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도움을 청해 봅니다.

분류: 수다, 글쓴이: 조나단, 18년 11월, 댓글22, 읽음: 226

(이 글은 결국 제 소설을 읽어주시고 코멘트를 부탁하는 내용으로 귀결될 겁니다. 많이 길기도 하고요. 관심 있으신 분들이 읽어주셨으면)

 

 

지난 달 초에 쪽지를 받았습니다. 모 출판사 에디터 분이었고, 출판 관련해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었죠. 

저는 브릿G에 둥지를 튼지(?) 1년 반이 넘어가는데. 애초 저의 욕심/욕망과 달리 내 소설들이 ‘많이 읽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그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후 조바심내지 않고 저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면서, 브릿G 작품들을 읽으며 반성했던 ‘좋은 독자’가 되는 연습을 하자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래서 쪽지를 받았을 때 조금 당황했어요. 왜 하필 나지? 그리고 놀랍기도 했죠. 세상에, 50도 안 되는 구독자 중에 에디터 분이 있었다니! (여러분의 구독자 중에도 ‘그들’이 있을거예요. 그러기를 바래요)

그 때문인지, 사전정보 없이 만났을 때. 대화가 조금 삐딱하니 흘렀습니다. 제가 방어적으로 나간 탓이었죠. 이를테면,

 

나. “왜 하필 나냐. 브릿G엔 즉시 출판 가능한 좋은 작품, 작가들이 많다. 베스트작품들도 안 보냐? 대체 이해가 안 된다. 내 소설들을 읽어보기는 한 거냐?”

그. 어이없는 표정으로. “읽어봤다. 당연한 거 아니냐? 읽었으니까 연락했지.”

나. 미심쩍은. “다 읽어본 거냐? 뭐가 재미있던가?”

그. 조금 당황하며. “어… 솔직히 말하면 다 읽은 건 아니고… (그럼 그렇지!) 몇 편은 봤다. 그중에서 <곶자왈에서>가 그럭저럭 읽을만 하더라.”

나. 그럭저럭? 해서 잘난척 한답시고. “아, 그 작품은 탐내지 마라. 그건 고마운 브릿G와 이미 계약이 되어 있다.”

그. 자존심 상한 얼굴로. “탐 안 낸다! 대문에 ‘계약작품’이라고 써 붙인 걸 누가 건드린다고!”

나. “무, 물론 그렇겠지… 나, 나도 안다.”

그. “게다가 우린 SF 작품을  찾고 있다.” 

SF? 하긴, 내가 SF를 주로 쓰기는 했지. 편수도 꽤 되고.,, 그럼 그것들을 모아서 책으로 내 주겠다는 거야? 와, 그럼 나도 드디어 ‘작품집’이라는 걸 내게 되는 거야?

하지만 그런 제 예상/기대와 달리 예상 못한 소설에 관심을 보이더군요. 

 

이걸 쓰는 동안에, 저는 재미 있었고 많이 배웠지만. 역시나 많이 읽힌 소설은 아니었습니다. 또 공모전에도 몇번 떨어졌고 출판사에 투고했다가 물먹은 적도 여러번이었죠. (그중에는 그 유명한 황금가지도 있었고요^^!)

때문에, 이 작품에 관심을 갖는 에디터가 있을 줄은 전혀 생각 못했습니다. 그래서 또 물었죠. 

 

나. “더 이해가 안 된다. 이 작품을 읽어는 봤냐… 아, 아니 물론 읽어 봤겠지… 알겠지만 이건 아포칼립스 장르다. 한국에서 아포칼립스 소설이 팔릴 거라 생각하냐?”

그. “우리는 현재  SF 시리즈를 내는 중이고. 이전에 사이버펑크, 하드SF를 냈다. 이번엔 아포칼립스 차례다.”

나. 브릿G에는 멋진 종말문학 작품이 많은데… 라는 속내는 숨긴 채. “머, 멋진 시도다… 그렇다면 이 소설의 어떤 장점을 보고 선택한 거냐.”

그. “우리 배경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그럭저럭 괜찮더라. (또 그럭저럭? 이왕이면 좀 더 칭찬해주면 안 돼?) 익숙하면서도 공감 가는 세계관이랄까. 아포칼립스인데도 유머 있게 끌고가는 것도 그렇고, 문명에 대한 담론이나 그 안의 인간들 묘사도 나쁘지 않고… 우리로선 시도해볼 만한 소설인 것 같다.”

