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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넌’을 봤습니다.

분류: 영화, 글쓴이: 포그리, 18년 11월, 댓글2, 읽음: 103

이분 BGM이 타노스 테마보다 더 장중하던데, 자칫하면 수녀가 아니라 항우가 나타난 줄 알겠습니다. 저 넓은 어깨를 보세요. 십자가 하나 들려서 팽성대전에 떨궈놨다면 분명 역사가 바뀌었을 겁니다.

 

잡소리 그만하고 본론. 광고에 속지 마십시오. 이거 좀비물입니다. 감독이 아니라고 바득바득 우겨봐야 도끼로 목 날리고 장총으로 머리 쏘고 성수(는 개뿔 누가 봐도 가솔린으)로 불붙인 시점에서 이 영화는 오컬트가 아니게 됐습니다. 세상에 어느 귀신이 저렇게 물리데미지에 쓱쓱 썰려나갑니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모든 좀비가 똑같은 괴성을 지르며 똑같은 수녀복을 입고 다니니 좀비물로서의 재미마저 떨어집니다. 감독이 레포데라도 플레이하고 오면 좋겠어요.

 

질서와 안정을 위하여!

 

심지어 내용은 판타지네요. 잠깐 졸았다 눈뜨면 책상머리 설정놀음이 시작되는데, 여기에 지옥의 문은 물론 예수의 피에 템플기사단까지 나옵니다. 이 장면만 때어놓고 보면 다음 어새신크리드 DLC 티저라고 해도 믿겠어요.

아무튼 이런 식으로 컨저링 시리즈가 쌓아온 미지의 공포는 대여점 양판소 설정놀음이 됐고, 공포스러워야 할 우리의 발락 수녀님 말 많은 재활용 악당이 됐습니다. 판타지 작가로서 훌륭한 반면교사네요.

 

맙소사, 발락한테 이딴 대사를 넣어줄 생각한 사람은 밤길 조심하십시오. 분기탱천한 제임스 완이 명동성당에서 공수한 성수를 한 바가지 퍼부을 겁니다. 얼음 동동 띄워다가 말이죠.

 

종합적으로 컨저링 시리즈에 먹칠을 한, 혹은 장르적 변주를 시도한 왈드와이드 좀비 영화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쿠아맨이 폭삭 망해서 제임스 완이 다시 공포 영화계로 돌아와 줬으면 좋겠네요. 이러다간 곤지암 감독이 할리우드 호러물을 평정하겠습니다.

포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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