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안오고 글감도 안떠올라서 시드니 사임의 그림을 보고 있어요
시드니 사임….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판타지 문학의 거장이자 또 한명의 위대한 스승인 로드 던세이니의 작품에
삽화를 그렷던 인물입니다. 꼭 던세이니의 위상에 기대지 않더라도, 자기만의
느낌이 있는 화가인 것 같아요. 충분히 자신의 이름으로 기록될 수 있는.
물론 그렇담 우니라에선 좀 덜 알려졌겠지만요.지금보다도 더 적게….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보단 덜 음울하지만 그래도 꽤나 염세적이고
허무주의적인 신화 세계를 창조한 인물, 켈트 신화의 관념을 변형한
페가나 신화란 독창적 신화 세계를 창조한 인물이 바로 던세이니란 작가죠.
이 신화의 신들에게 부여된 많은 특징들이 후대에 러브크래프트의 신격체들에게
성격적으로 꽤 흡사하게 투영됩니다.
하지만 러브크래프트에게서 던세이니의 영향력은 신화적 세계보단
환상적이고 시적인 표현력을 모방하고자 했던 드림랜드 세계관에 더 짙게 반영되 있죠
저도 페가나의 신들 1,2권, 웰러란의 검들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너무 화려한 문체 땜에 자주 읽진 못하지만, 가끔씩 펼쳐볼때마다, 그 몽상적인
꿈의 나라를 여행하는 기분이 정말 좋아요.
염세적이지만 평안한 기분이 드는 건 언벨런스라고 해야 할까,
언캐니라고 해야 할까요. 어쨋든 현실의 공간이 아니라면 친숙한 느낌은 안들어야 하는데,
크툴루 신화의 극단적인 광기보다는 인격적인 신들이라서 그런지, 그렇게 오싹하거나
무섭진 않습니다. 비교대상이 있으니까 그나마 친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이 갖추어지나 봐요
하지만 무서워해야할 신들인 건 맞죠. 인격적인 면들이 있다 해도, 인간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관념들을 지배하는 신들이니까요.
인간 사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스리며, 거동 한번에 모든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 다는 점에서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거나 동경할 수는 없는 대상들임은 분명하네요.
결코 야훼나 천주님 같은 분은 아니에요. 물론..;;; 그 분도 가끔 화나면 무서워지긴 합니다만..
마나우드 슈사이가 잠들어 있는 것처럼, 아자토스도 잠들어 있으니까
그나마 우리가 발붙여 산다는 것을 생각한다면…아..이런 현실이라니…
문득, 러브크래프트도 오래 살았다면 톨킨 처럼 던세이니를 디스 했을까, 궁금해지네요.
페가나 북스의 해설을 보면 톨킨의 비판이 얼마나 신랄했는지 느낌은 잘 안오는데,
던세이니가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읽고 흥미를 느끼고, 간간히
미국의 판타지 잡지사들에 러브크래프트의 작품들을 보내주길 요청했다는 일화를 보면,
던세이니는 자신의 후계자로 러브크래프트가 인정받기를 기대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톨킨에 대해선 제가 좋다 싫다를 떠나서 거의 궁금하지가 않아서 잘 모르겠어요.
어떤 부분이 던세이니의 영향을 받았는지,
적어도 영화 반지의 제왕이 구현한 세계만 본다면
그는 북유럽 신화에서 필요한 요소만 약간 차용하고
근본적인 신념은 기독교적인 구원의 관념 같거든요.
던세이니하고는 정말 거리가 먼 작가 같은데…..
표현적인 부분일까,
그런 점에서 던세이니를 모방하지 않았던 판타지 작가가 있을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