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
이제는 글쟁이가 시장조사를 해야 하는 시대라고, 그래야만 밥벌이를 할 수 있다고 누군가 제게 충고하듯 이야기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매우 큰 충격을 먹었습니다. 글 쓴 시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제가 지켜온 원칙은 < 쓰고 싶은 글을 쓴다 > 하나뿐이었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입맛에 정확히 들어맞는 글을 쓰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다. 시류와 주류를 벗어나면 아무도 나의 글을 사주지 않을 것이다. 독자가 줄어드는 한국 시장에서 틀린 이야기라고 하기도 힘들지만, 그래도 저는 고개를 젓고 싶습니다.
저는 제 얼굴이 못생겼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도 제 못생긴 얼굴을 좋아해 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타인의 마음에 들기 위해 성형하는 건 어쩐지 거식합니다. 그렇게 예뻐진다고 해도, 그렇게 예뻐진 얼굴을 타인이 좋아해 준다고 해도,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 저는 남의 마음에 드는 글을 쓸 시간에 제 마음에 드는 글을 쓰면서 굶어 죽고 싶습니다.
비슷한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저는 저를 칭찬해주시는 분들의 모든 칭찬 어구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저는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제 마음에 드는 글을 쓰면서 굶어 죽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를 칭찬해주시는 분들에게 제가 마음을 드리면, 제가 쓰는 글은 오롯이 제 것이라 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이율배반적인 언행이 인간답군요ㅋㅋ. 저는 제 인간다움을 몹시 사랑합니다. 그리고 제 글을 좋아해주시는 (존재할 리 없는)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두서없이 길었습니다. 수다이면서 뻘글이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