즐거운 법이다.
(#5도란검#10분풀템#이거만든놈나와)
자본의 축적 덕에 아이템도 늘어나면, 덕분에 퀘스트 아이템 떡밥도 만들기가 쉽고 위기나 교착의 상황에서 의외의 한 수를 쓰기도 쉽다.
(#나는몰랐는데#이게퀘스트템이었네#난운이좋아#삼년간안풀린퀘스트주인공이또깨네)
- 장기적 목표의 암시, 밸런스 조절, 그리고 도미노
그리고 주인공보다 레벨이 한참 높은 적을 미리 소개하여 긴 여정을 암시할 수 있다.
그리고 작중 인물들 사이의 밸런스도 레벨을 언급하며 어느 정도 암시할 수 있다.
주인공이 얼마만큼 센 적들과 마주하는지를 알려줄 수 있는 것이다.
상대의 레벨이 주인공보다 높을수록 긴장감 있는 전개가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레벨 밸런스를 주인공이 무너뜨릴 때 재미가 쏠쏠하다.
장기간에 걸쳐 만들어진 도미노를 저레벨인 주인공의 마지막 손짓으로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나마 현실보다 공정해 보이는 게임 세상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재능이나 선택만으로 시스템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이 재미의 요소가 될 수 있다.
(#잘하면#떡밥회수#실수하면#설정붕괴#재미를위해작품을걸어라)
<맺음말>
현실은 굉장히 복잡하고 한 개인을 판단하는 기준이 레벨처럼 단순하지 않다.
게다가 밸런스도 심각하다.
세상에는 돈 없고 재능도 평범한 사람들(그러나 우리 모두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여기지만)이 대다수다.
이 사람들이 성공하려면 부모 잘 만난 사람, 재능 가지고 태어난 사람, 잘생긴 사람의 수 배는 노력해야 한다.
신에게 밸런스 패치 좀 해달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동네가 헬 현실이다.
사람들은 모두들 공정한 시스템이 있기를 바라고 지신의 재능이 인정받기를 원한다.(실제로 재능이 있든 없든)
재능을 인정받는 공정한 시스템이 있는 곳.
그곳이 레벨업이 있는 게임판타지의 세계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판타지계가 그 욕망을 알아채고 레벨업 시스템에 몰두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당신이 돈과 명성을 원한다면 독자들의 입맛을 위해 레벨업을 이용한 글을 쓰시라.
(#난안돼#0킬5뎃1어시#인생망캐#답이없다#창조자님2회차좀여#처형#그래도게임이안끝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왕의 정원을 연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