 

…글쟁이 허풍이 들어가긴 했습니다만 늬앙스는 그랬습니다. 저는 여전히 출판사의 선택이 의아했고, 반신반의했고, 그래서 계속 질문을 던졌고… 마지막에는 조건까지 달았습니다.

“편집자 분들이 먼저 날카로운 모니터를 해주시면… 그것을 바탕으로 수정해서 출판하겠다.”

제 입장에서는, 이 작품을 출판한다면 좀 더 업그레이드 시킨 다음 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출판사에도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 거지요.

아무튼 그렇게, 저는 출판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당연히 처음 며칠은 붕 떠다녔죠. 운 좋게 앤솔로지에 단편 몇 편을 얹어 출간한 적은 있었지만, 온전하게 제 이름을 건 장편을 출간하는 것은 처음이니까요…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이내 제 안의 소심함이 고개를 들었고, 고민들이 뒤따랐습니다. 과연 내가 준비가 되어 있는 걸까? 지금 책을 내는 게 최선일까? 브릿G에서 무료로 오픈해도 안 읽히는 소설을 누가 사서 읽을까? 그럼 오히려 출판사에 피해를 주는 게 아닐까? 하는 따위들.

그러던 중에, 출판사의 모니터를 받아보고는 더 혼란에 빠졌습니다. 편집부 내 의견을 모아 제안해주신 수정 방향이… 애초의 제 의도와는 차이가 있어서였지요. 그분들의 의견을 어디까지 수용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말이에요.

(저는 출판사 에디터 분과는 처음 일해 보지만, 다른 매체의 기획자/피디/감독/제작자 분들과는 일해본 경험이 ‘조금’ 있는데.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작가의 의도’라는 게 언제나 정답이 될 수는 없고, 그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취향과 방향은 다르지만, 다들 작품을 성공시키려는 공통의 목적으로 ‘만나서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지요. 작가는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믿어요)

그렇게 한 달여를 고민하다, 계약 이야기할 때가 됐을 때, 기어이 에디터 분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계약을 수정 이후로 미루자고요. 

제가 그쪽 의견을 제대로 수용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고, 그럴 경우 무작정 책을 내는 게 능사가 아니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정이었죠.

 

하지만 결정 이후에도 고민이 길어지고 있네요. 읽기도 쓰기도 안 되고… 수정 작업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고.

해서, 조심스럽게… 브릿G 분들에게 도움을 청해 봅니다. 변두리에서 혼자 글 작업을 해온 저는 이곳 외에는 도움 청할 곳이 없고. 또 여러 번 밝혔지만, 브릿G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을 읽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코멘트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리뷰든 댓글이든 별점이든 성향지수든 어떤 방식이라도 좋습니다. 어떤 내용이라도 좋구요… 지금 저에겐 선입견 없이 읽으셨던 분들의 ‘첫인상’이 필요합니다. 저의 ‘최초 의도가’ 제대로 구현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죠.

 

-아직 안 읽으셨다면, 관심 갖고 한번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한계와 문제점들을 지적해 주세요. (이게 책으로 나오게 되든 무산되든 간에) 저는 이번 기회에 이 작품의 단점을 보완하고 업그레이드 하려고 합니다. 정말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브릿G에는 넓은 시야를 가진 리뷰어 분들이 계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지만, 제 주변머리에 들이대기가, 그게 잘 안 되네요… 지금 이 자리를 빌어 그분들도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처음 두 챕터 정도 읽으시고(그 안에 세계관을 다 설명해 놨거든요) 계속 읽으실 관심이 생기신다면 ‘리뷰를 생각해 볼게’ 정도 언급해 주셔요. 그럼 정식으로 의뢰를 요청하겠습니다. 물론 읽다가 ‘리뷰해볼 생각’을 거두셔도 됩니다. 그 자체로도 이 소설의 한계를 말해주는 것일 테니까요.

이상입니다.

 

이런 글을 쓰기란 언제나 조심스럽습니다. 신뢰가 바탕되어야 한다는 걸 아니까요. 그렇지만 저는 ‘저 자신의 크기/한계를 알고, 인정하고, 그 안에서 최대한 노력해 본 후, 결과는 겸허하게 받아들이자’는 마음으로  써오고 있습니다. 이 글도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의 하나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현재 다른 곳들과는 차별된 문화를 만들어 가는 중인 브릿G에서, 저의 도움 요청이 브릿G라는 소설 플랫폼의 ‘풍경의 한 단면’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부디 관심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조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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