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무슨 글을 쓰고 있는 걸까요
사실 글 쓴 경험이 3년 밖에 안 된 20살 새싹이지만, 그래도 답답하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어요. 과연 제가 맞는 길로 가고 있는지, 제가 똑바로 걷고 있는 건지.
오늘 오랜만에 제가 썼던 글들을 쭈욱 훑어봤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내 글에는 개성이 있지 않아. 어디선가 본 듯한, 누군가를 따라하는 듯한 글들만 주구장창. 제 글에는 저만이 쓸 수 있는 글의 분위기도, 글의 냄새도, 구성도, 문체도, 메세지도, 전부 없어요. 뭐라고 해야 할까, 그야말로 뿌연 안개 같은 느낌입니다. 좋게 말하면 넓은 범위를 커버하고 있다. 나쁘게 말하면 작가만의 개성이 없다.
그래서 종종 저는 제 자신만의 이야기를 꾸미기 위해 저 자신을 소설 속에 집어넣습니다.
예를 들면, “이천 개의 눈알”은 블로그에서만 글 쓰던 제가 브릿G로 오면서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토해버린 감정의 덩어리입니다.
“나는 여기서 눈을 감는다.”는 작품 속 캐릭터의 죽음을 가볍게 생각하던 저, 그래선 안 될 것 같다며 망설이는 저 사이에서 꾸물꾸물 나온 검은 타르에요.
“혼잣말”은 중학생 시절을 지워버리고 싶은 제가, 그래도 그 시절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합리화하기 위해 쓴 변명이고요.
“제목은 어떻게 써야 하는가?”는 좋은 작품을 써야 한다고 스스로 옭아맨 결과, 이젠 단편 하나 쓰기도 어려워하는 저의 잠꼬대에요.
그래서 어떤가 하면요, 결국 의미가 없었습니다.
저 자신을 움푹 움푹 파내어 작품 속에 휙휙 저어 섞는다고 해도, 그것은 애초에 저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지 않았어요. 아무리 섞어도 보이는 건 피와 살과 뼛조각이지 저만이 쓸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었어요.
과연 제 글에 담긴 제 개성은 무엇일까요? 저와 제 작품을 몇 마디로 요약한다면 무엇일까요? 저도 참 알고 싶어요. 답답해 죽겠어요.
음, 글이 길어졌네요.
그래요. 요즘 좀 많이 힘들어요. 징징거리고는 싶은데 그럴 만한 곳이 없어서 자유게시판에 한번 헛소리를 길게 해봤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