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1일이야
어젯밤에 있었던 일입니다.
전 아이패드 게임을 하며 휴일의 마지막 1분 1초를 한순간도 허비하지 않고 영양가있게 보내고 있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게임 화면이 더 이상 넘어가지 않고 뺑뺑이 표시만 돌고 있는 겁니다. 와이파이 연결이 잘 안 될 때 흔히 보는 화면이었죠.
가끔 발생하는 현상이라 별로 놀랄 것도 없이,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동네 전파사 아저씨도 아는 고전적이고도 전통적인 방법, 그러니까 공유기 리셋으로 해결을 보려고 했지요.
하지만 안 됩니다. 아니, 단순히 안 되는 걸 넘어서서 지금까지 멀쩡하게 되던 PC의 인터넷까지 안 되는 겁니다.
여기서 1차 멘붕이 왔습니다. (“장비를 정지합니다. 장비를 정지하겠습니다… 안 되잖아?”)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급히 휴대폰을 꺼내 <장치 또는 리소스(주DNS서버)와 통신할 수 없습니다 증상 해결법>을 검색했습니다. 제일 위에 있는 블로그 글에 나온 대로 따라서 했더니 컴퓨터 인터넷은 바로 복구되더군요.
한숨 돌리고, 블로그 글을 쓰신 분이 어디 사는 누구인지는 몰라도 일상의 소소한 행운, 이를테면 냉면 주문하면 계란 두 개 들어 있는 것 같은 일이 끊임없이 일어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했습니다.
보니까 휴대폰이며 아이패드며 와이파이 표시가 빵빵하게 잡히길래 이것도 되겠거니, 했는데 여전히 아이패드의 게임 화면은 뺑뺑이 그대로인 겁니다.
그렇게 멘붕 2차 시기가 왔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지. 하지만 iptime은 내 말을 듣지 않았어.”)
밤중에 뭐 어쩌겠습니까. 잠시 와이파이에 찌든 속세를 떠나 무념무상의 세계로 떠나기로 했지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머릿속이 그저 텅 비어 버렸다는 뜻입니다만.
그렇게 앉았다 일어났다 하기도 하고, 아이패드를 집어들었다 내려놨다 하기도 하고, 밤중에 급 파바로티 빙의해서 아리아를 부르고 있는 고양이에게 준엄한 꾸짖음을 시전하기도 하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기도 하고, 값비싼 인생의 교훈(“내 다음에 아이패드 살 때는 돈 더 주고서라도 셀룰러 모델 산다.”)을 얻기도 하는 등 지극히 침착하게 10분 정도 기다리고 있으려니 와이파이가 잡힙니다.
예,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뜬금없이 됩니다.
그 사이 날짜가 바뀌었습니다만, 어찌되었든 기쁘더군요. 못 먹은 게임 아이템부터 냉큼 먹으며 이 기쁨을 전세계 게이머와 함께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떠오르는 게 있더군요. 부랴부랴 확인해 봤더니 아뿔싸!
브릿G에 단문응원 달아야지 하고 있다가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거예요.ㅜㅠ
벌써 며칠인가 연속 단문응원 성공했는데 다시 0으로 돌아가 있더군요.
오늘부터 다시 단다고 해도 단문응원은 연속 1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연애를 시작한 햇병아리 커플이 아닌 다음에야, “오늘부터 1일이야.”라는 말이 반가울 리가 없잖아요?
예, 저 오늘부터 1일입니다. 연속 단문응원 미션이요…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